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은 展

 

진정한 여행

True Travel

 

My First National Park_72.7x90.9cm_oil on canvas_2022

 

 

갤러리 도올

 

2023. 3. 3(금) ▶ 2023. 3. 26(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Gallery Walk_91.0x116.8cm_oil on canvas_2022

 

 

나에게 여행은 무엇이었을까.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며 고민해본 것이다.

생각을 비우기 위한 여행은 어떤 성취나 목적을 동반하게 되었고, 마무리 짓고 떠난 발길은 새로운 시작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지에서 미술관과 갤러리라는 장소를 가는 것은 나에게 의무 같은 규칙이었다. 그래서일까 공간의 빛과 그림자, 사람, 작품이 아니었던 것들에 더 눈길이 갔다.

그곳에서 남겨진 사진들이 있다.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장면의 풍경들, 사람이 중심이 된 스냅 사진과 같은 것들이다. 사진들을 확대해보니 어딘가에는 그때 미처 보지 못했던 장면이 포착되어 있었다. 작업하기 위해 사진을 남겼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피사체가 아닌 숨은 장면과 남겨진 여행의 단면을 작업으로 옮겨보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겠다 생각했다.

2021년부터는 이전에 그렸던 작업(일종의 정물화로 규정지었던, 가방 속 소지품을 사실적으로 그렸던 그림)에서 여행지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작업의 형식을 바꿨다. 단단히 색감을 채우고 묘사하는 표현 방식이 이전 작업의 영향으로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조금 더 관대한 태도로 속도감 있는 붓질을 시도해보려 노력했다. 나의 작업에 있어서 조형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고민에 대한 결과가 사실은 크게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이것이야말로 나에겐 정말 필요한 단계임은 분명할 것임을 믿는다. 여행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되듯 작업도 한 걸음 여유를 가지고 대하길 원했다.

이번 전시에는 미국여행 때 보았던 장면들이 많다. 특히 자본주의의 도시 뉴욕에선 돈이 아닌 다른 것들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유명 레스토랑을 찾아 다니며 호사를 누리기보다는 거리 음식이나 마트에서 사온 것들로 끼니를 해결했고, 많이 걷다 보니 보이는 것들도 많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소한 것으로부터 감정적 풍요를 얻게 되고, 지친 이동의 틈에서 촉발되는 우연은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익숙치 않은 새로운 장면들은 나를 도시 속 관찰자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내가 원했던 여행이란 새로운 회화기법과 영감을 얻는 수단이나 도구이기 보다, 이렇게 소소한 행복의 가치를 깨닫는 것에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누군가는 주목하지 않았을 여행의 장면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나라는 여행자의 시선으로 마주친 장면을 작업으로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각자의 눈으로 또 다른 경험을 가지길 바라본다.

 

 

Juliana's Pizza_65.1x65.1cm_oil on canvas_2022

 

 

Cinque Terre2_65.1x45.5cm_oil on canvas_2022

 

 

Discovered Scene1_45.0x53.0_oil on canvas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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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303-안다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