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아트갤러리 기획초대전

 

동음과 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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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5. 11(수) ▶ 2022. 5. 23(월)

한국화의 현황과 전망 세미나 | 2022. 5. 15(일) pm 4

주제 발표 : 근대 중국화의 기원(김백균 중앙대학교 교수) · 한국화의 현황과 전망(고충환 미술평론가)

ㅁㅁ ㅁㅁ : 근대 일본화의 정립 과정과 한국 미술교육에 대한 소고(손연칠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  ··

사회자 : 이승철 | 토론자 : 김선두(중앙대학교 교수), 김성희(서울대학교 미술대학장)

ㅁㅁㅁ : ㅁㅁㅁ | ㅁㅁㅁ : 정종미(고려대학교 교수), ㅁㅁㅁ(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68 동덕빌딩 B1 | T.0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길을 튼 첫 번째 파도(一浪), 그 뒤를 따르는 힘차고 거센 파도들

이주헌

I.

요즘 메타버스다 NFT다 해서 경제와 사회일반뿐만 아니라 문화, 특히 미술이 큰 변화의 격랑 속에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IT 산업의 등장과 변천은 전 지구적으로 큰 변화를 주었고 지금도 주고 있다. 그런 까닭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로 다가오는 메타버스와 NFT 현상에 뒤처졌다가는 시쳇말로 '쪽박 차게 생겼다'는 탄식이 흘러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옛말이 있듯 결코 서두를 일은 아니다. 현상이 다가 아니다. 현상 못지않게 본질이 중요하다. 중심이 없으면 실체는 사라진다. 남는 것은 환영과 거품뿐이다. 메타버스나 NFT와 관련해 요즘 우후죽순처럼 솟아나는 비즈니스들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본질과 실체가 아직 뚜렷이 잡히지 않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 시인 바이런은 "미래에 대한 최고의 예언자는 과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이런 격변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온고지신', '법고창신'의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새로운 현상들을 거슬러 그 원형을 찾고, 부초처럼떠도는 시류에 몸을 맡길 게 아니라 진정한 내실, 곧 자생성을 기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인들이 이 시대의 중요한 사표로 돌아봐야 할 우리 미술계의 소중한 원로 가운데 한 분이 일랑 이종상 선생이다. 일랑 선생은 우리 고유의 미학을 깊이 연구하고 파고들면서도 이를 낡은 감성과 언어가 아닌 이 시대의 감성과 언어로 형상화해왔다. 사람들이 미래와 과거를 놓고 갈등을 벌일 때 그의 시간은 과거와 미래로 동시에 흘렀고, 그는 전진함으로써 역진했으며 역진함으로써 전진했다. 그에게 과거와 미래, 동과 서 같은 시공의 구분은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때, 어느 장소가 아니라 나 자신이었고, 나 자신이 천지인(天地人)의 중심이 되어 세계와 인간과 삶을 통찰하며 묘파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예술에 앞서 인간을 이야기했고, 작품에 앞서 인품을 이야기했다. 그런 까닭에 이런 격변의 시대일수록 우리는 그의 예술 인식과 세계 인식을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제아무리 파도가 드높이 친다 하더라도 떠다니는 뗏목이 아니라 굳건한 바위섬이라면 부하뇌동할 일이 없고 전전반측할 일도 없다. 그가 그린 독도처럼 드높은 기상은 꺾일 일이 없다. 그는그렇게 흔들림 없이 자신의 예술을 추구했고 수많은 후배 예술가들에게 이 시대 한국인의 마음에 새겨진 독도와 같이 하나의 분명한 준거와 기준이 되어주었다. 그런 그였기에 학연이나 지연을 초월해 그를 따르는 열성적인 제자들이 생겨났고 그 무리가 이제 우리 화단의 한 중추를 이루게 되었다. 또 그 제자들로부터 그의 예술혼과 창조정신을 이어받은 손제자들이 왕성하고도 진취적인 활동으로 우리 화단에 새바람과 새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물론 이런 사승 관계에 속해 있지는 않으나 그의 예술적 투쟁과 자생미학에 영감과 감화를 받거나 그의 전철을 자신의 창조 역정을 위한 나침반으로 삼아온 화가들 또한 적지 않다. '동음과 이음' 전은 바로 그런 인연과 영감, 참조의 네트워크에 있는 미술가들을 불러 모아 이 시대 한국화의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된 전시다. 자연스레 일랑 이종상 선생이 뿌린 씨앗이 얼마나 다채롭고 다양하며 풍요로운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종상 作_원형상 - 일획 II_130x162cm_장지에 유탄, 어교_2003

 

 

 

II.

