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아트데이 기획초대전

 

신현국 초대展

 

산의울림-1 겨울산_162.2x130.3cm_Acrylic on canvas_2010

 

 

헤럴드아트데이 광교센타

 

2022. 11. 4(금) ▶ 2022. 11. 27(일)

작가와의 만남 2022. 11. 4(금) pm 2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호수공원로 277 | T.0507-1392-0176

 

 

산의울림_45.5x38.0cm_Oil on canvas_2021

 

 

신현국의 '산의 울림'

 

"산에서 배운다. 산처럼 의연하고 깊은 오묘함, 온갖 희노애락, 칼빛 바람마저 아우르며 당당히 맞닿은 자존감, 수없이 그리며 수없이 그 산을 헤매며 하늘과 마주한 그 산을 배운다." (작가노트)

 

신현국은 오랜 시간 동안 계룡산만을 소재로 삼아 그림을 그려온 작가다. 계룡산이란 빼어난 자연환경, 매력적이고 영험스러운 그 풍경은 그의 삶의 무게를 지탱해온 총체적인 대상이자 작업의 핵심적인 동인으로 자리해온 것 같다. 그래서 그는 계룡산에서 받은 직감적인 감흥을 감동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계룡산 자락에 살면서 사계절의 변화와 매 순간 다른 그날의 날씨, 그러니까 온도와 습도, 빛과 바람 등의 여러 양상 속에서 뒤척이는, 따라서 도저히 시각상으로 걷잡아 들일 수 없는 산의 형태와 기운, 울림 등을 불가피하게 그리고자 시도해왔다고 보인다. 자연은 살아있고 약동하며 수시로 변화한다. 특정한 시간의 흐름과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신체적 반응에 따라 자연은 계속해서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고정될 수 없고 정지시킬 수 없는 것이 자연의 매력이다. 그것은 영원히 포착되기를 거부하고 지속해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단 한 순간도 잠들지 못한다. 이때 그림은 감각을 끌어모으는 과정을 통해서 그 자연에 도달하려 한다. 그러니 자기 몸의 지각이 소환해낸 산에 대한 총체적인 반응의 결과를 가시적 형태로, 질료적 흔적으로 고형화하고자 한 것이 그의 그림인 셈이다. 그것은 이미지이자 질료이며 보이는 것인 동시에 비가시적인 것들로 혼재되어 있다. 이처럼 그에게 계룡산은 특정 대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변화무상한 자연의 총체적인 모습이자 자신의 신체와 지각에 매 순간 감응을 일으키는 외적인 존재로서 그림을 그리도록 유발하는 동인이자 매개로 자리하고 있다. 아니 그는 스스로 그러한 계기를 만들기 위해 그곳으로 찾아간 셈이다. 그가 계룡산 자락에 터를 잡고 그곳에서 매일 같이 마주하며 지각하는 대상인 저 산을 그는 수십 년간 지속해서 그리고 있다. 그 무수한 반복적인 재현은 동시에 결코 재현되거나 동질화될 수 없이 지연되고 변형되거나 미끄러지면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한 쌍으로 그는 화병에 꽂힌 꽃만을 단독으로 설정해서 그리고 있다. 특정 꽃의 사실적 묘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꽃으로부터 지각된 자신의 감응의 결과를 표현하려는 시도가 우선하고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되는데 따라서 이는 산 그림과 동일한 맥락에서 출현하고 있고 이 역시 반복적으로 그리고 있다. 무수한 반복을 통한 차이의 발생을 통해 순간순간 변화를 거듭하는 자연의 현상에 매번 새롭게 이루어지는 감각의 사건을 그림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라고 보인다.

 

 

산의울림_91.0x72.7cm_Oil on canvas_2021

 

 

