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하찮은 것에 머무는 따듯한 시선" - 한완희 + 열 세 작가와의 collaboration art

 

Impact_127x95cm

 

 

arte Soop

아르떼 숲

 

2022. 6. 6(월) ▶ 2022. 6. 26(일)

Preview Open : 2022. 6. 6(월) ▶ 2022. 6. 10(금)

Opening reception : 2022. 6. 11(토) 오후2시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5길 12 | T.02-735-5009

 

 

<아르떼 숲>에서는 "작고 하찮은 것에 머무는 따뜻한 시선"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6월6일 프리뷰 오픈을 시작으로 6월11일(토) 오후2시에 메인 오프닝 리셉션이 있습니다. 전시는 6월26일까지 합니다.

이 전시는 사진과 회화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전시의 축을 이루는 <한완희> 사진작가는 "작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에 따뜻한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40년 가까이 해왔습니다.

콜라보레이션 작업에 참여한 열세 분 작가는 한국 미술계의 허리를 감당하며 꾸준하고 일관된 자기세계를 이어오고 있는 분들입니다.

사진작품과 회화작품이 합체(合體)하여 내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마음을 열어보시기 바랍니다.

 

 

Inflationary Universe_105x140cm_canvas

 

 

작고 하찮은 것에 머무는 따뜻한 시선

- 사진과 회화의 collaboration art -

 

바위에 핀 이끼, 축 늘어진 나뭇가지, 찬 서리에 꼬꾸라진 연꽃, 말라비틀어진 잎사귀는 작고 하찮게 여겨지는 것들이지만 그것에는 우주의 질서가 작동되고 있다. 생태주의 물리학자 장회익 선생에 따르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온생명'인 동시에 또한 무엇의 '낱생명'이라고 했다. 내가 '온생명'이라면(이 또한 그 무엇의 '낱생명'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이루는 숱한 유기적 관계에 있는 '낱생명'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고, 이는 내가 지나온 낱낱의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맺어진 낱낱의 인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온생명'을 받치고 있는 '낱생명'을 작고 하찮게 여긴다. 문제는 본질이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에서 살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이러한 삶의 궁극에 가닿게 되려면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져져야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삶의 궁극, 즉 본질에 가닿기 위한 물음을 의제로 상정하고 있다. 아주 작고 하찮게 여긴 소소한 것들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면서 그것의 의미를 새롭게 하는 것이다.

 

 

대속하다_100x75cm

 

 

전시의 중심축을 이루는 '한완희'는 사진작가의 길을 걸은 지 40년이나 된,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에 굳은살이 베긴 사람이다. 1958년 강화에서 태어나 그곳 자연에 묻혀 살면서 그 정서를 고스란히 안고 자랐다. 그가 사진계에 입문한 것은 사진과 관련한 업계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면서 카메라의 메카니즘을 이해하면서였다. 고가의 카메라가 지닌 기능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이 담고자 하는 피사체와 그 맛을 살리기 위해 카메라를 해체해서 재조립해서 쓸 수 있는 노하우도 그때 익혔다. 그의 작품은 한눈에 봐도 누구의 작품인지 알 수 있을 만큼 독자성을 띠고 있다. 사진 작품으로 독자성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면 그의 작품을 달리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뉴욕의 세계적인 뮤지엄에서 그의 전시를 유치하려할 만큼 그의 작품세계는 독보적이다. 그가 원하는 작품완성도의 극점이 워낙 높아서 하나의 작품을 길어 올리기 위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실험을 반복한다. 그만의 포토제닉 (photogenic)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마치 모래밭에서 찾아낸 보석처럼 사진작가 한완희를 찾은 것이 내겐 행운이다. 그의 작품과 함께 한국미술의 허리를 이루는 작가 열 세분과 콜라보레이션 전시를 하게 된 것도 모두에게 축복이다.

