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덕 展

 

퍼즐일구오Ⅲ2023_162.2x130.3cm_oil on canvas_2023

 

 

대전갤러리

 

2023. 5. 17(수) ▶ 2023. 5. 26(금)

Opening 2023. 5. 18(목) pm 5

대전광역시 중구 중교로 56(대흥동 418-1)

 

 

퍼즐일구오 2022_53.0x45.5cm_oil on canvas_2022

 

 

선線과 결의 촉지적 어울림

 

변청자 | 미술학 박사, 미술평론가

 

“신용덕의 그림은 전통적 모티브를 통한 시각적 인식을 넘어 색으로써 촉지적(觸知的)으로 경험되는 두텁고 거칠고 견고한 실물이 된다. 이로써 작가는 그림이란 어떤 것을 대신하는 이미지(像)가 아니라 현전하는 실체(實體)이며, 화가는 그것을 가장 처음 알아채는 존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 평론 “그리기와 그림의 알고리즘” 中에서 -

 

더도 덜도 말고 딱 10년 만이다. 2013년 4월 첫 번째 방문한 신용덕의 작업실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캔버스들과,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화폭들 사이로 겨우 까치발을 떼어야 움직일 수 있는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크고 작은 캔버스들에 정성스럽게 씌워놓은 포장을 힘겹게 풀어헤치며 열정적으로 자신의 작업에 관해 말을 쏟아내던, 작은 체구가 무색할 정도로 뿜어나오는 화가의 열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3년 4월 나는 다시 그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그사이 이사했는지) 분명 다른 장소지만 기시감이 들 정도로 모든 것이 흡사하다고 느끼는 순간 파편화된 화려한 색편으로 가득했던 예전의 작품들 옆으로 서로 다른 마티에르의 선들이 얽히고설킨 새로운 화폭들이 눈에 들어왔다.

 

 

퍼즐일구오lll 2022_72.7x50.0cm_oil on canvas_2022

 

 

‘기와’ 연작이다. 이들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6년 경이지만 기와로 대표되는 한옥에 관한 관심의 표출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의 기억과 결부된 집에 대한 아련함이 한옥이라는 소재와 결부된 것은 초기 작품 <동춘당의 봄>(2000년)에 잘 나타나 있다. 비록 서까래와 대들보만으로 기와의 존재를 드러내는 최근의 ‘기와’ 연작이 실물 기와의 부재(不在)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과 장소에 대한 그리움을 환기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처마, 지붕, 문틀, 돌담까지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마치 집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대문 안에 또 다른 기와지붕의 문을 그리고 있어 겹겹이 둘러싸인 한옥의 공간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아마도 작가는 점진적으로 안쪽으로 들어가는 한옥 공간으로부터 무의식적으로 ‘겹’을 감지하면서 그리움이 자리하는 심연으로의 가능성을 찾아냈을 것이다. 이후 작가는 궁궐이나 한옥이 남아있는 지역들을 돌아다니면서 오랜 세월을 견뎌내는 묵직한 지붕의 무게감과 작은 조각들이 이어진 기와 선의 어울림이 만들어내는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캔버스 안에서 집채보다 큰 지붕들이 모여 힘의 완곡이라는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 흐름을 뜻하는 우리 말 ‘물결, 머릿결, 나뭇결’이나 ‘한결같다’와 같은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결’은 하나의 방향으로 멈추지 않고 지속하면서 생기는 무늬이자 세월을 기록해놓은 문양이며,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시간과 기억의 고리들이다.