신현국의 산 그림은 최소한의 구상화풍을 견지하면서 속도감 있는 붓질, 물감의 두드러진 질료성의 강조, 주관적인 색채감각이 형태를 초과하는 그림이다. 평면성을 유지하면서 촉각적인 마티에르를 강조하고 있고 추상에 가까운 대상의 간추린 요체화, 화려하고 뜨거운 색채와 두드러진 필획의 강조는 무엇보다도 자연에서 받은 감흥, 특히 자연의 기운, 이른바 자연의 영기에 주목하고 이를 가시화하고자 하는 의도에 우선하는 방법론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작가는 자신의 그림은 자연의 진실된 모습, 이른바 자연의 리얼리티이자 자연의 영혼을 시각화하려는 것이라는 사실을 표명하고 있다고 본다. 그것은 단지 눈에 보이는 산이 아니라 총체적인 감각기관을 자극하며 가슴으로 밀고 들어오는 산이다. 신현국의 산들은 대개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다란 산이고 따라서 거대하고 웅장하며 숭고하기까지 하다. 수평으로 자리하고 있거나 눈앞에 일어나 직립한 산들이다. 따라서 보는 이의 눈에 산 그 자체의 물질감, 무게감을 우선적으로 안긴다. 세부의 묘사는 지워지고 간략하게 처리한 대상의 윤곽을 이루는 몇 개의 굵은 선들, 중후한 덩어리의 맛과 색채의 질펀한 피부막이 표면을 덮고 있다. 죽죽 거침없이 뻗어 내린 강렬한 선과 두터운 마티에르, 대담하게 세부를 생략해 버리는 과감한 묘사, 화려한 색채의 더미를 이루는 촉각적인 표면이 돋보인다. 외형적인 산의 일반적인 묘사/재현 혹은 풍경화의 상투적 관례로부터 벗어나 있는 이 그림은 산/자연의 이미지가 아니라 그 안쪽으로 들어가 외관 아래 잠긴, 내재해 있는 어떤 것을 끌어내려는 제스처 같다. 이른바 동양화에서 흔히 말하는 ‘기’라든가 생명력 등일 수도 있고 대기, 시간의 변화 속에서 다가오는 산과 그것을 지켜보는 자신의 마음의 변화가 맞물려 파생되어 이룬 산의 이미지일 수도 있다. 반면 자연에 대한 감정이 너무 앞서거나 자연의 변화양상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이 표현기법의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는 아쉬움도 있다.

 

 

산의울림_390.9x162.2cm_Acrylic on canvas_2017

 

 

그이의 그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거칠면서도 두툼한 표면의 질감이다. 물감을 반죽하듯이 활용하고 이를 성형해내고 있다. 물질이 지닌 성질을 극대화하면서 이를 그림 그 자체로 내밀고 있는 것이다. 물감의 살과 무게, 질량은 표면을 장악하면서 산의 존재감을 생생하게 촉각화, 물질화하거나 자연의 변화 양태를 실감 나게 눈앞에 펼쳐내는 역할을 한다. 그로 인해 사계절의 여러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감정의 양상이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편이다. 작가는 물감과 함께 이질적인 재료의 혼합을 통해 특이한 살, 몸을 만들고 두꺼운 반죽이 된 화면을 촉각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것은 그려진 그림이자 만들어진 화면이고 일종의 부조적인 표면이다. 물질들 스스로가 말하는, 물질의 음성으로 이루어진 그림이다. 그러니 이 물질은 그 자체가 형태를 산출할 가능성을 지닌, 잠재적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는, 생명력을 내재한 적극적인 힘을 지닌 존재가 되어 달라붙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재료 자체가 그림이 되고 물질이 어떻게 작가에 의해서 가공, 연출되느냐에 따라 화면이 결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그림은 재료가 변해가는 과정 그 자체에 핵심적인 의미가 있다. 화면은 물감 자체의 흐름과 질감의 풍성함, 변화가 만드는 희한한 표정으로 가득하고 그것이 캔버스 피부 위에서 만들어내는 특유의 표면 효과만으로도 모종의 회화성을 충족시키고 있다.

 

 

산의울림 Echo of Moutain_162.2x130.3cm_Acrylic on canvas_2010

 

 

동시에 이 물질은 화려하고 환상적인 색채를 거느리면 출현한다. 색의 의미는 사람들 속에 내재하고 축적된 어떤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색이란 것 역시 자신의 신체, 감각기관이 자연/외부와 만나 이룬 결과물이기도 하다. 신현국은 계룡산의 사계에서 접한 모든 것을 색으로 치환하고자 한다. 여기서 붓질과 색채는 외부 세계의 재현에 종속되기보다는 자기 신체와 감정의 등가물로 위치한다. 자연에서 받은 감동과 떨림이 그대로 색/물감과 붓질로 구성된다. 자연의 무수한 변화양상을, 기후의 변화를 질감과 색채로 가시화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신현국의 그림은 물감/색을 통한 질료적 표정을 성형한 것이다. 색을 지닌 물감의 질료적 성질을 활용해 이룬 촉각적이고 부조적인 화면이자 구상적인 동시에 다분히 추상적이기도 한 화면이다. 그림을 이루는 재료 자체가 스스로 그림을 만들고 있기에 그렇다. 산이나 꽃이 연상되는 최소의 형상이 질료의 더미 사이에서 몸을 내밀지만 동시에 그것들은 물감과 색채 속으로 구분 없이 스며들고 사라지기를 또한 거듭한다.

