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규 展

 

심상 - 소요(逍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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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감성-소요 2021-11_61x47cm_화선지에 수묵_2021

 

 

갤러리 콩세유

 

2022. 10. 12(수) ▶ 2022. 10. 18(화)

Opening 2022. 10. 12(수) pm 5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35-6(인사동 마루 신관2층) | T.02-2223-2511

 

https://www.instagram.com/gallery_conseil/

 

 

수묵감성-밤하늘에날다_145x80cm_화선지에 수묵_2020

 

 

심상 - 소요(逍遙)하다

 

동양에서의 산수화는 자연의 표현인 동시에, 인간이 자연에 대해 지니고 있는 자연관을 반영한 것으로, 주변의 풍경이나 이상적인 경치를 화가의 시선에서 담아내는 작업이다. 이러한 산수풍경은 외재세계의 산수뿐만 아니라, 내재된 심상의 표현으로 동양인의 마음속에 스며있는 자연관이 화면에 그대로 표현된 것이다. 그것은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어 자신이 꿈꾸고 동경해온 이상향의 세계를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오송규 작가의 수묵조형은 수묵화의 특징인 사의성과 초월성, 함축성을 조형개념으로, 무 허의 공간으로부터 형상과 붓의 미학을 집약하는 수묵 미학의 전제가 되었다. 또한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안으로는 마음에서 근원을 얻고자 하는, 작가의 이상향의 세계는 수묵화면을 통해 절대자유를 지향하는 소요유(逍遙遊)의 도(道)로 화면에 귀착된다.

제한되고 제약된 울타리를 벗어나 도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모든 것들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그것은 제한된 이성적 사유에 근거하여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려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그것을 받아들임으로써 새로운 이상세계를 꿈꾸는 것이다.

작가는 내적 혹은 외적으로부터 해방된 절대 자유를 주장하는 소요유로, 현실의 제한적 사유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 어떠한 것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게 노니는 유희(遊戲) 정신을  작품제작의 중요 의제로 삼으려는 자신만의 미의식이다.

 

지난 십 수 년 동안 작가는 수묵화가 단순한 형사(形寫)에서 벗어나, 화가의 마음속에 담겨진 자연의 형상들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사의(寫意)라는 개념을 꾸준히 지향해 왔으며, 수묵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물성에 대한 내밀한 서정을 화폭에 담아내 왔다.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먹빛의 미학을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먹 고랑의 숨결 속에 내재된 전통회화의 근원을 찾고, 소요유의 절대자유를 찾아가는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화면에 조형된 소요유는, 인간이 자신이 규정한 틀에서 벗어나 절대적인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사상의 지향점에서 시작되었음을 밝힌다.

 

 

수묵감성-밤하늘에 날다 II_180x85cm_화선지에 수묵_2020

 

 

전시 작품에 표현되는 주제는 대부분 산과 나무와 물이며, 고요히 산골에 내려앉는 학과 초아의 세계로 향하는 느린 길이다. 작품에서 자연을 보는 작가의 시선은, 단순하고 고요함 속 마치 정지된 화면을 보는 듯하다.

먹으로 하나하나 자세히 그리지 않아도 그 형상이 모두 이루어지고, 화의(畵意)가 모두 표현된다. 근경 중경 원경의 산들은 그의 개성적 고유 표현 방법인 선염과 발묵으로, 우연과 필연의 과정을 거치며, 필선을 따라 골을 만들고 자연스레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 나간다.

자연의 물상과 이미지를 단순한 묘사적 재현이 아니라, 자신만의 개성있는 조형의지로 내재된 이미지의 변형과 특징을 작가는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허허로운 공간에 선계를 향해가는 듯 학 한 쌍이 평화롭게 강가에 내려온다. 이러한 먹빛 풍경속에, 작가는 순간 학이 되기도 하고 언덕 위 소나무로 자리한다. 마음속에 산재한 잡념이나 상념들은 골짜기를 타고 내려와 대지에 다다르고, 어느새 자연과 하나 되어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길을 무심히 걷고 있다.

