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영 展

 

 

 

이목화랑

 

2022. 9. 14(수) ▶ 2022. 10. 5(수)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94 | T.02-514-8888

 

www.yeemockgallery.co.kr

 

 

2022_oil on canvas_60.6x50cm

 

 

오늘은 반드시 얕은 잠이어야 합니다. 다소 무겁고 까다로운 걸 옮길 예정입니다.

안개 속에서 눈을 뜨고 있는가, 감고 있는가. 지금이 아침이던가, 아니면 밤중이던가. 그는 분간할 수 없었다. 꿈을 꾸고 있었지만, 꿈이라 확신할 수 없었다. 혹시 이게 꿈이라면, 자신의 머리가 흑발인지 아니면 백발인지가 궁금했다. 젊은이의 몸인지, 늙은이의 몸인지. 얼굴 거죽을 만져 보거나, 몇 발자국만 걸어 보아도 쉬이 나올 답이지만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안개가 지독하게 짙었다. 꿈속의 그는 마침내 걷기 시작했다. 관절의 불편한 느낌으로 자신이 젊지 않다는 걸 알았다. 방금 전 이 모든 게 꿈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꿈이건 현실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꿈이면 어떻고, 현실이면 어떤가. 어차피 시간은 흐르고 있는걸. 짙은 안개 속에서 경직되어 걷는 게 우습게 느껴졌다. 몸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어깨를 흔들며 다리를 흔들거리며 걷기로 했다. 이 안개가 모든 걸 감춰 주지 않는가. 그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마구 내달렸다. 허공, 그는 허공을 밟았다. 아! 여긴 어디이지? 그는 공중에 붕 뜬 찰나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현실의 그가 말을 잃었다는걸. 종이! 종이가 필요해! 펜! 종이! 펜! 종이!

최대치로 에너지를 소진해 달리고는 돌아올 에너지를 남기지 않는 부류. 나무가 휘어지게 피는 목련도 같은 부류. 아주 욕심껏, 맹렬히… 뛰어온 길을 무너뜨리며. 미련이 무엇인지 알아도 단호하게.

밤의 보풀.

강한 판타지는 얼마나 힘이 센지. 잘만 하면 유성우를 내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빛이 나오는 집이 보이나요. 그렇다면 아마도 우린 같은 것을 찾아 헤맸을 거고, 함께 신기루 안에 머물 수 있습니다. 사라지는 건 내키지 않는다고요? 사라지는 건 당신도 나도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들어가 보겠습니다!

 

임고을

 

 

2021_oil on canvas_45x45cm

 

 

2022_oil on canvas_33.4x24.2cm

 

 

2022_oil on canvas_40.9x60.6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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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914-고지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