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 시간오치규 상점

 

 

 

Another동양장

 

2022. 6. 17(금) ▶ 2022. 8. 17(수)

* 금, 토, 일 오픈 (am11~pm06) | 월, 화, 수, 목 (예약)

대전광역시 중구 부사동 90-11 | T.042-221-4334

 

 

녹슨꽃

 

 

오치규의 작품은 장식성이 있다. 몇 되지 않는 선과 여백만으로도 눈을 끌고, 전시장이건 거주지의 실내이건 다른 사물들과 크게 부딪치지 않고 원래 있었던 것처럼 의뭉스럽게 그 자리의 주인이 될 수 있는 힘이 있다.

 

(중략)

실제로 그의 작업실에는 그 식물들이 그러한 형태로 살아 있다. 화분에 담기거나 물컵에 담은 구근이 싹을 틔워 올리거나 생수병에 담긴 상태로 말이다. 그려진 화분의 형태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듯이 그것들은 가드닝을 위해 보기 좋게 꾸민 것들이 아니라, 여기저기에 버려져 있는 것들을 주워 모으거나, 식재료로 놓아둔 것에 싹이 트면 어쩔 수 없이 기르게 된 것들이다. 파의 꽃을 보기 위해 파를 기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파를 키우다보면 흰 꽃이 핀다. 그리고 그들도 수명이 있어 꽃이 지고 잎이 시들어 생명을 다한다.

 

 

 

대문앞 박스그림

 

 

(중략)

근근이, 죽지 않고, 끈질기게, 남들이 뭐라 하건 있는 힘을 다해 살아가는 것들. 생수병, 사이다병이나 콜라병에 담아주기만 해도 살아나는 것들 말이다. 그의 그림 속 식물들은, 지조와 기개는 오히려 이거 아닌가? 하고 묻는 것만 같다. 중간이 뚝 잘려나간 나무 둥치에서 그래도 살겠다고 가지를 뻗거나, 햇빛을 향해 몸을 있는 대로 구부려 화분에서 막 삐져나올 것처럼 자라나고 있는 식물의 형태들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의 기운을 반영한다.

 

이윤희(미술평론가·큐레이터)

 

 

아그립빠

 

 

꽃3

 

 

꽃4

 

 

난초블루

 

 

몬스트라 엘로우

 

 

어나더동양장 전경

 

 

 
 

오치규

 

상점 주인 오치규는 니혼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충남대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며, 식물을 키우고 그리며 잡동사니를 모으며 살고 있다. 가끔은 농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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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617-오치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