 

 

설경(Snow scene)_100.0x80.3cm_Acrylic on canvas

 

 

그는 오랜 시간 자연에서 접한 무수한 이미지들, 그 형태와 질감, 색채를 통해 경험된 것들을 거대한 산의 외형 안에 잠복시켜놓는다. 화면 가득 산의 전면성이 박진감 있게 차들어 오는 형국이자 하늘과 대지, 산이 서로 구분 없이 녹아 흐르고 엉켜서 선회하는 그런 유동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가시적 존재 너머에 자리한 호흡, 숨결, 영적 기운 같은 것일 수 있다. 그러니 이 그림의 심층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그가 경험하고 체득한 자연에 대한 신비한 매력과 아름다움, 모종의 기운/생명력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그가 계룡산에서 보고 깨닫고 내재화한 것일 지도 모르겠다. 알다시피 계룡산은 영험하기로 이름난 산이다. 그에게 저 산은 하나의 대상이기 이전에 맥박이 치는 생명체요 보는 이에게 영감과 상상력을 불어 넣어주는 매혹적인 존재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 저간에는 분명 산악 숭배와 같은 거의 종교적인 믿음과 시선이 내재해 있다는 생각도 든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으로 이루어진 이 땅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에게 이곳의 산은 근원적인 원풍경이고 종교에 가까운 것이었다. 산은 한국인의 심미관 형성의 근원이기도 하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무수한 산과 산 사이에서 생을 영위한 선조들로부터 이어받은 유전적인 심미관과 자연관이 이렇게 신현국의 산 그림으로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본다.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

 

 

꽃_65.2x53.0cm_Oil on canvas_2021

 

 

꽃_100.0x80.3cm_Oil on canvas_2021

 

 

 

 

 

신현국

 
 

신현국 | Shin, Hyun Kook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 47회 | 단체전 및 초대전 | 850여회 | 1974 문공부 문화예술진흥원 초대전 (서울미술회관) | 1983 싸롱드 메 초대전 (프랑스 파리) | 1987 한국현대미술전 (미국 LA한국대사관) | 1989 서울아트페어초대전 (호암갤러리) | 1995 국제미술대상 (IAOCA Grand Prize) 수상(일본) | 파리국제예술위원회전 (서울갤러리) | 1996 한독미술가전 (서울시립미술관) | 국제미술창조회 상임위원 | 1997 이원전(二元展)36회 (동경미술관, 오사카시립미술관, 아이치켄미술관) | 2000 한국회화600년디지털작품전 (예술의전당) | 19회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 2002 KIAF국제아트페어 (부산BEXCO전시장) | 2003 한·독미술대전 심사위원 | 2004 오지호미술상 심사위원장 (광주시청) | 2005 미국필라델피아 초대전 (첼튼햄아트센터 Cheltemhamovg) | 2006 몽골미술제 심사위원장 (몽골 징기스칸미술관) | 2008 한국 원로 구상작가 초대전 (예술의 전당) | 대한민국여성미술대상전 심사위원장 | 2009 이동훈미술상 심사 | 겸재 진경 미 대전 심사 | 2010 프랑스 Calvi시초대전 (프랑스Calvi) | 2010 대한민국미술축전 (KINTEX) | 한.중현대아트페어 (중국 베이징798) | 2011 한국미술 1·2세대展 (정문규미술관) | 2011 남경문화교류전 (중국 남경미술관) | 2013 한·중 당대작가 초대전 (중국 운남성시 전시관) | 2014 Peace Dream Arts Festival (파라과이 BourbonConvention, Asuncion) | 2015 미술과비평 초대작가전 ACAF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 2015 바젤 아트페어 (스위스 바젤) | 2015 KOREA평화통일미술전 (중국 심양, 독일 베를린) | 2016 대한민국미술인상 본상수상 (한국미술협회) | 2018 미술세계본상수상

 

소장처 |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문예진흥원, 서울시립미술관, 당림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제주기당미술관, 향암미술관, 서울행정법원, 특허법원, 청주지방법원, KBS, MBC, 하나은행, 신한은행, 한밭대학교, 대전광역시청, 공주시청, 공주경찰서, 대전지방경찰청, 개인소장 다수

 

현재 | 한국미술협회고문, 한국전업작가협회고문, 대전시미술대전초대작가, 대한민국회화제고문, 상형전고문, 화연전고문, 한국창조미술협회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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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104-신현국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