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혜 展

WUI, YOUNG HYE

 

절실한 만남을 품다

Embracing Earnest Encounters

 

절실한 만남X.3 (Earnest EncountersX.3)_129.8x161.7cm_Mixed media on canvas_2023

 

 

 

2023. 2. 23(목) ▶ 2023. 3. 5(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18 | T.02-720-5114

 

www.kumhomuseum.com

 

 

절실한 만남X.4 (Earnest EncountersX.4)_129.8x161.7cm_Mixed media on canvas_2023

 

 

위영혜, 색종이로 직조된 조화의 공간

 

위영혜의 그림은 모종의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은 소용돌이치는 물결 같기도 하고, 들판의 꽃송이 같기도 하고, 잎사귀가 수북이 쌓인 것 같기도 하다. 말하자면 무언지 모를 이미지들이 색깔의 옷을 입고 선율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현란한 것 같으나 눈의 자극에 호소하지 않고, 부산한 것 같으나 안정되어 있으며 복잡한 것 같으나 통일성 있는 패턴을 잃지 않는다.

위영혜의 작업은 종이를 찢고 칠하고 붙이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그림은 일일이 찢은 종이에 색을 입혀 화면에 붙인 것이다. 먼저 종이를 크고 작은 크기로 찢는데 여기에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손으로 종이를 일일이 찢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찢겨진 종이는 정해진 룰에 따르기보다는 불규칙하고 임의적이다. 하나의 모양이 아니라 제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른 종이에 색을 입힌 다음 작가는 붙이는 과정을 밟는다. 채색한 종이 밴드를 그림 그리듯 붙이는 과정은 그를 매우 즐겁게 한다. 화면 중심에서 시작하든 가장자리에서 시작하든 채색된 종이를 붙여나가기 시작하면 천에 염색을 들이듯이 순식간에 전체로 번져나간다.

 

 

절실한 만남X.2 (Earnest EncountersX.2)_130.3x162.2cm_Mixed media on canvas_2023

 

 

“꿈틀거리는 형상들 속에서 중심의 색과 형, 생명 탄생에서 시작한다. 주변의 또다른 색과 형의 탄생이 이어진다. 이를 '절실한 만남'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채롭게 서로 상관하며 만나 퍼져나가는 형상들을 보게 된다.” (작가노트 중에서)

 

작가는 적잖은 시간과 노동이 수반되는 작업의 특성 때문에 지칠 때도 있지만 몰입의 즐거움 때문에 하면 할수록 더욱 흥미롭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마다 다양한 표정을 짓고 모호성을 유지하기 때문에 무어라 딱 규정하기 어려우나 그만큼 암시성이 더 깊어진다. 메타포라고도 할 수 있는 암시성, 바로 여기에 그의 작품의 독특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의 이미지를 이파리에 견줄 수 있다면 그 이파리는 주변의 이미지와 교차하고 중복되고 어우러지는 양상을 띤다. 이파리로 뒤덮인 화면으로 각기 다른 형태와 색의 멜로디가 혼합되어 환상적인 공간을 만든다. 여기서 좀 나가면, 자연의 모티브에서 추출해온 이파리는 인생길에서의 만남으로 연결된다. 흔히 인간을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라틴어로 '길 위의 사람'이란 뜻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이 용어를 가치 있는 삶을 찾아 나서는 사람을 일컬을 때 사용한다.

 

 

절실한 만남X.1 (Earnest EncountersX.1)_ 72.7x60.6cm_Mixed media on canvas_2022

 

 

위영혜의 인생길에서의 만남은 우회로, 막다른 길로 이어질 때도 있으나 주변 사람들의 만남으로 인해 희망과 용기를 얻기도 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서로 끌어안음, 눈 맞춤, 포용, 생동감과 활력이 보이는 움직임'을 불어넣는다. '서로 끌어안음, 눈 맞춤, 포용'과 같은 용어는 현대미술에서는 낯선 개념들이다. 이는 현대미술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지지대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있음을 말해준다. 그럼에 반해 위영혜의 작업은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우리의 삶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그림은 희망에 차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방출한다. 그림을 계속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기쁨과 설렘의 감정이 전해지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기쁨은 많은 것을 움직이게 하고 고무적인 동력을 제공한다. 그것은 외부세계를 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우리 마음을 꽃밭으로 만든다.

마틴 부버(Martin Buber)의 '나와 너'(I and Thou)는 우리 사회에 두 가지 형태의 관계를 제시한다. 하나는 '나와 그것'의 관계이다. 여기서는 어떤 대상을 알고 활용하고 목적에 이용하는 것처럼 타인을 경험한다. 이것은 쓸모는 있지만 의미 있는 방식으로 참여하지 않는 관계이다. 다른 하나는 '나와 너'의 관계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타인과의 만남 속에서 관계를 형성한다. 사람들은 타인과 함께 참여하고 경험을 나눈다. '나와 너'의 관계는 공감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에 중요한 부분이다. 작가가 그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것은 '나와 너'가 공존하는 사회이자 그런 사회에 대한 소망에 있다. 작가는 이 친화적인 관계를 표현하고자 표현한다.