이번 전시에 붓을 모은 작가들을 꼽아보면, 일랑 선생 외에 서울대를 졸업한 이철주를 필두로 송수련(중앙대), 석철주(추계예대), 오숙환(이화여대), 강미선(홍익대), 홍순주(동덕여대), 조 환(세종대), 이 인(동국대) 등 다양한 학교 출신들과 손제자로 서민정(고려대)등 모두 마흔일곱 명이다. 물론 이들 작가들 외에도 전시에 공감하고 참여하기를 원하는 작가들이 더 있었으나 아쉽게도 전시공간의한계 등 여러 사정으로 부득이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철주 作_꽃보다 아름다워라_100x100cm_한지에 먹_2018

 

 

어쨌거나 출품 작가들의 면면만 살펴보아도 우리 화단에서 나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비중 있는 활동을 하는 중견작가들, 활발하고도 인상적인 활동을 펼치는 소장작가들, 또 새롭고 개성적인 조형언어로 참신하게 떠오르는 신진작가들이 두루 망라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일랑 선생은 자신의 자생미학과 관련해 "시대감각에 맞지 않으면 문화는 소멸된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의 것을 무조건 고집한다고 그것이 문화로서 영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송수련 作_내적시선_162x130.3cm_장지에 먹_2021

 

 

일랑 선생은자신의 조형이 시대감각에 맞게끔 끝없는 실험과 진화를 꾀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근원을 향한 성찰과 통찰에 기초한 것이었다. '동음과 이음' 전에 출품된 작품들 전체에서 우리가 목격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미학적 흐름도 이 두 가지로 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시대감각에 맞춰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진화하려는 흐름과 자신의 근원에 대해 보다 깊이 천착하고 통찰하려는 흐름 말이다.

 

 

김근중 作_Natural Being(存在)20-2_162x130cm_Pigment, Mixed Media on Canvas_2020

 

 

우리 미술이 성장하고 국제적으로 더욱 조명을 받을수록 이런 자생미학의 중요성은 앞으로 훨씬 커질 것이다. 사실 서양화니 조각이니 한국화니 따질 것 없이 이시대 이 땅에서 조형예술작업을 한다는 것은 결국 '한국미술'을 하는 것이다. 그 맏형으로서 한국화의 유산은 갈수록 보배롭고 소중한 창작의 밑천이 될 것이다.

 

 

박성태 作_통점 痛點에서 피는 꽃 I_지름 100cm_Aluminum Inset Screening_2017

 

 

이 세상에 '로컬' 없는 '인터내셔널'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작가가 '인터내셔널'하게 되었다는 것은 그가 지닌 '로컬'의 요소가 '인터내셔널' 하게 승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있어 그 '로컬'의 자산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장르가 바로 한국화이다. 사실 한동안 부상했던 단색화도 한국화의 정신적, 미학적 유산 없이는 그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미술이다.

 

 

김성희 作_별 난 이야기 1905_80x141cm_한지에 먹과 채색_2019

 

 

우리나라에서눈을 돌려 지금 나름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작가들과 중국작가들을 잠시 보자. 이들 가운데는 자신의 전통미술의 유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뿐 아니라 그 정신의 가치를 드높이는 작가가 적지 않다. 무라카미 다카시나 쿠사마 야요이가 대학에서 일본화를 전공했다는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그들의 작품에서 일본화 고유의 미학, 곧 일본 특유의 자생미학을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신하순 作_봄나들이_162x130cm_장지에 수묵담채_2007

 

 

중국의 경우 서예를 개념적인 현대미술로 승화시킨 쉬빙의 예술도 흥미롭지만, 전통회화를 그린 아버지로부터 서예와 중국화의 영감을 받아 화약 설치미로 세계를 놀라게 한 카이궈창도 인상적이다. 이 모두 나름의 자생미학을 기초로 '로컬'의 '인터내셔널'화를 이뤄낸 케이스라 하겠다. 물론 이는 어떤 의무감이나 강박에 의해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종민 作_시루-기억의 땅_130x160cm_회벽에 천연석채, 토분_2022

 

 

자연스레 체득하고 자연스레 풀려나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동북아 3국의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다채롭고 활발하게 자생 미학을 추구하는 미술가들이 - '동음과 이음' 전이 보여주듯 - 이처럼 많이 있다는 사실은 매우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이는 일제의 강점과 분단, 그 이후의 혼돈스럽고 격동적인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미학을 견결히 지켜온 선배 미술인들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이주원 作_길에서 조우하다-어떤 방랑자_80x120cm_한지에 아크릴릭, LED제어_2021

 

 

그런 거목들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일랑 이종상 선생이다.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제자와 후배들로서는 당연히 그에 합당한 존경을 그에게 표하고 싶을 것이다. 이번 전시가 그 일환이지만, 보다 궁극적으로는 '청출어람'하는 것이 제자들과 후배들이 그에게 보내는 가장 큰 오마주이자 찬사일 것이다. 일랑의 자생미학을 이은 바로 이 제자와 후배들에게 누군가 말했듯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아트놈 作_Gazi's Delivery Service_130.3x193.9cm_acrylic on canvas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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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511-동음과 이음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