 

모든 회화작품은 모호성을 지닌다. 오히려 구체적일 때 작품의 확장성은 제한되거나 틀에 갇히고 만다. 그러나 상호 보조하는 작품 간의 랑데부는 회화성을 더욱 증대시킨다. 이른바 <콜라보레이션 아트>로 불릴 수 있는 이 전시는 '한완희'의 사진 작품에 김건예, 김경미, 김보연, 김석화, 박야일, 박찬영, 박혜경, 이익렬, 전미선, 정다임(이상 평면), 이준석, 정현수, 정혜례나(이상 입체)의 작가들이 합체 작품을 출품, 콜라보를 이룬 것이다. 사실 이러한 작업은 누보 레알리슴(Nouveau Réalisme) 창시자 피에르 레스타니(Pierre Restany)가 김흥수(1919~2014) 화가의 작품에서 찾은 하모니즘(Harmonisme-造型主義)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모니즘>이란 음과 양의 상반된 극점이 하나의 화면에서 조화를 이룰 때 주어지는 조형주의 작품 형식이다.

 

 

서있는 키 큰 친구 I_106x80cm

 

 

그렇다면 '한완희'의 사진작품과 열 세 작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은 어떤 하모니를 이루는지 살펴보자. '김건예'와의 콜라보에서는 홀로선 나무가 있는 산을 그린 작품(김건예)과, 마찬가지로 홀로선 나무가 있는 산을 담은 사진(한완희)을 합체하여 홀로선 나무가 한곳을 바라보게 하여 대상의 신뢰를 구축했다. '김경미'의 일렁이는 바다 작품은 파도의 물결을 닮은 산 능선을 담은 사진(한완희)과 합체시켜 파도의 선과 산의 선을 일체화하여 '아버지의 산', '어머니의 바다'라는 이미지를 창출시켰다. '김보연'의 백매화 작품을 중앙에 놓고 좌우로 '신령한' 이미지의 나무(한완희)를 합체하여 나무의 영성과 생명의 비밀을 살피게 했다. '김석화'의 추상적인 달의 이미지에 고혹적인 눈썹달을 담은 작품(한완희)과 합체시켜 추상성에 리얼리티를 병치시키는 하모니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박야일'의 신호 시리즈 작품은, 이른 새벽 산 정상에 걸쳐있는 구름을 담은 작품(한완희)과 결합시켜 자연이 주는 시그널에 관한 메시지를 증폭시킨다. 꽃에 쏟아지는 빛을 실제 자개빛깔로 표현한 '박찬영'의 작품과는 영롱한 꽃잎을 담은 작품(한완희)과 결합시켜 꽃과 빛을 보는 해석을 확장시켰다. 낱낱의 풀잎이 겹치고 겹쳐 하나의 원을 이룬 '박혜경'의 작품과는 수많은 발길이 지났음직한 풀밭(한완희)을 결합시켜 '눕는 풀', '견디는 풀'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리얼하게 그린 '이익렬'의 작품은, 세찬 빗방울이 떨어지는 수생식물이 드문한 호수를 담은 작품(한완희)과 결합시켜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빗방울의 파편을 이미지화했다. '이준석'의 인드라망을 연상시키는 조각 작품과는 작고 붉은 선인장을 담은 작품(한완희)과 결합시켜 원들의 연속된 이미지를 통해 '인연'의 의미를 표현했다. '전미선'의 물고기자리 작품과는 어리연잎이 호수를 메운 작품(한완희)과 결합시켜 비단잉어의 상승기운을 극대화했다. '정다임'은 '한완희'의 <골쇄보> 뿌리를 담은 작품에다 어떤 생명체가 흡착판을 대고 에너지를 흡입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정현수' 작가의 남녀가 기댄 부조작품에는 첫서리에 꼬꾸라진 연꽃을 담은 작품(한완희)과 결합시켜 "기댄다는 것은 곧 깃든다"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정혜례나'는 연꽃이 스러진 물결 너머로 나무의 물그림자가 흐린 기억처럼 이어진 작품(한완희)에다 본인의 군상 이미지를 담은 조각을 입혀 침묵과 아우성의 인간군상을 표현했다.

 

 

서있는 키 큰 친구 III_106x80cm

 

 

이와 같은 전시기획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한국의 <김흥수> 작가가 1970년대에 발표한 하모니즘의 기법이 <피에르 레스타니>에 의해 <<하모니즘>>이라는 새로운 사조로 정의된 이후, 세계적인 작가들이 이 기법을 차용한 작품을 내놓으면서 마치 자신이 그것의 창시자인 것처럼 주장해왔는데(작은 나라의 작가라 하여 무시된 경향이 있고, 김흥수 작가가 한참 꽃을 피울 때 서거하여 후대로 이어지지 못한 이유도 있다), 한국의 작가에 의해 발원된 미술사조를 복원하고, 미술사를 올바르게 정립한다는 의미가 크다. 이는 김흥수 작가의 선언처럼 음과 양의 극점을 하나로 묶는 일이기도 하며, 형상성과 추상성을, 나아가서는 서로 다른 장르와 그 메시지를, 각각의 형식과 기법을 하나의 화면에 공존시키는 오늘날의 융ˑ복합 경향과도 맞닿아있다.

