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형 초대展

 

시각과 촉각의 사이(間)

between sight and touch

 

 

 

마리나 갤러리

 

2022. 12. 10(토) ▶ 2023. 1. 6(금)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호수로817 레이킨스몰 2층 260호

 

 

april_44x30cm_acrylic, wood on canvas_2022

 

 

시각과 촉각의 사이(間) Between sight and touch

이진형이 말하려 하지 않고 그저 하려 하는 것은 무엇일까? 상반된 양태, 비 일치, 갈등, 간극 혹은 어긋남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 의미구조를 갖는 그의 작품은 침묵과 외침, 넓음과 좁음, 위와 부정위, 돋음과 뚫림, 채움과 비움, 구축과 해제, 정신적 것(정신)과 물리적 것(피부)등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것은 흡사 평면의 침묵이 오브제 외침의 역설적 결합으로 고양되는 세계이다. 그렇다고 그가 추구하는 세계가 두 양상의 상관관계나 밸런스, 혹은 초월에 있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이진형이 주목하는 것은 '사이' 이다. 여기서 사이는 접점을 의미한다기 보다는 물리적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공(空)이다. 이는 그의 작품이 형식으로서의 회화가 아니라 태도로서의 회화이기 때문이다. 하여 어떤 형식 간의 상반성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가 요즈음 자주 사용하는 명제 <with>는 대립이나 동반의 의미에서…………와(함께) 이고 소유나 도구의 경우라도 그것은 단수개념이 아닌 복수개념, 즉 공존과 동시성을 항상 수반하는 용어이다. 이를테면 인(人), 시(時), 공(空)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간(間)의 세계를 의미한다. 실상 텍스트를 읽자면 단어에 몰입해서는 독해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행간에 주의력을 기울여야 한다. 행간이 없이는 단어와 단어는 공존할 수 없다. 나아가 그것은 여백에 불과해 보이지만 행간의 매개 없이는 텍스트도 성립되지 않는다. 작가는 알고 있다. 색면의 확장성과 오브제가 갖는 서사성과 조형성 그리고 의미 해석의 다양성을……………… 따라서 간의 동시성은 텍스트로 나타낼 수 없으므로 그려야 한다는 것을.

 

 

green is the color_53x45.5cm_acrylic on canvas_2022

 

 

이진형은 이렇듯 최근 작에서 이러 저러한 형식을 묶어 그것들을 유지하게 하는 '사이'를 표현한다. 그러나 여기서 사이의 개념은 화면에 나타난 사이의 재현은 아니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나타난 형식들을 환기시키지 않으며, 형식 일반에 대해 사유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요구되는 통념적 표상이 아니다. 그것은 색면(오브제)과 오브제 사이에 잠복을 통한 현시이다. 은폐되어 있지만 발현되는 생성구조이다. 이러한 생성구조는 대결을 통한 것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며, 색면과 오브제의 동등한 길항관계에서 나타난 것이다. 그는 색면 자체를 오브제화 하고자 테라코타를 겹겹이 쌓아 올리고 사포로 문질러 색면과 색면 층 ‘사이’를 은근히 현시하면서 동시성의 ‘사이’를 구현한다. 달리 말하자면 층층이 칠해진 색면은 최종적으로 칠해진 색면에 의해 덥혀 아래 쪽 색면의 실존은 은폐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포로 문질러져 색면들의 선후가 결합의 양태를 띠면서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하더라도, 물리적 결합을 이루면서 그 이미지에 관념적 ‘사이’가 투영 된다. 그것은 체험된 촉각적 사이이다. 그 결합의 흔적에서 존재와 존재의 사이를 발견하고, 사이는 중첩의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은폐를 가시화 하는 것이기에 양의적이고 연금술적이다. 그러니 처음과는 다르게 거기에다 얇은 나무 판지들의 결합이 드러내는 이미지가 층층이 쌓인 색면들과 교감을 이루며 오버랩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이진형의 작업에서 색면과 꼴라쥬, 오브제, 영상과 설치는 서로 구별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질적이고 혼합적인 지층을 ‘사이(間)’가 지지하고 있다. 또한 지난한 작업과정과 난해한 개념의 경계를 발견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작품과 텍스트의 간극이 아니라 ’사이‘의 사유이다. ’사이‘는 단절이 아니라 소통의 기제이다. 우리가 작품을 감상한다는 것은 작가와 따블로의 사이, 따블로와 텍스트의 사이, 따블로와 관객의 사이, 즉 교감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 어느 것도 독립적일 수는 없다. 그렇다, 작가 이진형은 일그러진 신체의 뼈와 살에서, 균일한 색면과 채집한 오브제의 접합에서, 추상과 형상에서, 색면과 색면에서 그 ’사이(間)‘의 지평을 구현해 낸 것이다.

 

“이진형 작가론 중에서 발췌”
유근오(미술평론)

 

 

between-space-violet hue_80x105cm_acrylic, wood with canvas_2022

 

 

between-space-with_45.5x56cm_acrylic, wood with canvas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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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210-이진형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