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모 초대展

 

바람 - 기억의 소리

Wind - Sound of memory

 

바람부는 날 A_100x230cm_Acrylic on canvas_2022

 

 

 

2022. 11. 9(수) ▶ 2022. 11. 15(화)

* 아트센터 운영시간 10:30 am ~ 18:30 pm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35-6, 1F | T.02-2223-2533

후원 | 서울특별시 · 서울문화재단 | 2022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http://maruartcenter.co.kr

 

 

들풀 A_79x180cm_Acrylic on paper_2022

 

 

축축한 대지의 회임(懷妊) 가능성에 대한 질문들

- 팬데믹 시대의 스산한 풍경

 

윤 진 섭 (미술평론가)

 

Ⅰ.

정수모는 1976년에 작품활동을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 기간이 무려 45년에 이른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갖은 풍상을 겪으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신산한 삶을 산 작가로서 어찌 가슴 밑바닥에 일말의 한(恨)이 없겠는가? 지난 세월을 회상하면서 풀어낸 드로잉 작업으로 개인전을 갖는 이유도 바로 이런 소회(所懷)가 작용을 하지 않았나 짐작해 본다.

 

검정색 일색으로 풀어낸 드로잉 작품을 대하니, 문득 그 유장한 인생살이의 마디마디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300호 크기의 작품과 200호 크기의 작품 2점이 그러하다. 먹과 아크릴 칼라로 그린 이 작품들은 추상적 형식을 취했으되 그 내용은 삶의 구체성을 암시하고 있다. 삶은 구체적인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기억 속에서 서로 엉켜 추상적 형태로 존재하듯이, 다 제하고 앙금만 남은 추억은 회상의 형식을 띠고 나타난다. 그 회상의 첫 단추를 풀어내는 것이 이 그림의 화자(話者)에 해당하는 작가 자신이다.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인물들, 가령 어머니를 비롯하여 가족, 주변의 인물들 등등과의 관계를 회상하면서 머리칼처럼 예리한 선들로 얼굴과 같은 인체의 부분들을 추상적인 형태로 남겨놓고 있다. 그러한 형상들은 아주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인식하기 어려우나 자세히 응시하면 관객들은 본능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것들은 일종의 수수께끼 같은 형상들이어서 우리가 흔히 만나는 벽지 위의 얼룩에서 사람의 얼굴을 연상하는 것과 같은 심리적 효과를 낳는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비록 삶의 내용은 각자 다르나 공감을 자아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그림은 작가가 관객에게 뭔가를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그림이 아니라, 감상의 단초를 열어줌으로써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일종의 매개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관객은 그림 속에서 소의 얼굴을 발견할 수도 있고, 또 어떤 관객은 매의 매서운 눈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물들은 잊었던 기억을 되살려줌으로써 관객들이 잠시나마 회상에 젖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이야말로 정수모의 예술이 지닌 훌륭한 기능과 역할이 아니겠는가?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정수모의 그림이 품고 있는 대지성(大地性)이다. 어머니로 대변되는 대지는 여성이면서 풍성한 수확의 상징물이다. 그것은 회임(懷妊)이 의미하는 것처럼 자손을 번식하는 동시에 먹을 것을 낳는 비옥한 땅으로 은유된다. 정수모는 그러한 대지의 왕성한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 거칠고 뻣뻣한 수풀을 검은 먹을 사용하여 세필로 정밀하게 묘사한다.

 

 

바람부는 날 B_165x120cm_Acrylic on canvas_2022

 

 

Ⅱ.

정수모는 80년대에 이미 벽돌과 나뭇가지, 천으로 만든 설치작업을 통해 대지와 거주지의 관계를 명징하게 보여준 바 있다. 정수모에게 있어서 삶과 죽음의 문제는 그만큼 오래된 주제이다. 그 사이에 여러 차례의 변모가 있었다. 모래성을 쌓고 허물던 유년시절의 추억에 기반을 둔 이 작품은 오랜 변모의 시기를 거쳤다. 정수모의 오브제와 설치작업을 초창기부터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첫 번 째 시기는 흙 작업이다. 점토로 작은 벽돌을 만들어 주거지 형태의 구조물을 만들었다. 두 번째는 테라코타의 시기이다. 점토로 만든 오브제를 가마에서 저온으로 소성시킨 작업들이다. 세 번째가 도조작업이다. 대략 1천도에 이르는 고열로 구어낸 작품들이다. 정수모는 가마에서 구워낸 오브제들을 땅에 묻었다가 몇 개월 후에 다시 파내는, 고고학적 발굴을 연상시키는 행위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정수모의 작품이 회고에 뿌리를 둔 지극히 과정 중심의 예술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들풀_140x250cm_Acrylic on paper_2022

 

 

Ⅳ.

