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展

 

The Rest

 

rest_113x163cm_Oil on Canvas_2022

 

 

아리수 갤러리

 

2022. 10. 12(수) ▶ 2022. 10. 18(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3 | T.02-2212-5653

 

http://arisoogallery.com

 

 

바다가 보이는 방_130x162cm_Oil on Canvas_2022

 

 

작가노트

 

이번 전시는 휴식의 연장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유한한 인간의 힘은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주위를 돌아봅니다.

선명한 빛속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면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합니다.

머릿속에 생각도 잠시 멈추고 멍하니 마음도 고요해지는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무의식까지도 휴식을 취하는 것 같습니다.

빛과 함께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는 착각이 듭니다.

멈춤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합니다.

힘든 시기를 보낸 모든 분들과 함께 휴식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the room_91x117cm_Oil on Canvas_2019

 

 

휴식, 상실감 그러므로 자기_타자와 투명하게 대면하는

 

고충환(Kho Chunghwan 미술평론)

 

인적 없는 해변에 다만 하얗고 빈 플라스틱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의자 옆으로 의자보다 큰 키의 칠흑같이 짙은 그림자가 길게 누워있다. 하얀 의자와 칠흑 같은 그림자가 강하게 대비되는 것으로 보아 시간을 알 것도 같다. 뚜렷한 대비로 보아 정오쯤일까. 유난히 짙고 긴 그림자로 봐선 정오를 지난 2, 3시쯤일지도 모른다. 그림 전면에는 의자의 그림자보다 더 큰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마도 건물이나 가게의 차양이 만든 그림자일 것이다. 이처럼 그림자는 그림을 확장한다. 그림 속에는 없는 건물이나 가게를 암시하는 것이다. 인적이 없다고는 했지만, 그림을 확장하면 사람이 영 없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게 정작 그림 속에는 없는 사람들이 재차 그림을 확장한다.

 

암시의 힘이고, 부재의 미학이다. 그리지 않으면서 그리는 것, 정작 그림 속에는 없는 것을 상기시켜 그림 자체를 확장하고 그림이 내포한 의미를 확장하는 것이 암시라고 한다면, 부재를 통해서 존재를 증명하는 것, 비록 지금 여기에 없지만, 그때 그곳에 존재가 있었음(그러므로 한때 존재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 부재의 미학이다. 그렇게 암시의 기술과 부재의 미학은 하나로 통한다. 그리고 그 통함이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때 그곳에 있었지만 지금 여기에는 없는 존재를 다시 되불러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빈 의자가 부재 하는 존재를 상기시키고, 그러므로 어쩌면 그리움을 떠올리게 만든다.

 

나아가 혹 빈 의자는 나를 위해 예비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여기에, 인적 없는 해변에, 하얗고 빈 의자에 마냥 앉아 쉬고 싶다는, 넋을 놓고 싶다는, 나를 잊고 싶다는 나의 욕망이 투사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 여기에 그때 그곳을 그대로 되불러오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림은 비록 현실을 모티브로 한 것이지만, 사실은 작가의 욕망을 그린 것이고 환상을 그린 것이다. 실제로도 이 그림은 한강 변을 거닐다가 우연히 눈에 들어온 하얗고 빈 플라스틱 의자에서 착상된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한갓 빈 의자지만 예사롭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작가의 욕망을 매개로 빈 의자가 자기 자신으로 전이 될 수 있었고, 작가의 환상 속에서 한강 변이 해변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rest_45x53cm_Oil on Canvas_2019

 

 

그렇게 인적 없는 해변이, 빈 해변이, 작가의 의식 속에서 확장된(그러므로 어쩌면 작가의 기억이 소환한) 해변이 마치 시간이 정지된 듯 적막하고 쓸쓸하고 평화롭다. 세상에서 외떨어진 휴양지 같다고 해야 할까. 미셸 푸코는 휴양지를 헤테로토피아라고 불렀다. 여기서 헤테로토피아는 유토피아와 같으면서 다르다. 둘 다 초장소 그러므로 없는 장소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같다. 반면 유토피아가 실제로는 없는데 다만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만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면, 헤테로토피아는 실제로는 있는데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부재 하는 장소 혹은 잠정적으로 지워진 장소를 의미하는 것이 다르다.