 

이 전시가 이루어진 데에는 인연의 끈이 되어준 양두석 감독님과, 사윤수 시인의 동참, 그리고 전시취지에 공감하고 선뜻 작품을 내어준 열 세분의 작가가 있어 가능했다. 유 ˑ 불리를 따져 연대하는 세상인심을 고려할 때, 잘 알지 못하는 작가를 축으로 콜라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이므로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우리가 크고 높은 것을 지향하는 사이 그것을 이루는 작고 하찮은 것들은 관심사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문제는 '본질'이며, '궁극'이다. 나는 무엇에 의해 '온생명'일 수 있었고, 또한 무엇의 '낱생명'이기도 한가?. 이 전시는 이러한 의제를 상정한다.

글 | 정요섭 | 문화비평 <아르떼 숲> 대표

 

 

서있는 키 큰 친구 IV_106x80cm

 

 

쓸모 있음 의 쓸모없음_105x140cm

 

 

콜라보레이션 참여 작가 13인

 

김건예(서양화) | 김경미(서양화) | 김보연 | 김석화(서양화) | 박야일(서양화)

박찬영(자개작가) | 박혜경(미디어, 서양화) | 이익렬(서양화) | 이준석(입체, 조각)

전미선(서양화) | 정다임(미디어) | 정현수(도자기조각) | 정혜례나(조각)

 

 

한완희(좌) + 김건예作_고독 한 그루

photograph on canvas + Acrylic on canvas_54.0x162.0cm_2022

 

1. 김건예

고독 한 그루가 서 있습니다. 고독은 오로지 고독만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그곳에 이르렀을 것입니다. 고독이 더 높이 자랄 듯합니다. 흑백 속에는 고독의 부족이 있군요. 즐길 것이 많은 이 디지털 시대에 고독까지 즐기기에는 역부족이지만 갤럭시도 애플도 고독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고독은 시대와 유행을 초월하므로 고독이 최첨단입니다. 지상의 모든 것이 고독의 나무를 받치고 있습니다.

 

 

 

한완희(우) + 김경미作_구비구비

photograph on canvas + Mixed media on canvas_90.9x216.8cm_2022

 

2. 김경미

굽이굽이 돌아갑니다. 아침 햇살이거나 석양이거나 멀리서 보니 다 빛나고 눈물겹습니다. 아버지가 뒷짐을 지고 저 산 모롱이를 돌아가고 있습니다. 불어로 바다는 여성성입니다. 굽이굽이 파도칩니다. 가까이에서 보면 무섭고 두렵습니다. 그러나 그 힘으로 세상의 생명을 길러냅니다. 굽이굽이보다 '구비구비'가 좋습니다. 인생을, 삶을 넉 자로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는 없지 싶습니다.

 

 

한완희(좌, 우) + 김보연(중앙) 作_드리움(垂)

photograph on canvas + Acrylic on wood_은펄석채, 돌가루_130.0x230.0cm_2022

 

3. 김보연

봄날, 버선발로 와준 매화도 감지덕지인데 수양매화, 능수매화라니요. 가지가지 가늘고 긴 팔에 쏟아질 듯 빼곡히 꽃을 맺었으니 봄날이 더 환합니다. 천수천안, 천상에서 드리우는 꽃가지의 손길을 잡고 눈 맞춰 봅니다. 그 사이에 능수버들은 면사포를 썼습니까, 검은머리 파뿌리 되어 봉두난발입니까? 피고 지고 지고 피고 실버들 천만사의 아름다움은 끊어지지 않는, 끊을 수 없는, 그 드리움(垂)에 있습니다.