 

 

퍼즐일구오lll 2023_72.7x53.0cm_oil on canvas_2023

 

 

한옥의 지붕은 산과 물의 흐름을 닮았다던 누군가의 말처럼 신용덕의 화면 안으로 들어온 지붕과 기와 선으로부터 유래한 결들은 얼핏 보면 산맥 같고, 파도의 일렁임 같기도 하더니,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 잎들이 바람에 사부작거리며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색동저고리의 소매 같기도 하다. 이전 작품인 ‘빛의 알고리즘’ 연작처럼 캔버스 위에 강렬한 바탕색을 여러 겹으로 칠한 후 중간 톤으로 줄지어 늘어선 기와지붕을 비슷한 길이와 굵기의 선(線)을 일정한 방향으로 중첩 시키며 전면으로 덮어 나가더니 그 위로 굵은 물감층을 만들어낸다. 찐득하게 묻어날 것 같은 물감 덩어리는 붓으로 그렸다기보다 두꺼운 색면(色面)을 쌓은 후 그 위를 긁어서 파낸 것 같은 거친 질감을 생성한다. 100호 이상의 큰 화면 전체를 가늠하기 위해 작품으로부터 한 발씩 멀어져 가면 화면 위에서 출렁이던 재질감이 사라지면서 짧고 균일선 선들의 배열이 형성하는 엇박자의 경쾌한 리듬감이 살아난다. 같은 화면에서 산출되는 거친 재질감의 촉각 경험이 어느 순간 선들의 배열이라는 시각 경험으로 전환되면서 신용덕의 ‘기와’ 연작들은 서로 다른 감각이 교차하는 ‘촉지적’ 경험의 장으로 전환된다.

 

 

퍼즐일구오lll 2022_40.9x27.3cm_oil on canvas

 

 

촉지적(haptic)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만진(touch)다는 뜻의 합테스타이(haptesthai)에서 유래한 것으로, 피부가 물체 표면에 닿았을 때 느끼는 촉감(tactile feedback)과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이 방해받을 때 느껴지는 근 감각적인 힘(kinesthetic force)이라는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경험의 한 종류이다. 2차원의 표면을 만지는 촉각의 작용이 자극을 평평하지 않은 다른 느낌으로 인지하게 하는 이러한 감각은 촉각적 교감으로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시각적 이미지라는 ‘상(像, image)을 형성하는데, 이때 우리는 가상의 실재감이라는 모순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작용을 작가는 가장 전형적인 재료인 캔버스와 물감에만 의존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산출한다. 물감을 붓에 묻혀 캔버스에 발라 색으로 면을 만드는 방식 이외에 주사기에 물감을 담아 짜내거나 흘리기도 하고, 물감의 점성을 이용하여 캔버스에 댄 붓을 천천히 떼어내면서 물감이 부분적으로 딸려 나오게 하는 등 다채로운 색만큼이나 다양한 질감을 만들어낸다. 이 지점에서 화가의 그리기는 매우 노동집약적인 작업이 되고 동시에 행위의 흔적들이 물질의 중첩과 시간의 지연 같은 이질적인 것들을 접합시키는 묘한 어우러짐을 이루게 한다.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을 정도의 생생한 물성으로 가득 찬 작품의 표면은 다채색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화려한 색의 향연, 물감의 텍스처와 함께 지붕의 골격을 연상시키는 붓질과 기와 선들이 만들어내는 결들이 어우러진 입체적인 풍경이 되고 있다.

 

2023년 5월 17일

 

 

퍼즐일구오 2020_65.2x53.0cm_oil on canvas

 

 

퍼즐일구오 2021_227.3x181.8cm_oil on canvas_2021

 

 

퍼즐일구오lll 2022_72.7x50.5cm_oil on canvas

 

 

 

 

 
 

신용덕 | 慎鏞德 | Shin Yongdeok

 

단국대학교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졸업 미술학박사

 

개인전 | 22회 (서울, 대전, 미국) | 국제전 및 개인부스전 | 20회 | 단체전 및 초대전 | 320여회

 

