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라 展

 

환영의 정원

Garden of the Illusion

 

겹겹이_33.5x53cm(x2)_Acrylic on canvas_2023

 

 

Gallery Doll

 

2023. 8. 10(목) ▶ 2023. 8. 27(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낯설고 흔들리는_117x91cm_Acrylic on canvas_2023

 

 

2012년과 2014년, 갤러리 도올에서의 전시를 위해 나는 기둥의 열주들로 가득한 공간을 겹치고 겹치며 < 공간의 적층 >을 그렸었다.
한 층 a layer 의 공간들은 어떤 기억들이였고, 그 위에 또 다시 올려지는 공간은 또 다른 어떤 시간이였다. 원근법의 교란, 건축물의 안 밖 공간의 뒤섞인 배열, 초 현실주의적인 그림자 서사 장치들이 층층이 공간으로 겹치며 이미지가 변형되고 결국에 어우러지는 모호하고 불가해한 환영은 내가 정의한 은유로서의 ‘시간’이자 ‘기억’ 그리고 사라지는 것, 즉 ‘부재’의 흔적이기도 하다.
시간은 기억을 중첩시키고, 욕망을 중첩시키고, 해석과 의미를 중첩시킨다.
그 중첩의 공간 안에서 개인의 신화와 내러티브들이 소근거린다.
바닥에 뿌리내린 기둥은 하늘을 향해 높이 오르며 양 팔을 벌리듯 좌우의 아치를 만들며 그 옆의 기둥의 아치와 만나 연결되고, 구조화 된다. 좌우로 벌려진 아치는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는 손짓처럼, 혹은 목적처럼 길고 시원스러운 ‘호선 arc’ 의 조형미를 만든다. 그렇게 반복된 아치 기둥은 열주를 만들고, 경계이자 경계가 아닌 구획을 만들며 비실재적 상상의 공간을 만든다.
식물이미지는 연속선상의 이미지의 변주로서, 수없이 겹쳐진 잎새들은 나란한 기둥의 열주들과 다르지 않다. 잎새들은 마치 기둥의 열주처럼 산개하며 혹은 미시의 공간을 나누며 존재한다.
잎새들은 마치 각자의 언어를 풀어내듯 와글거리고, 자신의 그림자와의 공간을 침범하기도, 겹쳐진 공간 속에서 변형되기도 하며 스스로의 존재를 기호화 한다. 이것은 실재하는 식물의 묘사가 아닌, 식물 혹은 잎새를 닮은 환영이고 식물 혹은 잎새를 대상화하여 토로하는 감정이다.

 

 

낯선_18x22.5cm(x3)_Acrylic on canvas_2022

 

 

뿌리내린 각자의 기둥 (줄기) 에서 발생한 많은 ‘호선 arc’ 의 ‘잎’ 들은 뻗어나가고, 모이고, 겹쳐지고, 얽히고, 기울어지고, 닿아있고, 흩어져있고, 숨겨져 있고, 숨어있다.

잎새와 잎새 사이의 공간에서 언어가 생겨난다. 그것은 감정이고, 기억이고, 흔적인 것처럼 중첩하며 속삭이듯 움직인다. 가득 채워진 밀도높은 언어는 시간과 공간의 간극을 컬러의 긴장이라는 조형요소로 채워버린다.
이파리의 뽀족한 끝매가 다른 잎새를 향해 길게 뻗은 조형미는 간절한 손짓 하나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무용수들의 손짓에서 읽히는 다양한 감정의 기호들처럼, 바람의 방향에 눕는 잎새들은 다른 방향의 잎새의 이미지에 중첩되며 흔적이 사라지기도, 변형되어 붓질의 역동성으로만 남기도 하며 겹쳐진 공간 사이사이에서 ‘잎’ 이 아닌 ‘붓질’로 현존해 버린다. 그리고 결국 ‘이미지의 겹침\'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몽환적 환영들은 오래된 기억과 꿈처럼 환영과 상상의 경계에서 모호해지고 투영된 이미지는 겹침으로 인한 이미지의 중복과 혼란을 불러일으키며 일종의 ‘변신 metamorphse\' 의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이 상상과 환영의 공간 안에서, 기둥과 기둥의 아치가 닿아 교차하듯이 식물은 높이 뻗어오르고 기울며 아치 기둥과 같은 조형 구조를 파생한다. 기둥은 식물로 변주되고, 식물은 반복되며 기둥의 열주로 변형된다.
식물의 이미지, 그 줄기와 잎새는, 그러나 어떤 특정한 이름으로 불리는 화초가 아니다. 그저 한 편의 기억처럼 애매하고, 희미하며, 변형되고, 겹쳐진, 멀기도 하고 가깝기도 한 기억의 표상으로서의 식물이다. 건축물의 열주처럼 곧게 뻗은 줄기와,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는 식물. 식물은 자신이 뿌리를 내린 바로 그 자리에서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사라진다. 그것은 결국 은유로서의 ’시간‘처럼, 그리고 ’기억‘처럼, 사라짐을 예견한, 부재를 함유한 ’현존‘이기도 하다.

 

 

서로의 뒷편_50x50cm_Acrylic on canvas_2023

 

 

닿다_61x41cm_Acrylic on canvas_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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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810-김미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