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展

 

Eternal

 

 

 

갤러리 도스

 

2023. 1. 12(목) ▶ 2023. 1. 18(수)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7길 37 | T.02 737-4678

 

https://gallerydos.com

 

 

wander_캔버스 위에 콘테, 지우개_40.9x53mm_2022

 

 

우연은 없다. 위대한 예술작품도 어느 과학자의 세계사적 발명도 지난한 시간을 거친 수많은 시도 끝에 마침내, 어느 날 태어나는 일이다. 내가 살아가는 매일도 지루하고 똑같은 일상의 반복처럼 보이나 깊이 헤아려보면 저마다 미세하게 다른 나날들,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려 부단히도 애쓰는 나날들이다. 나의 작품들은 되풀이되는 매일의 삶을 회피하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려는 숱한 선량한 사람들의 삶의 태도와 작업에 임하는 태도를 일치시키려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다.

작품들은 선을 중첩하고, 쓰고 지우고, 지우개를 쌓고 줍고, 오브제를 칠하고 깎고, 행위의 부산물들을 뭉치거나 펼치는 등의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행위를 반복한다는 것은 지난한 시간과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 집중하여 사유하는 동안 정신은 피로해지고 신체는 고단해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행위를 반복하면 고통스러운 고양감 속에서 온몸은 열기를 띠고 오감은 활성화되며, 힘은 점점 안으로 증폭되어 살아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한다. 고통과 함께 찾아오는 고유한 존재감 속에서 생의 기쁨과 환희를 맛본다.

정신적이면서 신체적인 ‘내재적 힘(에너지)’를 꺼낼수록 검정은 짙어진다. 나에게 검정은 충만한 카오스이다. 힘의 표현이자 인간의 깊숙한 내면의 세계이고, 동시에 현실을 투영하는 색이자 모든 잠재력을 담은 거대한 블랙홀과도 같은 한없이 깊고 짙은 색이다.

행위로 가해진 힘은 내면에도 사유의 변화를 가져오지만, 외부로도 물리적 변화가 생긴다. 분쇄되거나 집적되는 도구와 재료의 변화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인간의 창조력을 깨닫게 되고 힘의 방향성을 사유하게 한다. 자투리들을 버리지 않고 작업에 활용하는 것은 삶의 힘이 지닌 긍정적인 방향을 새롭게 모색하는 일이자 소멸해가는 존재들을 최대한 끌어안기 위함이다.

결국 나의 작업은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되어가는 과정이자, 고통이나 상실 등 부정적인 것까지 모두 포함하여 영원히 되풀이되는 삶을 긍정하는 것이다. 끝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애쓰며 살아가는 삶을 찬미하고, 다른 의미와 모습으로 예술적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검은빛의 작품들은 유사해 보이나 절대 복제할 수 없는 차이를 지닌, 고유한 존재가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연동되어 있는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deep_캔버스와 판넬 위에 아크릴, 콩테, 지우개_91x116.7mm(each)_2018~2021

 

 

날씨들_종이 위에 콩테, 지우개_가변적 크기_2020~

 

 

still stand_수집한 지팡이, 콩테_가변적 크기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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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30112-김소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