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지형 展

 

VOWELS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4. 4. 26(금) ▶ 2024. 5. 17(금)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 48-1, 2층 | T.02-797-7893

 

https://www.willingndealing.org

 

 

 

 

<vowels>는 문법의 ‘모음들’을 가리킨다. 모음은 스스로 나는 소리로, 자음 없이도 소리내고 서 있을 수 있는 존재이다. ‘ㅏ’를 읽을 때, 허파에서 올라온 공기가 성대에서 음성으로 출력되는 순간 떨림과 울림, 주저함과 무턱댐이 그 속에 흐르게 된다. 그 호흡은 하나의 몸이 되어 모음을 스스로 서 있을 수 있게 한다.

화면을 분할하여 수평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 중성적 기하학적 형태들은 수직으로 겹겹이 쌓이며 질감과 높낮이를 가지게 된다. 입자처럼 요철에 맺히는 색채와 두꺼워질수록 거칠어지는 표면, 두께를 파내어 그 사이로 이리저리 흐르는 물감은 수평적 이미지가 수직적 볼륨을 통해 저마다 다른 몸을 갖게 한다. 나는 수직과 수평을 조율하며 얕고 깊은 호흡의 길이와 깊이를 또렷이 그려보려 한다.

조직이 두꺼운 광목천을 사용하여 요철과 질감을 그림의 요소로써 화면에 드러낸다. 요철 사이사이를 붓질로 메꾸기보다 롤러와 스펀지로 유화 안료를 두드리고 얹는 방식을 사용한다. 붓질의 수평적 움직임보다 수직적으로 쌓아가며 생긴 높낮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캔버스 공간을 분할하여 확장하는 화면의 깊이는 무너뜨리고 다시 세우기를 반복한 흔적의 깊이를 가진다. 표면의 색채와 텍스쳐를 만들고, 공간을 분할하여 형태를 형성하는 과정은 서로 개입한다. 하나의 선을 따라 걷는 걸음걸이가 발 딛고 있는 곳에 따라 달라지듯, 표면의 텍스쳐와 형성 방법은 형태의 조건이 된다. 천의 요철부터 겹겹이 쌓인 두께를 긁어내어 옴폭 패인 선은 층층이 쌓인 색을 드러낸다. 그 자리에 물감을 채워 넣거나 흐르게 하기도 하며 올록볼록한 표면은 그 흐름을 방해하기도 한다.

목소리의 떨림 속에서 문자에는 다 담길 수 없는 적막의 행간을 포착하듯 그림 속 호흡의 몸짓들은 그 너머를 떠올리게 한다. 몸짓들로 이루어진 문장을 상상하며 나의 이미지는 시지각적 차원에 머무르기보다 입체적 과정과 사고를 통해 구성된다.

 

작가 노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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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426-손지형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