 어떤 경우든 예술가는 삶의 체험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 누에가 뽕잎을 먹고 아름다운 명주실을 자아내듯, 예술가는 추억과 체험을 먹고 예술작품을 산출한다. 그런 연유로 정수모의 작업은 그가 직접 보고, 관찰하고, 경험하고, 느낀, 삶의 분비물이다. 그는 자기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선을 긋고 색을 칠한다. 이번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들을 위해 정수모는 유독 ‘소리’라는 단어를 넣어 제목을 지었다.

 

<기억의 소리>, <밤의 소리>는 ‘풍경’이나 ‘폐허’라는 단어가 붙은 제목들이 암시하는 작품의 풍경보다 더욱 광포(狂暴)하고 원시적이다. 그것들이 작가 자신의 스산한 내면의 풍경임을 우리가 알아차리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암시하는 바도.

이번 개인전을 통해 선을 보이는 정수모의 드로잉과 페인팅은 ‘코로나 19(Covid 19)’로 인해 장기간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저주받은 팬데믹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그의 작업은 인류가 바야흐로 이 생태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복원하지 않으면 안 될 ‘대지’에 대해 발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점이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의 터전인 지구, 그 생명의 모태에 대한 정수모의 유장한 발언에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인 것이다.

 

 

바람부는 날_165x305cm_Acrylic on canvas_2022

 

 

Questions about the possibility of fertilization of the damp earth

- the bleak landscape of the pandemic era

 

Jin-seop Yoon (Art Critic)

 

Paul Jeong started producing his art work in 1976 and continues it to this day. It spanned 45 years. During those long years, he went through all sorts of ups and downs to get to where he is today, but as an artist who has lived a turbulent life, how can there be no bitterness at the bottom of his heart? I guess that he wanted to have this solo exhibition with his drawing works through which he relieved his emotions that reflect on his past years.

 

When I look at his drawing works done only in black, it seems that every bit of his long life is continuously connected. The highlight of the exhibition, the masterpiece <Sound of Memory> (2021), which is 5 meters long, particularly shows this. Painted in ink and acrylic colors, this work takes an abstract form, but its content alludes to the concreteness of life. Life is a series of concrete events, but just as they exist in abstract form intertwined with each other in memory, sediments of memories appear in the form of reminiscence. It is the artist himself, the speaker of this painting, who starts to unravel the recollection. The figure of a person protruding from the top right corner of the painting is himself, the artist says. Then it is understood that this horizontally long picture is about a man recalling his past standing on a low hill.

 

The artist reflects on relationships with important people in his life, such as his mother, family, and people around him and describes parts of the human body such as the face and breasts in abstract form with sharp lines like hair. Such shapes are difficult to recognize but if the audience peers at them, they can instinctively make them out. They are enigmatic figures, and there is some kind of a psychological effect like when we try to make a human face out from a stain on a wallpaper we often see.

 

So, ultimately, the audience who sees his works will identify with them even though they have different life experiences. His paintings can be a kind of medium that allows the audience to look back on their life rather than deliver a certain message of the artist to the audience.

 

Some viewers will find the face of a cow in the picture, and others will find the bitter eyes of a hawk. And by reviving forgotten memories, such objects make the audience immersed in reminiscences for a while. If so, isn't this the wonderful function and role of Paul Jeong’s art?

 

Another point to pay attention to is the earthly nature of Paul Jeong’s paintings. The earth, represented by the mother, is a symbol of a bountiful harvest while being a woman. It is metaphorically referred to as fertile land, which reproduces offspring and produces food at the same time as fertilization implies. In order to express the vitality of such a land, Paul Jeong accurately depicts the rough and stiff bushes in black ink using a slender brush.