작가는 산의 형상보다 형상을 감싸는 발묵의 번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미묘한 먹빛과 번짐 안에서 흐릿하게 드러나는 산의 형상과 나무의 실루엣은, 좌선을 하듯 고요한 묵상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다

  

작위와 무작위의 반복적이고 중첩적인 행위와 선택을 통해 구축되는 작가의 작업은, 분명 전통적인 동양적 사유에 굳건히 기반을 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기능이나 기법을 취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정신적 가치를 취하고, 이를 먹과 화선지와 물의 조화를 통해 새롭게 구현해 내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작품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심상-소요하다 II_180x90cm_화선지에 수묵_2022

 

 

전통적 회화 규범에서 조금은 벗어난 자유분방한 조형방식이다. 주로 윤곽선이 없이 몰골법(沒骨法)으로  그려진 산과 나무들은, 외형보다는 내재적인 의취(意趣)를 중시하는 수묵화의 상징적이고 관념적인 특징을 유지한다. 즉, 발묵(潑墨)의 화면에 물길을 내고 대상의 윤곽선을 그리지 않은 채, 화면에 뿌려진 물길의 형태에 의존하여, 사물을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물성과 물성의 충돌과 그 결과의 병열을 통해 경험해보지 못한 선들을 구현해내고 있다.

 전통미학에서의 수묵은 묵색(墨色)만으로 오채(五彩), 즉 모든 색채의 효과를 포용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먹은 단일색이지만, 먹색이 모든 색을 함유한 색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질료적인 성격보다는 정신성이 강한 재료로써 심상의 소요를 표현하는 조형도구로 선택되어졌다.

 

'제백석은 새우를 그릴때도 물을 그리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물의 의미가 나타나 있다' 고 했듯이 작가는 산의 형상을 보여주되, 섬세하게 자연의 형상들을 유한의 세계에서 무한의 세계로 표현한다. 즉 필묵이 없는 곳에서도 필묵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관자로 하여금 연상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감춤과 노출의 회화 조형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또한 화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의 형상들이 감춤과 노출의 경계를 드나들며 화면을 감싸듯 자리하고, 언덕 위 무심한 듯 서 있는 소나무와, 고요히 유영하는 학의 모습, 그리고 느린 길을 따라 이어지는 화면구성에서 작가가 지금껏 체득한 한국적 서정을 화면에서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심상-소요하다 20220825_114x85cm_화선지에 수묵_2022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 중에는 마치 밤하늘의 은하를 연상케하는 공간처리가 눈길을 끈다. 이것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우주적 관점으로의 화면 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심미적이며 단순한 화면경영으로 감상자의 시선을 몰입시킨다. 모든 성심에서 벗어난 절대 자유를 작가는 한순간도 화면 밖에 두지 않고, 구도변화를 통해 대 우주로의 심상의 소요를 서술하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전통적 미학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동양철학적 사유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은, 한지 재료가 지닌 물성과, 작가의 구도자적 작업 행위, 감춤과 노출의 작품 철학이 담긴 결과물로 제시된 것이다.

모든 사물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무한한 절대자유의 소요유의 도를 지향하는 작가의 수묵 조형실험은 지속된다. 수묵이 원천적으로 갖는 심미적 가치에만 안일하게 의탁하지 않고, 새로운 수묵조형의 조형언어들을 만들어 가는 작가의 작품이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것이다.

                                                    

충북대명예교수,미술학박사/ 김준근

 

 

심상-소요하다 III_70x140cm_화선지에 수묵_2022

 

 

심상-소요하다 IV_140x70cm_화선지에 수묵_2022

 

 

심상-소요유 I_89x52m_화선지에 수묵_2022

 

 

 

 

 
 

오송규 | OH, Song Gyu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졸

 

개인전 | 32회

 

단체전 | 300여회 |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목포문화예술회관) | 챈나이 챔버 비엔날레(챈나이,인도) |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기념전(청주시립미술관) | 한국화-옛뜰에 서다(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부산비엔날레 특별전(부산문화회관) | 부산국제아트페어(부산문회회관) | 수묵에 길을묻다(한국소리문화의 전당) | 단원미술제 수상작가 초대전(단원전시관,안산)

 

현재 | 한국미술협회, 청주미술협회, 한국기초조형학회 회원 | 동서미술문화학회 부회장 | 충북대학교 융합학과군 조형예술학과 교수  

 

E-mail | sunv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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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012-오송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