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하나에 집중하며 그리다 보면 전체가 어떤 모습인지 떠올릴 겨를이 없다. 물감을 얹는 순간은 그 터치가 이 세상의 전부인 것 같다. 수행자적인 태도 속에서 만들어진 마티에르의 흔적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매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특별한 나날을 추억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삶의 끄트머리에서 보면, 보통의 날이 전체를 이루듯.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이, 또 우리 자신이, 작은 일부이면서 또 동시에 우주의 전체라는 것을 느낀다. 흘리듯 보내는 일상의 어느 한때는 너무나도 소중한 인생에서의 한 페이지면서 전부인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정처 없이 우주를 부유하며 서로의 궤적을 그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