 

 

바람부는 날 C_140x250cm_korean ink on paper_2022

 

 

Paul Jeong’s paintings are mostly in black. It feels dark and sometimes wet like the twilight of dawn.

 

In the 1980s, Paul Jeong clearly showe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land and a dwelling place through installation works made of bricks, tree branches, and cloth. The issue of life and death is an old topic for him. In the meantime, there have been several transformations. Based on childhood memories of building and tearing down sand castles, this work has gone through a long period of transformation. Looking at his objets and installation work from the early days, it has gone through the following periods to become what it is today.

 

The first period is soil work. Small bricks were made out of clay to create a structure in the form of a dwelling place. The second is the era of terracotta. These are works in which clay objets are fired in a kiln at a low temperature. The third is forging. His works are baked at a high temperature of about 1,000 degrees. Paul Jeong performs an act reminiscent of an archaeological excavation by burying objects which were baked in a kiln in the ground and then excavating them again a few months later. This shows that his work is an extremely process-oriented art rooted in retrospective.

 

In any case, the artist cannot be separated from experiences of life. Just as a silkworm eats mulberry leaves and produces beautiful silk, an artist feeds on memories and experiences to produce works of art. For that reason, Paul Jeong’s works are the secretions of life that he saw, observed, experienced, and felt. He draws lines and paints in his own unique way. Particularly, he used the word 'sound' in titles for many works in this exhibition.

 

The landscapes in <The Sound of Memory> and <The Sound of the Night> are more ferocious and primitive than other artists’ paintings that have titles containing words like ‘landscape’ or ‘ruins’. It is not difficult for us to notice that these two works show the artist's own gloomy inner landscape and what that implies.

 

Paul Jeong’s drawings at this solo exhibition are very relevant in this cursed pandemic era, where a lot of people have been suffering due to 'Covid-19'. This is because his work speaks about the 'land' that must be restored after mankind overcomes this crisis of the ecosystem. And this is why we need to listen to Paul Jeong’s eloquent remarks about the earth, the mother of life and the home of various living things, including humans.

 

 

 

 

 
 

정수모 | Chung soo mo

 

1975 년 경희대학교 졸업 | 1977 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졸업 | 1996 년 프랑스 베르사이유 에꼴 데 보자르 졸업

 

개인전 | 프랑스 파리 에티엔 코상 갤러리 외 24회

 

단체전 | 2021 Now Here 전시회 (갤러리 스페이스 엔) | 2020 인천 2020 현대 미술기획전 (강화 더리미 미술관) | 2019 Art story 전 (인천 지누바움 미술관) | 2018 동시대와의 교감전 (지오갤러리) | 2015 한국-폴란드 국제교류전 (부평미술관) | 2013 독일 카스트시 초대전 (독일 카스트 시립미술관) | 2010 인터 뷰 Inter view 전 (인천 아트 플랫폼) | 2010 서울 ,교토 6000 seconds 전 (서울 kUMA 미술관) | 2010 인천 산동 국제전 (부평 역사 박물관) | 2007 독일 카스트 초대전 (독일 카스트 시립미술관) | 2007 서울-동경 6000 seconds 전 (동경 학예원 대학 미술관) | 2006 부산비엔날레 프로젝트 특별전 (부산 APEC 나루공원) | 2002 대구 현대 미술초대전 (대구 문화예술회관) | 2001 황해 미술제 (다인 갤러리) | 1986 에꼴 드 서울 전 (관훈미술관) | 1985 아세아 현대 미술제 (일본 후쿠오카 시립미술관) | 1985 제2회 국제 슈 박스 전 (미국 위스코신, 카나다 온타리아 미술관 등 20개 미술관 순회전) | 1985 국립 현대미술관 기획 청년작가전 (국립현대미술관) | 1984 후앙 미로 국제 드로잉전 (스페인 바르셀로나) | 1982 사변 연습 전 (공간미술관) | 1982 현재미술상황 - 인천 전 (몽마르뜨 화랑) | 1975 - 1977 제3,4,5회 앙데팡당 전 (국립현대미술관) 외 250회 전시

 

작품소장 | 국립 현대미술관 외 20개 공공기관

 

경희대 교육대학원 주임교수 역임

 

E-mail | twinjjj@naver.com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21109-정수모 초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