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식 展

 

10X16=1960

 

10x16=1960_50호F_Acrylic on canvas_2022

 

 

 

2023. 8. 9(수) ▶ 2023. 8. 15(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34-1 | T.02-736-6347

 

http://insaartplaza-gallery.com

 

 

10x16=1960_50호F_Acrylic on canvas_2023

 

 

가벼움과 묵직함, 파격과 절제의 레이어

신경희 (전시기획자)

 

격동하는 한국 예술 신(Scene)의 시간 속에서 작업에 임하는 작가라는 인류의 지속성과 유연성에 대해 먼저 짚어 보고 싶다. 문이식 작가의 작업에는 연결과 변주가 내재되어 있다. 해를 거듭하며 이어가는 작품과 작품 간의 맥락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녹여 내는 시도. 그 맥락에는 ‘정체성’이라는 주제가 외줄타기를 하듯 위태롭지만 끈질기게 연결되어 있으며, 새로운 시도는 표현 방식 혹은 색채의 긴장감이나 절제된 도발로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추상과 구상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실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듯 지속적인 연결과 유연한 변주가 담긴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는 문이식 작가가 지난 2022년 12월 제16회 대한민국 미술인의 날 미술인상 본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10x16=1960_100호F_Acrylic on canvas_2023

 

 

이번 ‘10X16=1960’ 연작은 정체성의 맥락을 이어가고 있다. 정체성은 그간 문이식 작가가 작업해온 모든 작품의 근저를 관통하는 광범위한 주제다. 작품명의 숫자는 작가의 출생과 연관된 것으로, 이러한 명명을 통해 더욱 직관적으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무엇보다도 ‘10X16=1960’ 연작은 표현 방식에 있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을 담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과 소통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가 반영되었다. 동물 형체를 등장시킨 장치는 마치 우화(寓話)를 접하는 듯 시선을 집중시키며 수용자가 작가의 작품 세계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때로는 직관적으로 풀어놓은 단어와 메시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또한 상황의 설정에서 위트가 느껴져 더욱 흥미롭다. 그러나 마냥 피식하고 웃을 수만은 없겠다. 어쩌면 동물 형체는 작가의 페르소나일 수도 있다. 작가의 분신이 프레임 너머에서 대중들을 관조하며 무언의 소통을 시도하고, 동시에 외부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기도 한다.

 

 

10x16=1960_30호F_Acrylic on canvas_2023

 

 

표면적으로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작품의 밀도는 결코 성글지 않다. 그의 작품은 섣불리 흉내 낼 수 없는 묵직함이 겹겹이 레이어(Layer)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혼돈스럽고 거칠지만 조율되어진 한 겹 한 겹을 올리고 또 올려 낸다. 이러한 묵직함은 생(生)과 사(死)라는 원초적 질문을 담은 작품 속에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낸다.

잉태의 숭고함으로 인식하고 다가가 보면 실상은 죽음을 빗대고 있다. 작품 속 죽음의 세계는 아득하게 흐려지며 너울거리지만 탄생과 동시에 언젠가는 맞닥뜨리게 되는 필연적인 귀결이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에 대해 작가가 통렬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다. 잉태된 시점부터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우리는 결국 유한한 존재로서 그저 현생을 유영하다 끝끝내 소멸하고 말뿐이다. 이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서사를 작가는 하나의 단편처럼 응축시켰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삶과 죽음, 존재와 부재, 사이와 경계에 대해 생각하도록 우리를 이끈다.

 

 

CHARLIE CHAPLIN_50호F_Acrylic on canvas_2023

 

 

문이식 작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한 결과를 어느 순간 문득 화폭에 눌러 담는다. 때로는 즉흥성이 발현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과거 언젠가 스쳤던 단편들의 축적에서 기인한 것이다. 붓을 들면 그의 시간은 붓끝에 매달려 밤새 휘청휘청 끌려다닌다. 담금질하듯 강렬한 붓질의 향연이 끝나면 비로소 새로운 세계와 마주하게 된다. 본질이 고스란히 투영된 또 하나의 세계. 한 발 물러서 그 세계를 바라보는 순간은 다시금 정체성을 확인하게 되는 시간이다.

작가의 세계를 수용하기에 화폭이 너무 작은 것은 아닐까. 어찌 되었든, 문이식 작가와 동시대를 살며 그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울 따름이다.

 

 

10x16=1960_50호F_Acrylic on canvas_2023

 

 

LOVE_100호S_Acrylic on canvas_2023

 

 

 

 

 
 

문이식 | Moon Lee Sik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석∙박사수료

 

개인전 | 14회 | 인사아트플라자, 인사아트센터, 디아트, 경향신문, KBS, 용인송담대학교 등

 

국제 초대전 및 단체전 | 350여회 | 서울(한국미술협회 초대작가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용인, 부천, 미국, 중국, 일본, 캐나다,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심사, 운영 | 중앙일보 회화대전 심사위원장 |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및 운영위원 | 평화 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 경기디자인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 커뮤니케이션 국제공모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 한국상품디자인힉회 국제공모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 | 호국미술대전 심사위원 | 통일문화제운영위원 | 회룡미술제 심사위원 | 각종 조형물 미술장식 환경조형 등 심사 및 심의 70여회 역임

 

수상 | 2022년 제16회 대한민국 미술인의날 '미술인대상' 수상 |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특선 등

 

현재 | 한국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 용인예술과학대학교 교수

 

E-mail | moon@ys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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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809-문이식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