2023 신용덕 개인전<선(線)과 결의 촉지적 어울림> (대전갤러리, 대전) | 2021 신용덕 개인전 <기억의 편린으로 찾아가는 퍼즐일구오II> (대전, 현대갤러리) | 2020 신용덕 초대개인전 <기억의 편린으로 찾아가는 퍼즐일구오> (서울, 세종호텔갤러리) | 2020 제 19회 개인전 <기억의편린으로 찾아가는 퍼즐일구오> (이공갤러리, 대전) | 2019 제18회 신용덕 초대개인전 (시농갤러리) | 2018 제17회 신용덕 개인전 <기억의 편린으로 찾아가는 빛의 알고리즘 ll> (대전예술가의집, 대전) | 2017 제16회 신용덕 개인전 <기억의 편린으로 찾아가는 빛의 알고리즘> (대전예술가의집, 대전) | 2016 제15회 신용덕 초대개인전 (퀸시갤러리-미국플로리다) | 2013 제14회 신용덕개인전 D M C 갤러리(DMC갤러리, 서울) | 2013 제13회 신용덕개인전 (박사학위청구전) (토프하우스, 서울) | 2012 제12회 신용덕 기획초대개인전 (DMC갤러리, 서울) | 제11회 신용덕개인전 (대전갤러리, 대전) | 2009 제10회 신용덕개인전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 제 9회 신용덕개인전 (현대갤러리, 대전) | 2007 제 8회 신용덕 초대개인전 (한밭도서관 갤러리, 대전) | 2006 제 7회 신용덕개인전 (타임월드갤러리, 대전) | 제 6회 신용덕 초대개인전 (한전아트센타, 서울) | 2005 제 5회 신용덕개인전 (타임월드갤러리, 대전) | 제 4회 신용덕 초대개인전 (한전아트센타, 서울) | 2004 제 3회 신용덕개인전 (타임월드갤러리, 대전) | 2003 제 2회 신용덕개인전 (타임월드갤러리, 대전) | 2001 제 1회 신용덕개인전(대덕구문예회관, 대전)

 

부스전 및 국제아트페어 | 20회 | 서울, 대전, 고양시, 평택, 미국, 중국, 파리(프), 루앙(프), 영국(런던) 부산, 이탈리아, 파라과이 | 2022 파라과이 아트페어 (파라과이, 국립미술박물관 아순시온) | 2022 이탈리아 아트페스트벌 (안토니아 바탈리아 갤러리, 이탈리아) | 2021 대전국제아트쇼 개인부스전 (대전, 대전골든하이켄벤션센타 유성) | 2020 아트대전 100인 부스전 (대전, 대전예술가의집) | 2020 ART FUTURES TAIPEL (타이페이 당다이 아트페어) (TAIPEI city 105, Taiwan) | 2019 블루아트페어 (시타딘 해운대 부산 호텔, 부산) | 2019 아트대전 100인 릴레이전 개인부스전 (대전KBS방송국, 대전) | 2019 ARTASIA (COEX, SEOUL) | 2019 부산 화랑미술제 (부산, 백스코) | 2019 AAF LONDON HAMPSTEAD (영국, 런던) | 2018 대전 국제아트쇼 개인부스전 (대전 무역센타, 대전) | 2018 KOREA LIVE ART FAIR 개인부스전 (place de basse vielle 76000 Rouen, France) | 2018 루브르 박물관 아트페어 개인부스전(2018 paris carroues du louver)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파리) | 2018 세계 속의 한국 현대 미술전 개인부스전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미술관 | 2017 KOREA LIVE ART FAIR 개인부스전 (Grand Grenier à Sel : Honfleur FRANCE) | 2016 대전 국제아트쇼 개인부스전 (대전 무역센타, 대전) | 2012 2012 USA 하와이 한국현대미술축전 개인부스전, 미국, 하와이 (KOA ART GALLERY, USA HAWAII) | 2011 서해아트페어 개인부스전 (평택호 예술관, 평택) | 2009 KOREA&CHINA Oriental Painting Art Festival 개인부스전 (중국북경798 갤러리 space DA) | 2009 D C A E(Daejeon Contemporary Art Special Exhibition) 개인부스전 (대전갤러리, 대전)

 

작품소장 | 서울세종호텔

 

현재 | 한국미술대전 초대작가 | 대전광역시미술대전 초대작가 | 한국미술협회 | 대전미술협회 | 단국대학교 동문전 | 미로회 | 한남대학교, 배재대학교 강사역임 | 한국미술진흥원 연구원, 초대작가

 

Cafe | https://cafe.daum.net/SHIN-YOUNG-DEUK

E-mail | ejr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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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517-신용덕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