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 이은미 展

 

앵무새의 희망가

Chicken Queen

 

꽃 닭. 실키 no.1_91x116.8_캔버스 아크릴,유채_2022

 

 

 

2022. 6. 15(수) ▶ 2022. 6. 20(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52-1 | T.02-736-6669

 

www.galleryis.com

 

 

꽃 닭. 실키 no.2_91x116.8_캔버스 아크릴,유채_2022

 

 

사심 없는 생활밀착형 예술가의 첫 데뷔

 

화조도 花鳥圖로 규정해도 될 만큼 새 그림으로 채운 전시실. 이은미의 첫 개인전 구성은 이렇다. 그렇지만 뜻풀이처럼 꽃과 새를 함께 출연시켜 남녀 길상 행복 부부 화목 등을 기원하던 용도에서 제작된 화조도의 전통과는 다르다. 상보 관계에 있는 꽃을 제외하고 오직 새에만 초점을 맞춘 그림들이니 말이다. 몇 점의 앵무새 그림이 비록 포함되었으나 사실상 닭 그림에만 원 포인트로 집중한 전시회다. 단일한 주제의 전시인 만큼 통일감을 줄 법도 한데, 출품작을 한 점씩 확인하노라면 상이한 여러 작가들을 초대한 닭 그림 그룹전을 방불케 할 만큼 다채롭게 재현된 닭들이 한 곳에 모였다. 한 사람의 결과물처럼 보이질 않는다. 동물도감의 삽화처럼 정교한 필치로 완성된 그림도 있고, 닭의 눈코입을 극사실적으로 클로즈업한 압도적인 그림도 있고, 물감을 찍어 짜내 닭의 프로필을 간략히 옮긴 그림도 있고, 물감의 거친 재질감을 살려 표현주의 화풍 닭을 묘사한 그림도 있고, 불투명한 단색 바탕 위에 찍어 누른 물감의 재질감으로 닭을 도식화한 그림도 있다. 이에 더해 흰색 노란색 주황색으로 삶은 달걀의 단면이나 삶은 달걀을 담은 그릇을 간소하게 구성한 그림들에선 추상회화의 기품마저 느껴진다. 좀체 작가 한명의 작품 모음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출품된 닭 그림은 극사실주의, 일러스트 화풍, 간결한 이미지 도식 등 다채로운 터널을 통과해서 전시장에 모여든 것처럼 보인다.

 

 

행복한달구 2_91x116.8.아르쉬지에 아크릴 유채_2021

 

 

이은미의 새 그림이 화조도의 계보, 나아가 일반적인 새 그림과 갈라서는 결정적인 지점은 그림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닭에 있다. 전통 동양화 화조도는 집에서 기르는 가금家禽과, 매나 까치같은 야금野禽으로 분류되지만, 사람이 가까이 둘 수 없는 야금의 비중이 화조도에선 훨씬 높다. 닭은 동서고금의 미술사를 통틀어서 공히 독자적인 주제로 재현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조류다. 닭이 출현하는 대표작 쯤 될 조선후기 김득신의 파적도破寂圖만 해도, 고양이 병아리 닭 그리고 집 주인 내외가 한 화면에 등장하지만, 그 안에서 병아리와 닭은 주연이 아니다. 앞마당을 가로질러 도망가는 고양이 입에 물린 병아리와 망연자실 바라보는 어미닭은 조연일 뿐, 달아나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향해 황급히 담뱃대를 휘두르는 주인 내외가 이 풍속화의 포인트다. 조선후기 화가 변상벽 장승업 신윤복과, 현대화가 이중섭 서세옥 등이 닭을 그린 몇 점이 남아있다지만, 그들 모두 닭 그림에 일가를 이룬 화가가 아니다. 서구 화단이라고 사정이 다르진 않다. 동물화로 범주를 넓게 잡아도 화면의 주인공으로 소환되는 동물은 말 사자 호랑이 순록처럼 가까이 둘 수 없는 범상치 않은 외관의 야생 동물이거나 설령 반려동물이어도 개 고양이를 넘어서지 않는다. 조류로 범주를 좁힌들 용맹스런 눈과 부리의 독수리 같은 맹금류나 백조 공작처럼 관상 가치가 높은 야생 조류가 그림의 주인공이다. 식용으로 기르는 가금류를 단독 주제로 선택하진 않는다. 닭을 향한 미술 창작의 하대는 닭을 곧 닭고기로 인식하는 세간의 정서와도 맞닿아있으리라. 미술사에서 계보를 찾기 어려운 닭 그림의 희소성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은미의 닭 그림은 독보적인 면모를 갖췄다.

 

 

앵무새의 희망가 no.1_130.3x162.2_3겹장지한국채색_2020

 

 

좌우로 돌출되어 몸통을 둥그스름하고 통통하게 묘사한 닭 한 마리의 초상화를 보노라면, 보통사람이라면 눈길조차 주지 않는 이 가금류에게 귀여움과 성숙한 생명력을 담으려한 작가의 감정에 이입되기도 한다. 닭을 닭고기로 보지 않고 반려 가족으로 대하는 그린 이의 남다른 태도가 이제껏 세상 어디에선가 무심히 그려졌을 무수한 익명 화가들의 닭 그림과의 차별점을 만든다. 그 점에서 이은미는 전무후무한 닭 그림 화가다. 닭에 대한 남다른 유대감은 그녀의 작품 제목에 달구(닭을 지칭하는 방언)라는 친근감이 밴 단어를 쓰는 데에서도 확인된다.