 

한편으로 푸코가 예로 든 헤테로토피아(휴양지 외에도 비록 그 결은 좀 다르지만, 군대와 기숙사 같은)가 다 그렇지만, 휴양지 역시 이중적이고 양가적이다. 세상으로부터 외떨어졌다는 것이 일탈 그러므로 휴식과 해방을 주지만, 동시에 그 휴식과 해방이 임시적이라는 것, 그래서 다시금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공존하는 것이 그렇다. 그 이중성과 양가성(그러므로 휴식과 불안이 공존하는)이야말로 도시 외곽 풍경을 그린, 휴양지를 그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관통하는 핵심 정서라고 해도 좋고, 그 정서적 질감이 그대로 작가의 그림에도 있다고 해도 좋다. 흥미롭게도 작가는 일전에 이처럼 이중적이고 양가적인 감정을 주제화한 적이 있다. 그 결은 좀 다르지만, 친숙함과 낯섦 그러므로 캐니와 언캐니가 공존하는(그러므로 캐니가 자기의 한 본성으로 언캐니를 예비하고 있는) 집에 대한 양가감정을 그린 것이 그렇다. (이하 생략)

 

 

늦은 오후에_41x53cm_Oil on Canvas_2019

 

 

손바느질 맞춤정장_73x91cm_Oil on Canvas_2022

 

 

갓집 위에 해골_53x45cm_Oil on Canvas_2022

 

 

rest_53x46cm_Oil on Canvas_2021

 

 

 

 

 
 

김정숙 | Jeong sook Kim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과 졸업

 

개인전 및 부스전 | 2015 제8회 'Rest' (서울숲 커뮤니티센터 갤러리초대전) | 2014 제7회 'Rest' (서울숲 커뮤니티센터 갤러리초대전) | 2009 제6회 'Rest' (갤러리 마음 초대전) | 제5회 'Rest' (갤러리 라메르) | 2007 제4회 'a rectangle...' (서울 올림픽 기념관 초대전) | 제3회 'The Road to Peace'(네덜란드 레이던 대학 초대전, 아르프스갤러리) | 2006 제2회 '김정숙 개인전' (갤러리 라메르) | 제1회 'World Peace lsland'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단체전 | 2021 THE 12TH ACAF 2021 초대전(미술과비평) | 2020 2020한성백제 송파미술제 | 2019 아트메트로정기전(갤러리 H) | 6인 그룹기획전, 연말소품기획전(갤러리 가가) | 2018 Art & space312기획 아트메트로전(홍익아트몰 갤러리) | 2018 "예술은 셀프" 기획초대전(나루아트센터갤러리) | 2017 아트메트로정기전(미술세계갤러리) | 2015 2015여성기획초대전(갤러리 올)  | 2012 제4회 한중 국제미술교류전(중국황해 예술박물관) | 아트메트로 정기전(토포 하우스) | 2011 아트메트로 정기전(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 2010 한국.러시아 국제미술교류전(문화관광부주최 한 러 수교20주년기념행사) (중앙화가회관) | 제3회 옌타이 중·한 국제미술교류전 (중국 연태시 연태화원 전시관) | 그림과 만나다(정동경향갤러리) | 2009 "2009 대한민국 선정 작가전"(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 | 2008 "Omnibus story(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전 (드림갤러리) | 2007 "이준열사 100주년 기념 초대전"(헤이그시청홀) | Korea International Contemporary Art EXPO "벽을넘어서"(세종문화회관전관)

 

현재 | 한국미술협회, 한국전업작가회, 아트 메트로 회원

 

E-mail | hangang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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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1012-김정숙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