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 展

 

Continuity of Time: 시간의 연속성

 

Flower#115_120x156cm_Pigment ink on fiber based paper_2022

 

 

소울아트스페이스

 

2022. 7. 28(목) ▶ 2022. 8. 23(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30 | T.051-731-5878

 

www.soulartspace.com

 

 

Flower#99_110x165cm_Pigment ink on fiber based paper_2020

 

 

소울아트스페이스는 2022년 7월 28일(목)부터 8월 23일(화)까지 오중석의 <Continuity of Time: 시간의 연속성>展을 개최한다. 오중석은 광고, 영화, 음반업계의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 한국의 대표 패션사진가로 대중적 인지도 또한 높은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상업사진을 찍는 틈틈이 꽃과 다양한 풍경, 그리고 그만의 독창성을 지닌 순수사진 작업을 병행해왔다.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들을 지속적으로 촬영하고, 표현기법을 실험하면서 차분히 사진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중이다. 부산에서 처음 개최되는 오중석의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꽃’ 시리즈를 비롯해 1950~60년대 필름을 자신만의 사진으로 재탄생시킨 시리즈 등 신작을 포함한 30여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라 불린다. 그 찰나는 순간의 기록물로 남지만 사실상 시간은 영원하며 연속적이다. 니엡스(Joseph Nicéphore Niepce)와 다게르(Louis Jacques Mandé Daguerre)에 의해 발명된 사진은 어쩌면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산물일지 모른다. 오중석이 주로 다루는 꽃은 시간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소재 중 하나다. 피었다가 지는 과정의 시간이 길지 않고 만개한 순간은 더욱 짧기 때문이다. 이같이 짧은 생의 물질들은 도처에 있지만 꽃이 대표적으로 상징되는 이유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최상의 미를 추구하는 패션업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은 오중석이 미의 대표성을 띠는 꽃에 이끌린 것은 예상되는 결과이지만 사실 그는 사진가의 꿈을 가졌던 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30년간 끊임없이 꽃을 카메라에 담아왔다고 한다.
꽃의 표현은 타이밍이 중요하기에 조심스럽게 다루고 인내로 찰나를 포착해야하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협업으로 이루어지는 광고촬영이 물 흐르듯 막힘없이 진행되는 일상이라면, 오롯이 홀로 집중해야하는 순수작업은 아무래도 보다 정성을 쏟게 되지만 도무지 마음대로 되지 않는 번뇌와 좌절의 반복을 경험하면서 더욱 애정하며 붙들 수밖에 없는 것이 되었다. 긴 시간 꽃을 찍어온 만큼 전시되는 꽃의 종류, 형태, 색감, 표현방식이 다양하다. 꽃 자체를 담담하게 드러내거나 마이크로렌즈로 극사실적 묘사를 하기도 하며, 빛이 투영된 꽃을 담거나 컬러를 흑백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Flower#99>의 경우 마르지 않은 상태의 프린트를 거꾸로 돌렸을 때 잉크가 흘러내리는 것에서 영감을 받아 임의로 잉크를 두텁게 올린 인화지를 반대로 세워 재촬영했는데, 마치 꽃잎이 흘러내리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 느낌을 선사한다. 잉크가 완전히 건조되기까지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이 작가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유독 컬러와 톤에 민감한 그이기에 자연이 선사하는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잘 살려낸 것도 특징적이다.

 

 

moment#20_100x100cm_Pigment ink on fiber based paper_2022

 

 

같은 선상에서 오중석이 담아내는 또 다른 대상은 하늘이다. 다만 ‘하늘’ 시리즈는 소재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당시의 시간을 추억하는 대상으로서 존재한다. 가령 <Love>는 발리를 방문했을 때 아내에게 선물하기 위해 촬영한 컷이지만 결국 전하지 못한 사연이 있다. 인화된 사진 위에 'Love'라는 레터링이 새겨진 이유이기도 하다. 실내에서 촬영한 ‘꽃’ 연작과 달리 ‘하늘’은 실외에서 바라볼 수 있는 피사체이기에 그날의 장소, 빛, 공기, 온도를 통해 작가의 감정이 녹아들고, 일상이 꾸밈없이 반영되어 그에게는 과거를 구체적으로 소환시키는 소재가 된다.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리즈도 전시된다. 오래된 필름을 직접 수집해 자신만의 톤을 입히고, 다양한 트리밍을 시도하여 재가공한 연작으로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그가 수집한 필름을 우연한 기회에 스캔하게 되면서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이 시기의 필름으로만 작업하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동경하는 시대이기도 하고, 지금은 찍을 수 없는 풍경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단순히 옛 것을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타인의 시선에 비친 과거의 풍경을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 화면으로 재구성하면서 1950~60년대의 화면은 오중석에 의해 2022년 새롭게 세상에 드러난다. 2만장이 넘는 필름에서 셀렉트 된 컷들은 고용량의 스캔을 받는 작업부터 선행된다. 반세기동안 관리되지 못한 컨디션 불량의 필름을 살려내고자 고해상도의 화면에서 하나하나 먼지를 지워내고 톤을 만들어 가는 작업은 고된 수행의 과정이자 타인의 시간을 자신의 시간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진은 순간의 기록이지만 결과물을 향유하는 시간은 연속적이다. 오중석에게는 여전히 방대한 양의 사진이 있다. 마치 아카이브처럼 과거의 시간을 꺼내어 현재에 편승시킨 작품들은 긴 시간의 축에서 대상의 의미와 현존재, 본질과 실존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각기 다른 시간 속에서 촬영된 오중석의 이미지들이 하나의 공간과 시간 속에서 또 다른 해석과 감상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오중석(1974~ )은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촬영한 첫 화보는 2001년 ‘코스모폴리탄’을 통해서였는데, 이후 패션업계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보그’, ‘엘르’, ‘바자’, ‘지큐’, ‘에스콰이어’등의 잡지 화보와 표지를 독점하면서 순식간에 최고의 포토그래퍼 반열에 올랐다. 광고, 패션, 대중예술의 가장 중요한 촬영이 그의 손을 거쳐 갔고, 신선한 아이디어와 미묘한 순간을 포착하는 탁월한 능력으로 톱스타와 모델들이 가장 선호하는 친구이자 파트너로 오중석을 지목하게 되었다.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과정 속에서도 꽃, 소녀, 풍경 등을 소재로 자신만의 순수한 작업을 꾸준히 펼치며 독창적인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20여 년 간 다양한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온 만큼 앞으로 그가 보여줄 순수예술의 세계도 기대를 모은다.

 

 

somewhere#9_100x150cm_Pigment ink on fiber based paper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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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728- 오중석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