 

이은미의 데생력은 타고난 데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녀가 미술 창작에 눈을 뜬 때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그린 그림을 본 담임선생이 팔레트와 붓을 선물하고 그림을 자청해서 가르쳐주면서 교내 미술부 생활을 시작하게 된 때라고 한다. 당시 담임선생의 눈에 들어온 이은미의 그림은 학교 닭장에서 사육중인 장닭을 그린 그림이었단다. 닭은 이은미와 미술 창작을 연결시킨 실마리가 된 셈이다.

 

 

앵무새의 희망가 no.2_130.3x162.캔버스에 아크릴,유채_2022

 

 

이은미의 첫 개인전은 단일한 주제(닭)를 색채감각과 데생력이라는 단순한 조형감각에 담아, 미술 감상의 원초적인 즐거움을 환기시킨 전시이기도 하다. 이런 작품 혹은 전시의 성격이 작품을 둘러싼 과중한 의미 부여나 작가의 주관성에 치중해 피로감을 높이는 현대미술 현장에 줄곧 있던 나에겐, 미술의 기울어진 균형추를 반추하게 하는 실마리도 되었다. 첫 개인전에는 할리우드 영화를 다룬 작품도 두 점 나오지만, 결과적으로 닭이라는 주제를 보조하는 장치에 가깝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 출연하는 허구적 캐릭터, 조커와 할리퀸을 그린 두 점 그림의 관전 포인트는 조커 또는 할리퀸 혹은 그 안에 슬쩍 삽입된 닭이기 보단, 화면 가득 휘몰아치는 색채 감감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색채의 원초적인 파노라마를 선별하는 작가의 감각은 함께 출품된 닭/앵무새 그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선 미출품된, 비 내리는 도심의 야경을 몽환적인 수채화로 옮긴 예전 그림처럼 지난 과거에 완성한 그림들을 두루 살펴보니 모두 원초적인 색채의 매력이 스며들어 있었다.

 

시서화삼절詩書畵三絶은 시와 글 그림에 두루 능한 예술가를 칭하는 용어로, 달리 풀이하면 입체적인 감동을 전달하려고 언어와 비언어를 병행하는 예술창작자를 뜻하는 것일 게다. 실생활에서 늘 대하는 닭을 주제로 택한 이은미는 생활 밀착형 예술창작자라 할 수 있는데, 그림이라는 비언어적 수단 뿐 아니라 여러 편의 시를 지어 닭이라는 단일 주제에 진심으로 몰입하고 있었다.

 

반이정 미술평론가

 

 

꽃 닭 no.3_91x116.8_캔버스 아크릴,유채_2022

 

 

작가노트

 

IMAGE : 생명. 시작. 신비한. 자연. 가까운. 용기.

 

어릴적, 그림그리기를 유난히 좋아한 가인 이은미.

닭에 대한 특별한 많은 추억 중 초등학교 3학년 미술시간 학교 닭장에 있는 장닭을 그렸습니다.

담임 선생님께선 나의 그림을 보신 후 철로된 멋진 팔레트와 굵은 붓 한 자루를 주시고는 직접 가르쳐 주시기 시작했죠. 그 후 미술부와의 인연이 시작 되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가슴 따뜻한 기억입니다.

 

 

꽃 닭 no.4_91x116.8_캔버스 아크릴,유채_2022

 

 

행복한 달구

 

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ㅁ가인 이은미

 

목청 껏 힘차게 울어대니

속 또한 시원타

어미닭이 알을낳듯 온 힘을 다해

힘껏 소리친다.

나 여기 있노라고...

나 여기 왔노라고...

 

어디까지 가나보자!

가다 지치듯

울다 지치면 그만 울겠지

아니아니

내일은 더 크게 목소리 토해 낼 것이다!

 

그게 달구의 숙명

그게 달구의 운명

바꾸려 하지 말고

목에 붙은 대가리 꺽이지 마라

목숨붙어 있는 한 행복한 달구로 살아갈 터이니...

 

 

앵무새의 희망가 no.3_91x116.8_캔버스 유채_2021

 

 

 

 

 
 

이은미 | Lee eun mi

 

수상 | 2019 | 제35회 한국수채화 공모대전 입선 | 제29회 한국여성미술공모전 특선 | 2020 | 제39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부문 입상 | 제36회 한국수채화 공모대전 입선 | 제30회 한국여성미술공모전 장려 | 2021 | 제37회 한국수채화 공모대전 입선 | 제31회 한국여성미술공모전 특 | 대한민국 힐링미술대전 특선 | 기타 다수 (총14회 수상)

 

단체전 | 2019 | 창작과 시선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1관 | 충청현대한국화 초대전, 3.1운동100주년기념, 홍주문화회관 |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 인사동사람들 특별전, 라메르갤러리 | 수채화 한일 교류전, 일본 하마마츠 | 2021 | 봄.바람전,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1관 | Healing With animals, 사랑방문문화클럽 전시부 특별전, 성남아트센터 | 기타 다수 (총28회 참여)

 

현재 | 2022 개인전 이즈갤러리 | 한국여성작가협회 회원 | 내포그림사랑회 회원 | 붓사랑 회원

 

E-mail | ggff989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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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615-가인 이은미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