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정유빈展

 

덤덤한 소란

 

 

 

Gallery MEME

 

2022. 8. 31(수) ▶ 2022. 9. 18(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 5길 3 | T.02-733-8877

 

www.gallerymeme.com

 

 

김명준 作_bombomb_91x91cm_Acrylic on canvas_2022

 

 

김명준 작가노트

나는 불안 속에서 산다. 세상의 어떠한 것도 통제될 수 없는 세상이 올까 봐, 최소한 나 스스로에게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생각 때문이다. 작업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과거부터 흥미롭게 여겼던 일들, 예를 들면 수족관을 만들고 생태계를 구축했던 일, 잔디에 약을 치고 소나무의 모양을 철사로 잡아 만드는 과정들을 보는 것, 동물원의 동물을 보며 지배의 욕구를 느낀 것,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들을 통해 내가 불안을 해소했던 것처럼 캔버스 안의 세상을 내가 정복하고 싶다는 갈망에서 말이다.

요즘 들어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엔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전쟁, 환경오염과 이로 인한 재해에 관한 영상이 자주 올라온다. 이런 뉴스나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을 접했을 때 자연과 인류 서로를 정복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공존의 가치를 무시하며 살아온 대가를 에어컨이 틀어진 방구석에서 배달음식을 먹으며 마주하게 된다. 더욱 불안과 가까워진다.

작품 속 재난들은 멀리서 바라보면 폭죽놀이처럼 아름다워 보일지 모른다. 내가 방구석에서 단순히 재미를 위해 동영상을 시청하며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이처럼 우리는 안전한 장소에 발을 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세상은 변화의 중심에 있다.

 

 

김명준 作_Star work_53x40.9cm_Acrylic on canvas_2022

 


나의 작품 속 재난들은 멀리서 바라보면 폭죽놀이처럼 아름다워 보일지 모른다. 내가 방구석에서 단순히 재미를 위해 동영상을 시청하며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 이처럼 우리는 안전한 장소에 발을 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관람자들이 캔버스 안 구축된 사건을 아름답게만 바라보지 않고 직면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길 바란다. 풍경을 산책하며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닌 이미 사건 안에 있으며 통제할 수 없는 힘을 느끼길 원한다.

이미지를 마음대로 정제하고 그것을 다시 자유롭게 배치하는 통제의 과정은 나 자신도 사건들을 촉발하는 것에 일조하였다는 죄책감을 희석해 주는 돌파구가 되는 듯하다. 동시대를 진단하는 일에 있어서 예술가들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세상을 혁명할 수 있는 큰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나의 작업 행위 하나하나로부터 출발해 세상이 아주 조금씩은 바뀌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작업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김명준 作_white flag_91x91cm_Acrylic on canvas_2022

 

 

 

 

정유빈 作_느릿한 움직임_53x40.9cm_Acrylic on canvas_2022

 

 

정유빈 작가노트

어릴 적부터 느껴온 사적 공간에 대한 결핍은 작업을 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집중되었다. 나만의 공간을 소유하고픈 욕구는 작업을 하는데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 화폭 위에 공간을 자유자재로 분할하고 변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공간에 대한 소유욕이 충족되는 대리만족을 느꼈다.

지극히 사적인 공간에 대한 관심 또는 소유욕은 작업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된 실외와 자연의 영역으로 넓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이쪽과 저쪽을 확연히 구분 짓는 벽이 아닌, 안과 밖을 연결하는 창문 프레임으로 이루어지는 세계에 더 많은 관심과 기대를 갖게 되었다. 더불어 프레임 밖으로 겹겹이 중첩된 풍경은 화면구성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화면 위의 건축물과 자연은 프레임 또는 구조적으로 단순화된 면으로 배열된다. 중첩된 프레임과 면으로 이루어진 화면 위에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가 모호하디. 이렇게 화면에 재구성된 공간은 확산되거나 축소되기도 하여 낯익지만 낯선 공간으로 나타나는데, 그것은 차원이 다른 질서로의 도약을 기대케 한다. 화면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선들은 무한한 공간으로의 연결점이자 유동적인 의식의 흐름을 반영한다. 그 선들 사이에 유영하듯 배치된 형상들은 화면에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이를 통해 보는 이에게 낯익기도 하지만 동시에 묘하고도 낯선 것으로 다가간다. 대상의 해체와 재구성 그리고 왜곡된 형태를 통해 비일상적인 의식의 흐름과 같은 시간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형태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공간은 잠재된 가상의 세계를 암시한다.

 

 

정유빈 作_나누스의 행방_89.4x130cm_Acrylic on canvas_2022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건축물에 의해 가려진 자연 풍경처럼 익숙함에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을 수집한다. 기억을 통해 수집된 이미지의 기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왜곡되고, 변형되어 머릿속을 유영하듯 떠다닌다. 처음 발견했을 때의 형태와 색감은 중요하지 않다. 익숙한 장소에서 당연시했던 것으로부터 특별하게 촉발된 낯설고 새로운 느낌의 이미지를 작업으로 옮기고자 한다.

일상 속에서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나쳤던 대상이 불현듯 낯설게 다가온다. 계절이 지나면서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 갈라지고 벗겨진 나무껍질의 형태와 색, 빗물 고인 웅덩이, 덩그러니 떠 있던 구름 조각, 건물 틈 사이로 우뚝 솟아있는 산의 형태와 차도 위에 그어놓은 곡선, 건물마다 포인트로 칠해진 색 면까지 식상하고 하찮아 보였던 일상에 대한 새로운 발견은 비일상적 세계를 엿보는 틈이자 통로라는 생각이다.

J.K.롤링이 쓴 ‘해리포터’에서 해리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가기 위한 연결 통로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킹스 크로스 역 9와 4분의 3 승강장‘은 기차역의 한 부분일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무심코 지나쳐가는 기차역일 뿐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새로운 세계와의 연결 통로로 인식된다.

이렇듯 평범하고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일상의 발견은 주변을 세심하게 둘러보는 관찰의 계기가 되었고,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자, 또 다른 세계로의 연결 통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품 속 비일상적 세계는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작고 사소한 것들로 구성되어 만들어진다. 같은 현실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 누군가에겐 특별한 세계를 엿볼 기회이자 경험이 되는 것이다.

 

 

정유빈 作_위로_31.8x40.9cm_Acrylic on canvas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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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831-김명준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