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展

 

연결된 마디

 

 

 

PLACEMAK 3

 

2022. 12. 7(수) ▶ 2023. 1. 5(목)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홍연길 96 B1

 

www.placemak.com

 

 

안국부동산, 인천_잉크젯 프린트_102x76cm_2020

 

 

생의 이면

아프리카 가나(Ghana)의 초대 대통령이자 아프리카 독립운동의 아버지 크와메 웅크르마(Kwame Nkrumah)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가 아프리카인인 이유는, 내가 아프리카에서 태어나서가 아니라, 아프리카가 내 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I am not African because I was born in Africa but because Africa was born in me).” 제국주의 시대에 강제로 그어진 국경과 종족 갈등을 극복하고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하나의 아프리카를 꿈꾸었던(범아프리카주의) 그 ‘연결’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박소영 작가가 탄자니아의 다레살렘(Dar es Salaam)에서 잔지바르(Zanzibar) 섬으로 들어가는 배 위에서 찍은 스틸 사진을 본다. 1964년 잔지바르와 탕가니카 두 나라가 합병되었다거나 잔지(Zanzi, ‘검다’)와 바르(bar, ‘사주해안’), 즉 ‘검은 해안’이라는 의미, 해상무역, 노예 시장의 역사 등을 기억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이전 전시 <서북서285°> 시리즈에서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이나, 한국의 수원, 안산, 파주 등에서 서북서 285도의 성지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문화와, 메카라는 중심으로부터 멀어질수록 현지화하고 변형되기도 하는 이슬람 사원의 탈장소성 등에 대해 다루었다.

이번 전시 제목 <연결된 마디(Linked Node)>는 ‘연결’ 이전에 어떠한 불연속과 단절, 분리를 가리킨다. 하지만, 그것이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적 의미에서 스투디움(studium)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교양이나 감정이입이 아닌 스틸 사진(Still Photograph)이나 정물화(Still Life)처럼 찍힌 사진 위로 스쳐 지나간, 빛과 물질과 연결을 가졌던(빛 ‘photo’, 그림, 기록하다 ‘graph’) ‘에로스’의 흔적을 찾는다.

작가는 탄자니아 므와송가(Mwasonga) 등에서 찍힌 ‘(축구 대회를 관람 중인 여성의) 히잡에 그림자가 걸린 사진’이나 ‘(닭고기 등을 튀김으로 파는 곳에 도마와 한국 신문지가 구겨져 놓인) ‘스틸 라이프 사진’들을 보여준다. 초점은 무뚝뚝하게 놓인 도마와 컵 등의 사물에 맞춰져 있지만, 화면 우측 상단에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한 아이가 웃으며 사진가를 바라보는 모습은 바르트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말한 메이플소프(Mapplethorpe)의 자화상과 푼크툼(Punctum)을 떠올리게 한다. 명명할 수 없고, 표상에서 벗어나 아웃포커스로 찍힌 그 얼굴의 뭉그러진 표정이 어떤 아픔처럼 나를 찌른다.

 

 

스타인력, 안산_잉크젯 프린트_45.8x35cm_2020

 

 

바다에서 멀지 않은 므와송가의 땅 바닥 위에 생선을 말리고 있는데 한국 신문지가 날아와 불쑥 놓여 있다. 작가는 먼곳에서 '맞닥뜨린' 한 장의 신문지가 바람에 날려 마구 뒤집혀진 모습을 딥틱(Dipyuph)으로 구성한다. 한국에서는 신문지에 각인된 활자와 정보로 매체로서의 원래 목적을 수행했을 수도 있지만 종이 자체가 귀한 므와송가에서는 한국 신문 활자에 쓰인 콩기름이 코팅 역할을 해주는 좋은 포장재가 되어 다른 용도로 쓰인다. 원래 목적은 소거되거나 전치된 것이다. 어쩌면 작가가 처음 사진에 관심을 가지고 르포르타주 사진을 하고 싶게 만든 매체가 신문이었기 때문에 작가는 딥틱이라는 형식으로 그것을 특별하게 다루고 있는 것일까?

박소영 작가는 메카로부터 멀어질수록 다른 기후와 풍토, 로컬의 단서들을 묻혀 탈중심화되고 희석되는 이슬람 사원을 다루며 성스러운 장소로서의 종교적 절대성이 가진 방위 <서북서 285°>의 ‘연결된 마디’에 대한 질문을 보여주었다. 제국의 중심으로부터 벗어나 전치될수록 유목민들과 소수자들에게 절대성은 점차 허물어진다. 그들은 길 위에서 이동용 무기에 장식용 고리와 보석과 장식판 등의 세공품을 결합시키며 색체에 빛의 속도와 의미를 부여하고 금에는 붉은 빛의 기운, 은에는 하얀 빛의 마술적 기능을 연결 짓기 시작한다.

세계에서 소외된 존재가 느끼는 고독, 기존 가치에 대한 믿음 상실과 혼란스러움은 자신에 대한 의미 부여를 위한 하나의 움직임 속에서 부유하는 도트(dot)들을 연결해 간다.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는 만들어지고 그렇게 아프리카는 내 안에서 태어난다.

 

최재원_독립큐레이터

 

 

Mosque to visit_Dubai_Inkjet Print_45.8x35cm_2022

 

 

Msikiti Mwasonga_Inkjet Print_50.8x40cm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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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207-박소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