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로야 展

 

소류지/범람 중

 

 

 

PLACE MAK2

 

2023. 8. 5(토) ▶ 2023. 8. 27(일)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622

 

www.placemak.com

 

 

Wetland and Self-organization 1_54x39cm_mixed media on paper, aluminum frame_2023

 

 

닫는 글:
맞지 않는 시제에 살며 뒤틀린,
표준에서 미끄러지는 상태의 몸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늙어
세계에 스며드는 악몽과 길몽 사이.

『소류지/범람 중』은 (여성) 주체의 몸들이 가진 내∙외적 취약성이 세계와 연결되고 얽히며 만드는 균열과 파동의 감각을 다루었다. 우선 페미니즘과 여성을 통과하는 과거 작업의 일부를 버리거나, 고쳐 쓰거나 다시 씀으로써,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관망한 감각이나 해소하지 못한 태도에 반문하였다. 이는 4월에 진행한 『봄못/양생 중(vernal pond/curing)』의 주제였던 소진된 신체와 회복된 상태가 공존하는 시점과 장소를 과거의 텍스트와 이미지로 재맥락화한 프로젝트와도 느슨하게 연결된다. 당시는 자기애와 자기혐오의 모순을 인지하고, 다르게 전시를 볼 수 있는‘중요한 타인’을 초대하여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정혜, 안팎, 오선영, 사랑해, 최현숙이 각자 투쟁 중인 사건과 언어를 나/나, 나/너, 나/우리의 관계를 통해 톺아본다. ‘중요한 타인’인 그들과 접촉하며, 자기 연민의 감정을 버리되, 자기 친밀감으로 다독여 서로를 조금씩 다듬어 가려는 정서에 집중했다. 알 수 없는 시점의 편지이자 전시 제목인 소류지는 평지를 파고 둑을 쌓아 물을 담아 둔 농업용수용 작은 습지를 뜻한다. 실제 목도한 소류지, 저수지, 자연 습지 그리고 한여름의 서울역 인근은 그 주변과 사적 경험이 뒤섞여 죽음과 삶이 들끓고 넘치는 생태계였다. 자연-문화적 감수성과의 시도한 우리의 이야기는 아직 범람 중이다. 인과를 가늠하지 않고 중요한 타자와 만났을 때 열리는 세계를 보고 싶기에 여는 글은 지난 프로젝트에 이어 역시 쓰지 않았다.

본 프로젝트는 지운 작업의 일부가 신작이 되고, 지우지 않은 지난 작업과 자료를 정리하여 주제에 맞게 영상, 드로잉, 텍스트 매체를 재구성하여 선보입니다. 많은 방문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엮음: 봄로야(시각예술가, 기획·매개자)

참여: 김정혜(시각예술 기획자), 사랑해(예술가), 안팎(글 쓰는 사람), 오선영(시각예술가), 최현숙(홈리스 현장 활동가)

 

 

Wetland and Self-organization 2_54x39cm_mixed media on paper, aluminum frame_2023

 

 

안팎X봄로야

도시 중심의 산책로를 벗어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함유한 소류지와 저수지를 방문하며 얽히며 겪는 여행기. 습지가 갖고 있는 삶과 죽음의 성질을 체화하려는 시도를 포기하게 됨과 동시에 살아있다는 감각을 느끼게 된 경위를 팩션으로 풀어낸다.

최현숙X봄로야

홈리스 현장 활동가이자 작가인 그녀와 그녀의 뒤를 쫓는 몸과 말이 서울역 광장, 인근 홈리스 텐트가 위치한 공원, 최근 쫓겨나 현재는 텅 빈 서울역 지하를 통과한다. 습한 광장과 통로는 최현숙이 갖고 있는 과거 액체증과 도벽의 트라우마와 연결된다. 늙어가는 신체의 주름과 굳어진 얼굴의 매무새는 홈리스 현장을 떠도는 생과 쓰기, 실천의 수행이 섞여 단단하다.

김정혜X봄로야

물, 흙, 이끼, 덤불 그리고 우연히 내린 폭우는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닌 관계에 대한 질문을 공유한다. 느닷없이 홀로 제주에 발 딛고 그 땅에 살며 길 위에서 죽어도 좋겠다는 마음과 우정과 사랑 사이 멜랑콜리아가 작용하며 늙음과 소녀의 마음이 충돌한다.

사랑해 <차라리 내가 디딘 땅에 발을 붙이고> 2022, 00:04:10, 단채널 비디오

소수자성을 가진 몸이 습기가 뭉친 갯벌과 도시의 재개발 현장을 맨발로 걸으며 불건강, 교란성, 통제 불가능성으로부터 도망가지 않는 상태에 머문다. 탈출과 안전을 쉽게 약속하지 않은 그녀의 선택이 세계에 온전히 발견되고, 아무렇지 않게 스며드는 순간을 기다린다.

오선영 <Paludarium> 2022, Performance. 00:20:00 (full ver.00:40:00)

숲과 물 사이 드러누운 그녀는 중력을 거스르며 일어나다가 죽음을 마주하듯 온몸을 늘어뜨리길 반복한다. 숨을 쉴수록 고인 물이 부패하며 그녀의 몸에 침투한다. 분절된 몸짓은 무언의 분노와 자책을 내뱉으며 보는 이에게 말을 건다. 슬픔과 고통의 겹이 늪지대를 닮은 공간 아래 쌓인다.

 

 

Wetland and Self-organization 1_22x32cm, mixed media on paper_2023

 

 

사랑해_차라리 내가 디딘 땅에 발을 붙이고, still cut_4min 10sec_Single channel video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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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805-봄로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