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展

 

Where, 여기

 

 

 

PIBI GALLERY

 

2023. 6. 8(목) ▶ 2023. 7. 22(토)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25-6 (삼청동, 블루웍스사옥) | T.02-6263-2004

 

www.pibigallery.com

 

 

 

 

피비갤러리는 2023년 6월 8일부터 7월 22일까지 공감각적 오브제와 설치를 통해 ‘전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지각 경험을 제시하는 이은선의 개인전 를 개최한다. 이은선은 사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관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를 공간 설치 작업으로 연결한다. 2017년 피비갤러리 첫 개인전 에서는 어린시절 누구나 경험했던 ‘땅따먹기 놀이’의 구조를 가져와 상호 의존적이면서도 연쇄적으로 나타나는 놀이의 속성을 공간화 시켰다. 관계의 표상이 주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이은선은 공간의 특성에 따른 유연한 스케일로 공간설치, 야외 프로젝트 등 전시장 안팎을 넘나드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개인이 공간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밀한 이야기를 새로운 공간으로 확장해가는 설치 작업을 전개하면서 물리적 외형이 없는 ‘관계’의 속성을 빛과 색 같은 비물질적 요소들의 변주를 통해 자신만의 관계의 미학을 만들어가고 있다.

6년만의 피비갤러리 개인전 에서 이은선은 소위 ‘화이트 큐브’라 불리는, ‘전시 공간’ 자체를 탐구하는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전시가 이루어지고 때로는 비워지는 갤러리 공간을 ‘liminal space’ 즉 시간적 혹은 공간적 변화에 맞물려 있는 경계지점으로 인식하고 이를 자신이 감각한 새로운 공간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물리적으로 항상 존재하는 전시 공간에 대하여 작가는 ‘전시’라는 컨텐츠가 없을 때 “전시 A와 B사이에서 슬며시 드러나는 맨 살 같은 공간”으로 느껴진다고 말하며 이러한 ’여기의’ 상황에서 공간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였다.

이은선은 에서 갤러리의 내부 공간 자체를 전시와 작품의 요소로 가져온다. 단순히 어떤 장소에 작품을 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간이 가지는 절대적이고 물리적인 조건을 이용하되 자신이 구상한 상황과 오브제를 공간에 결합시키기 위해 장소의 조건을 재설정하고 비튼다.

입구에 부착한 붉은색 컬러 필름지는 자연의 빛을 왜곡하여 투과시키고 안쪽의 인공 조명에 닿아 빛의 또 다른 층위를 이루게 한다. 내부 바닥에는 LED조명이 벽면과 나란하게 혹은 어느정도 경사를 두고 설치되면서 공간에 대한 감각을 새로이 한다. 자연-인공 빛의 역학관계 속에서 LED조명은 가시적이고 고정적인 공간의 구조와 경계를 가로질러 새로운 공간성을 형성하면서 지각 가능한 또 다른 공간의 체계를 만들어낸다. 물리적 공간의 틀에 빛으로 인한 선형 구조가 겹쳐지면서 공간이 비틀리고 보는 이의 감각도 흔들린다. 관람객은 LED조명이 그어내는 선을 마주할 때 보이지는 않지만 빛으로 인한 공간의 분리를 인지하게 된다. 마치 허공에 빛이 만든 스크린이 있는 것처럼 공간을 한층 구체적인 존재로 재감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작가는 전시장 곳곳에 감각에 대한 힌트가 되는 오브제를 가져다 두었다. 전시장 중앙 원형기둥에 박힌 셔틀콕은 배드민턴 공으로서의 통통 튕기는 운동성 대신 뾰족한 깃털을 내보이며 촉각성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이 장치가 관람자의 감각을 예민하게 일깨우고 본격적인 감각의 탐험을 위한 자극제가 되기를 바란다. 바닥에 놓인 짐볼은 비정형으로 구겨진 모양 때문에 원래의 모습과 용도를 단번에 알아차리기는 힘들다. 이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만져보았을 때 우리는 이전에 경험한 통증에 대한 감각과 그를 해소하기 위해 매우 직접적으로 짐볼을 몸과 관계시켰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 ‘감각장치’들은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작가가 사용하는 다른 재료와 전체 공간의 구조에 반응하며 유동적이고 가변적으로 바뀌어갔다. 촉각적인 셔틀콕과 통각적인 짐볼은 관람자의 기억 그리고 ‘여기’에서의 체험과 결합되면서 보다 공감각적인 경험으로 이끄는 오브제로 확장될 것이다.

이은선이 에서 근본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관계에 대한 감각’이다. 그것은 작가가 느끼는 감각인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험하여 가지고 있는 감각일 것이다. 작가는 갤러리 공간의 네 벽면을 ‘움직여가며’ 이를 환기하는 장을 ‘여기’에 제시하여 공간에 대한 또 다른 감각과 대상에 대한 또 다른 감촉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이때 전시공간이라는 관념적/물리적 장소는 관람자의 신체를 매개로 한 감각적 경험의 장으로 전환된다. 작가는 작품이 작동하는 시간이 전시의 현장에서만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전시의 감각은 창작에서 감상으로 전이된다. 공간의 물질성과 선형적 구조를 ‘비틀어(tilt)’ 또 다른 공간으로 치환되는 이곳을 거닐 때, 관람자는 스스로의 좌표를 다시 깨닫거나 방향을 재설정하거나 자신의 속도와 감각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그때 작품이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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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608-이은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