안태원 展

 

PPURI

 

 

 

P21

 

2024. 6. 29(토) ▶ 2024. 8. 10(토)

서울특별시 용산구 회나무로 66 | T.02-790-5503

 

https://p21.kr/

 

 

Hiro is everywhere 2024_acrylic on epoxy_21.7x31x31.4cm

 

 

안태원의 개인전 뿌리 PPURI 가 2024 년 6 월 29 일부터 8 월 10 일까지 P21 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인터넷의 물질성을 주제로 안태원의 최근 작품을 선보이며, 인터넷을 가상과 실제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물질로서 접근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안태원의 작품은 인터넷이 단순한 가상이 아니라 실질적 물질성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과 환경, 기술이 상호작용을 하여 형성되는 새로운 형태의 물질적 네트워크를 탐구한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과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재인식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의 인터넷 발전 스토리는 안태원의 작품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1969 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와 스탠퍼드 연구소(SRI) 사이에 초기 형태의 인터넷인 ARPANET 이 연결된 이후, 1982 년에는 미국 하와이대학교와 서울대학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터넷을 연결했다. 1989 년에는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한 TPC-3 해저 케이블이 태평양을 가로질러 설치되면서 정보 전달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인터넷 보급이 가속화되었다. 한국의 인터넷 보급은 경제발전 5 개년 계획과 맞물려 빠르게 진행되었고, 특히 1988 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이후 평탄화된 한국의 국토는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좋은 조건을 제공했다. 국토의 평탄화는 로컬과의 단절을 의미하며, 이러한 단절은 새로운 산업과 통신 인프라가 빠르게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은 로컬을 내던지고 인터넷 공간으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는 오늘날 K-컬처, K-팝 등 글로벌 커뮤니티에서 주목 받는 한국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극심한 경쟁과 성공 목적주의를 낳았으며, 이는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연결되어 있다.
인터넷 보급률과 경제발전의 상관 관계를 살펴보면, 한국의 급격한 인터넷 보급이 경제 성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 통신 연합(ITU)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0.1%였지만 2000년에는 49.2%로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동안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급격히 상승한 것과 맞물려 정보화가 경제 발전의 주요 촉매제였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자본화의 흐름은 현대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 배태한 혼종적인 정체성은 우리가 왜 살아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동기를 발현하는 근본적인 내적 힘을 훼손한다.

 

 

Hiro is everywhere 2024_acrylic on urethane_66x10.5x34cm

 

 

안태원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인터넷을 물질로 다루며 창작 활동을 이어왔다. 그는 인터넷을 반려물질로 보고, 인터넷과의 반려적인 관계망을 통해 작품을 만든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정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 깊이 녹아든 물질적 요소로서 인터넷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그의 반려묘 '히로'를 그리거나 조각으로 표현하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정보가 왜곡되는 방식을 체화한다. 고양이를 대상으로 했으면서도 마치 곤충이나 다른 동물, 심지어 건축물의 외형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인터넷의 혼종적인 특성을 반영함으로써 인터넷과의 반려적 관계의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디지털 이미지를 단순히 재현하거나 디지털 감수성을 표현하는 것을 넘어, 인터넷 물질로서 얽히는 특수한 폼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터넷이 세계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과도 연결되고 싶지 않은 현대인의 모순된 정서를 나타낸다. 안태원이 주변의 존재, 특히 매우 근거리 혹은 나아가 내적으로 축적된 경험을 작품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본인에게 체화된 인터넷과의 교감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이다.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문’에서 언급된 개념처럼, 안태원은 인터넷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간-기계로서 자신의 자아와 신체를 재조립하여 일상의 경험과 스스로 감정이입을 하는 대상들에 담긴 혼종적 정체성을 촉각적으로 탐구한다.
P21 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근거리 존재와 인터넷과의 조응 속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하는 안태원의 최근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전시명 '뿌리 PPURI' 는 안태원의 온라인 계정 이름에서 따왔으며, 인터넷 케이블이 뿌리처럼 퍼져 나가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에어브러시를 이용해 물감을 뿌리는 행위성과도 연결되며, 가상과 실제의 통합적인 정체성을 담아낸다. 이를 위해 적극적인 연출을 시도하는데 특히 전시장을 안태원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드러내는 장소로서 제안하는 것이 특별하다. 전시장 벽면 곳곳에는 마치 소각 현장에서 사물을 태운 흔적들이 상흔처럼 남겨져 있으며, 그 그림자, 흔적과 함께 작품들이 교차한다. 이는 실제 에너지를 태움으로써 이루어지는 인터넷의 정보화 과정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이며, 안태원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을 때 남은 인간의 그림자를 봤을 때의 충격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세계에서 자라난 현대인의 복합적인 정체성과 인터넷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물질적 교환과 상호작용을 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 뿌리 PPURI 는 일종의 ‘인터넷 반려종’으로써 안태원 스스로를 규정한다. 그동안 디지털을 실제로 재현하거나, 실제를 디지털적으로 왜곡 시킨다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나아가 스스로 인터넷 환경과 반려적인 관계 속에서 예술적 표현 방법을 채화하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선보이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인터넷과 인간, 그리고 환경이 상호작용을 하는 물질적 네트워크의 산물로써 작품 세계를 확장하는 발판을 마련한다. 나아가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이 우리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속에서 우리와 수많은 존재가 뿌리내린 인터넷의 물질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Stuck head 2024_acrylic on epoxy_19.5x16.8x35cm

 

 

Stuck 2024_acrylic on urethane_43.5x17.5x6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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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629-안태원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