 

 

한완희(좌) + 김석화 作_달아 높이곰 돋아샤

photograph on canvas + Acrylic on canvas panel, Mirror paper_80.3x188.0cm_2022

 

4. 김석화 - 달이 품은 이야기

사람들은 달에게 많은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달을 우려먹고 삶아먹고 고아 먹고, 어떤 이는 달을 따서 자기 가슴에 달아둡니다. 작가들은 사용료도 안 내고 달을 마음껏 가져다 쓰니 달에게 고마운 꽃바구니라도 보내야겠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연인들의 사랑이 더 깊어진다고 합니다. 달은 닳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늙지 않습니다. 달아 높이곰 돋아샤, 이 그림을 받으소서. 그대를 닮은 나의 자화상입니다.

 

 

한완희(좌) + 박야일 作_저 연기(煙氣)는 어느 연기(緣起)에서 왔는가

photograph on canvas + oil on canvas_72.5x157.0cm_2022

 

5. 박야일

불씨가 발아한다. 불-꽃을 피운다. 불의 꽃이 타고 불의 나무가 자라고, 근심과 불안이 자란다. 저 연기(煙氣)는 어느 연기(緣起)에서 왔는가. 걷잡을 수 없는 기미(幾微)의 둥치를 무슨 톱으로 자를 수 있겠는가. 아픔이라는 붓으로 그렸다면 이 말은 또 얼마나 모질고 아픈가. 세속에는 무심한 듯 산은 운무를 지피는데 연기와 구름은 닮고도 달라서 뜨겁거나 차갑다. 달이여, 저 산 위로 높이 떠올라주오.

 

 

한완희(좌) + 박찬영作_땅 위에 뜨는 별

photograph on canvas + 자개,레진,혼합재료_80.0.5x170.0cm_2022

 

6. 박찬영

꽃들은 땅 위에 뜨는 별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큰 꽃 작은 꽃들도 별처럼 빛납니다. 찬란하게 피어난 꽃별들, 물밀듯 밀려옵니다. 꽃의 파도입니다. 진줏빛 꽃이라서 더욱 귀합니다. 꽃들은 외향적이면서 은밀하고, 아무런 두려움 없이 위풍당당합니다. 신이 인간 세상에 준 가장 큰 선물은 꽃이 아닐까 싶습니다. 꽃을 키워주시는 물과 흙과 바람과 햇빛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한완희(좌) + 박혜경 作_풀, 꽃이되다

photograph on canvas + Acrylic on canvas_72.7x175.0cm_2022

 

7. 박혜경

"사진의 지위를 예술로 공고히 하는 한 가지 방법은 사진을 회화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사진과 인간』 / 제프 다이어. 가끔은 어느 것이 사진이고 어느 것이 회화인지, 무엇을 찍고 무엇을 그렸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마른 풀이거나 초신성 폭발이거나 어쩌면 그 구별보다, 중심으로 빨려 들거나 중심에서 퍼져 나오는 강렬함이 같이 느껴지는 두 작품이라면 우리의 관람은 그 자체로 성공적이지 않을까요?

 

 

한완희(좌) + 이익렬 作_나는 비의 뿌리와 이파리를 본 적 없다

photograph on canvas + mixed media_50.0x134.5cm_2022

 

8. 이익렬

폭우는 허공에서 땅 쪽으로 격렬히 꽃피우는 방식이다. 나는 비의 뿌리와 이파리를 본 적이 없다. 일체가 투명한 줄기들, 빗줄기는 현악기를 닮았으나 타악기 기질을 가진 수생 식물이다. 두두두두두두 타닥타닥타닥 끊임없이 현이 끊어지는 소리, 불꽃이 메마른 가지를 거세게 태우는 소리가 거기서 들린다. 낙하의 끝에서 단 한순간 피고 지는 비꽃, 낮게 낮게 낱낱이 소멸하는 비의 꽃잎들... *시- 「비꽃」

 

 

한완희(우) + 이준석 作_불화하지 않고 일치하기

photograph on canvas + copper, mirror, pyrex glass_80.0x80.0cm_2022

 

9. 이준석

멀리서 보면 작은 낱낱이 쏟아질 형국인데 가까이에서 보면 하나입니다. 무한한 분열인데 불화하지 않고 일치합니다. 손가락 다섯 개가 따로 떨어져 있지만 손바닥에 다 연결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내 손을 보고도 여태껏 연기(緣起)를 몰랐습니다. 대상을 향해 시선을 바꾸는 순간, 대상은 딴 세계로 보입니다. 선인장의 비약은 엄마가 털실로 무늬를 넣어 짠 니트 같고, 붉은 동그라미마다 물새알을 넣고 싶어집니다.

