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크롬 展

BLACKROM

 

김범중 · 설원기 · 정헌조 · 차명희

 

 

 

이목화랑

 

2024. 4. 19(금) ▶ 2024. 5. 14(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94(가회동 1-71) | T.02-514-8888

 

www.yeemockgallery.co.kr

 

 

정헌조 作_The hinge of the way, 2023_종이에 흑연_91x116.7cm

 

 

드로잉 기반의 작업을 해온 4인의 그룹전 제목 ‘BLACKROM’은 ‘블랙’과 ‘모노크롬’이 합성된 신조어이다. 모든 색의 종합인 블랙에는 모든 색이 잠재해 있다. 블랙은 단지 무채색으로 코드화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색과 빛을 품고 있으며, 그 깊이만큼이나 확장성을 가진다. ‘BLACKROM’ 전의 작품들은 온갖 색으로 가득한 세계에서 색을 극적으로 감축함으로서, 보다 응집력 있는 또 하나의 세계를 펼치려 한다.

색은 또한 일정 파동수를 가지는 빛이기도 하다. 어둠에서 빛이 나오고 빛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세계가 매번 다시 시작되고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잠, 꿈, 무의식의 시공간에 하나의 색/빛을 할당한다면 그것은 블랙이다. 네 작가들의 공통점은 회화와 드로잉이 수렴하는 지점에 있다. 차명희와 설원기는 자연과 일상에 뿌리를 내린 감성을 자유로운 선에 풀어낸다면, 정헌조와 김범중은 작가가 정한 엄밀한 규칙에 의해 작동되는 세계다. 한 선의 흐트러짐도 없는 정헌조의 작품은 경첩의 작동 방식과 비교된다. 또한 일정 간격으로 나뉜 수직면들이 중앙의 수평선에서 만나는 김범중의 작품이 현악기의 현처럼 울린다. 차명희와 설원기의 작품은 기억 쪽에 방점이 찍힌다면, 정헌조와 김범중의 작품은 치열하게 현재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차명희와 설원기의 작품에서 기억은 모월모일로 특정될 수 있는 사건의 회고가 아니라 시간의 시험을 이겨낸 본질의 다른 면이다. 과거는 자명하게 알려진 것이 아니라, 그래서 투명하게 재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적처럼 묻혀있다가 작업하는 손의 움직임에 의해 활성화되는 무의식의 편린이다.

현재 또한 미지의 것이다. 현재에의 주목은 지속적인 시공간의 갱신을 통해서인데, 이는 드로잉의 반복적인 선들이 행하는 것이다.

 

 

차명희 作_바라보다, 202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목탄_72.7x91cm

 

 

설원기 作_23, 2021_mixed media on mylar_22x28cm

 

 

김범중 作_Coherence, 2024_장지에 연필_100x10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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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40419-블랙크롬 BLACKROM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