 

 

절실한 만남-X (Earnest Encounters-X)_116.8x91cm_Mixed media on canvas_2020

 

 

근작을 통해 그는 추상적 패턴 위주에서 멋진 풍경화를 연상시키는 콜라쥬 작업을 선보인다. 들판에 핀 식물이랄까 하늘과 땅 사이를 채운 풍경적 추상화를 보게 된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만남의 모멘텀을 더 넓은 공간으로 옮기고자 한다.

물론 그의 회화는 율동감과 색채조화를 특징으로 하는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의 추상과는 궤를 달리 한다. 들로네의 추상이 시각적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위영혜의 작품은 같은 추상이더라도 '관계'의 중요성이 암시되도록 계획되었다. 그의 형태와 색상은 말하자면 삶의 흔적을 머금고 있는 상징적인 매개물이며 서로 다른 개체들로 촘촘히 직조되어 있다. '나와 너'가 만들어가는 세계의 풍경인 셈이다. 그리고 그 세계는 우리가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셈이다. 풍경과  추상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이지만 작가는 그 모호함 속에서 의미의 지평을 넓히고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근작에서는 형태의 움직임이 더 커지고 색상도 더 밝아졌다. 기쁨은 영혼을 먹이듯이 그의 화면도 술렁이게 한다. 자신이 체험한 것이 마음에 간직되고 그것은 그에게 지속적인 영양소가 된다. 기쁨이 존재하는 자리는 영혼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멜로디에 빠져드는 자리이다. 위영혜의 작품은 이 점을 확인시켜준다.

 

서성록(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절실한 만남-VI (Earnest Encounters-VI)_72.7x60.6cm_Mixed media on canvas_2020

 

 

절실한 만남-IX (Earnest Encounters-IX)_72.7x60.6cm_Mixed media on canvas_2020

 

 

절실한 만남-II (Earnest Encounters-II)_72.7x60.6cm_Mixed media on canvas_2018

 

 

 

 

 
 

위영혜 | Wui, Young hye

 

1984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 1982 홍익대학교 미술교육과 서양화 전공 졸업

 

개인전 | 2023 절실한 만남을 품다(금호미술관, 서울)

 

단체전 | 2022 | 홍익루트 정기전(호마갤러리 홍익대학교, 서울) | Art Feast 온라인전 '새노래' | 제10회 Art Feast전(마루아트센터, 서울) | 2021 | 홍익루트40 1982-2021(호마갤러리 홍익대학교, 서울) | Art Feast전(금보성아트센터, 서울) | 2019~2020 | 홍익루트전(토포하우스, 조선일보미술관 & 토포하우스, 서울) | 2017~2020 | Art Feast전(선바위미술관, 한전미술관, 온라인전&카루소갤러리, 서울) | 2017 | 영락미술인선교회전(토포하우스, 서울) | 1987 | 제13회 서울현대미술제(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 대전'87 청년 트리엔나레(대전시민회관, 대전) | 1986 | 86 현대회화 동향전(중앙청역 전시장, 주최 제3미술관, 서울) | 제3회 제3현대미술전(대전시민회관·대전문화원. 대전) | 인화랑 개관기념 20대작가 초대전(인화랑, 서울) | 1985 | 제2회 제3현대미술전(전라북도예술회관, 주최 제3미술관, 전주) | 프론티어제전(동덕화랑, 서울) | 제19회 한국미술협회전(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KIS'85 군산국제현대미술전(전북예술회관, 군산) | 제2회『격』동인전(관훈미술관, 서울) | 1984~1985 | 홍익 M.F.A전(관훈미술관, 동방플라자미술관,서울) | 1983,1985 | 제10회,11회 앙데팡당전(국립현대미술관, 서울&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 1984 84·한지의 작업전(청년미술관, 서울) | FROM'83·7인전(제3미술관, 서울) | DRAWING-12인전(관훈미술관, 서울) | 10인의 작업전(수화랑,대구) | 1983~1985 | 제11회 서울현대미술제(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 제10회 서울현대미술제(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 제9회 서울현대미술제(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 1983 | From'83 - 10인전(청년미술관, 서울) | Weapons of Art 초대전(Vanhan Gallery, 헬싱키 필란드) | 원우전(디자인포장센타, 서울) | 13인의 지각전(관훈미술관, 서울) | 서울·국제 Drawing 전'83 (미술회관, 서울 & 대구·수화랑) | 1982 | 종이36인전(미술회관, 서울) | Arte postal 메일아트제책전(이탈리아)

 

수상 | 2021 제1회 중앙회화대전 입선(한국미술관, 서울) | 1984 제1회 서울·국제드로잉비엔나레'84 입선(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1982 제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대구시민회관, 대구)

현재 | 한국미술협회, 홍익여성화가협회, 영락미술인선교회 회원

 

E-mail | artyhwee@daum.net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30223-위영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