 

 

한완희(좌) + 전미선 作_상승기운(上昇氣運)

photograph on canvas + Mixed media on canvas_60.6x150.0cm_2022

 

10. 전미선

수면이 캔버스입니다. 비단잉어들이 그림을 그립니다. 스스로 물감이고 붓입니다. 물과 허공 사이를 휘돌아 푸른 물을 튕기니 젖지 않게 조심하세요. 어리연 이파리들은 물의 캔버스를 점령했습니다. 치열해 보이면서 오종종히 서로를 다치지 않게 배열했습니다. 어리고 여린 것들의 연대와 단결이 위대합니다. 아마 눈부신 초록이겠지요? 서너 폭 쭈~욱 끌어당겨 여름 이불로 덮고 싶습니다.

 

 

한완희(우) + 정다임 作_간절함

photograph on canvas + digital drawing on canvas_80.0x93.7cm_2022

 

11. 정다임

두 코를 늘려 건너편으로 향하는 건 어떤 호기심입니까, 무슨 간절함입니까. 혹은 생존의 흡입입니까, 동냥젖을 먹이듯 수혈입니까. 서로 닮지 않았는데 서로에게서 떼어낼 수 없다면 바라보기가 그토록 불편한 저 물컹하고 구불구불한 코를 탯줄이라는 연민으로 적응해보겠습니다. 심심산골에서 아낌없이 주는 식물, 부러진 뼈를 이어준다는 '골쇄보'의 자세도 배워봅니다.

 

 

한완희(우) + 정현수作_깃들다

photograph on canvas + 혼합조형토_70.0x82.0cm_2022

 

12. 정현수

당신은 나의 중력이고 나의 땅이고 나의 그림자입니다. 당신은 나의 집이며 샘물이며 나의 뜨락입니다. 당신에게 기댈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요. 당신과 나를 감싸는 저 어둠 속에 우듬지의 나뭇잎들이 바람에 찰랑이는 소리, 앞산 소쩍새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꽃은 허공에 기대어 꽃피웁니다. 허공이 꽃을 받쳐주어서 꽃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당신이 넘어지지 않도록 나도 세월의 허리를 꼭 붙들고 있겠습니다.

 

 

한완희(바탕) + 정혜례나(아래 입체) 作_차이콥스키의 <정경>

photograph on canvas + 철에 우레탄 도장_90.0x120.0cm_2022

 

13. 정혜례나

물그림자 일렁이는 해 질 무렵, 나는 고요한 백조의 호수를 발견합니다. 쇠잔한 연꽃대가 음표처럼 신비해서 차이콥스키의 <정경>이 들리는 듯합니다. 삶에 지친 관객들이 영혼의 춤을 추는군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어떤 이들은 '검은 장막에 드리워진 군상', '무너져 내리는 절망의 몸부림' 같다고 합니다. 아, 진부하지만 일체유심조를 또 호출해야 하나요? 작품 배치에 따라 정경과 비극을 오가는군요.

<사윤수 (시인) 참여 글>

 

 

 

 

 
 

한완희

 

개인전 | 2022 "작고 하찮은 것에 머무는 따듯한 시선" - 한완희 + 열 세 작가와의 collaboration art -  아르떼 숲 | 2019 "판타지(Fantasy)" 인사아트센터 | 2017 "또 다른 세상 속으로" 킨텍스 | 2016 "환생(幻生) 생각을 바꾸다" 가나인사아트센터 | 2011 "사유(思惟)의 풍경"(Scenery in Mind) 개인전 갤러리나우

 

단체전 | 2013 KASF 2013 "월광(The Moon_Beam)" SETEC | 2012 Spring 「현대사진가 8人8色展」 중국 길림성 | Photo Fair 2012 "月光(The Moon_Beam)" Coex | 2011 LA38주년기념 LA국제 미술대전 초대전 La한국교육관 전시장 | 2018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기념 우수작가 초대전 갤러리 예술공간 | KASF 2011 "Sound Of Spring. Sound Of Autumn" | 서울오픈아트페어 부스전 "Sound of Spring" Coex | 2010 한벽원갤러리 초대전 "현대사진 시각전" | KASF 2010. "봄의 소리" SETEC | 2007 중국 길림성 연변 촬영가 협회 초청 사진전 "한국사진가 10인전"

 

E-mail | wto1117@naver.com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20606-한완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