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주 展

 

대면

 

 

 

합정지구

 

2022. 11. 18(금) ▶ 2022. 12. 18(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 40 (서교동)

 

 

댄스수업 Dance Class_woodcut_34.5x25.3cm_2022

 

 

최근 집중해온 댄스 인물화 연작은 2013년 한 공원을 지나다 어르신들이 배우는 댄스수업 장면을 본 것이 계기였다. 10년 가까이 묵혀왔던 이 인물들의 이미지를 아카이브에서 꺼내 작업하는 과정에서, 나 스스로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흔히 가지는 노년층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미디어 속의 노년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번째는 고령화 사회의 인구 그래프와 노인빈곤문제, 사회적 비용을 언급하며 노인을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인 존재이자 디지털 문명과 변화된 가치관을 따라오지 못하는 부적응자로 규정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이와 정반대로 원숙함과 현명함, 너그러움과 희생, 베풂의 미덕 등등을 갖춘, 자식 세대를 위한 정신적 물질적 지주의 이미지이다. 그렇다면 이 ‘바람직한’ 노년상에서 벗어나면 그들은 나이에 맞는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존재인 것일까. 또 다른 이미지는 청년 못지 않은 젊음과 건강함을 유지하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으며 새로움에 도전하는 힙한 노년, 롤모델의 모습인데, 이러한 이미지의 근저에는 결국 ‘젊음’을 기준 가치로 삼는 생각이 깔려 있기에 일면 씁쓸하게 느껴진다. 나는 이 같은 세가지 스테레오타입과는 조금 다른 모습들을 이곳 저곳에서 발견하고 포착하고 싶었다.

2년의 판데믹 동안 일상의 많은 것이 바뀌었고 가족과 친척, 선생과 학생 간의 직접적 대면은 매우 제한되었다. 이에 따라 다수의 사람들이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소통에 시간을 보내며 그 속에서 형성된 실체 불분명한 여론에 잠식되기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현실에서의 친밀한 인간관계가 어려워지자 사람들은 익명적 가상공간에서 놀며 노년-청년 세대 간의 극단적 갈등을 부추기는 목소리들에 쉽게 휩쓸리기도 한다.

나의 그림 속에 묘사되는 인물도 이름 모를 사람들이기에 익명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칠 수 있는 현실의 순간에서 건져 올린 모습이기에 구체적이기도 하다. 2010년 겨울에 방문한 베를린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베를린 장벽)에서, 개조 보수를 위해 흰 페인트칠로 덮여 리셋된 벽을 보고 그 변화된 장소를 사진 촬영하던 중이었다. 장벽을 배경으로 지나가던 한 노부부의 모습이 함께 프레임 속에 작게 찍혔다. 과거를 기록해주던 겹겹의 벽화들이 모두 사라진 흰 벽 앞에서 멈추어 서서 조용히 앞을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내딛는 그 두 사람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압축된 시간 그 자체로 느껴졌다. 그 부부는 관광객이나 관찰자가 아니라 베를린 장벽에 얽혀 있는 역사적 사건, 드라마의 시간을 몸소 겪었던 것은 아닐까?
우연히 마주친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문득 나 자신과 가족과 사회를 발견할 때가 있다. 나는 이처럼 관객들이 그림 속 인물을 보며 자신의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계기로 느끼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우리는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에 대해 때로는 매우 무심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나이 듦’과 ‘나의 미래’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타인의 과거와 나의 현재는 어찌 보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관객들이 문득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인물화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작가노트)

 

 

노란 펜스 Yellow Fences_acrylic on canvas_130.3x162.2cm_2022

 

 

노부부 Old Couple_acrylic on canvas_162.2x130.3cm_2019

 

 

펜스 Fences_photocollage, charcoal, conte, acrylic on paper_69.5x99.5cm_2017-2022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21118-이문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