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태 展

 

별소년의 행복여행

 

My little princess_72.7x60.6c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22

 

 

돈화문갤러리

 

2022. 4. 27(수) ▶ 2022. 5. 9(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돈화문로 71 | T.02-708-0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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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ttle prince_72.7x60.6c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22

 

 

별소년의 행복여행기
안녕 별소년! 오늘은 어디로 행복 여행을 떠나니? 너의 작은 공주님과 작은 왕자님, 노랑 여우와 양들은 모두 어떻게 지내니? 내가 너를 처음 만난 곳, 별을 보면 네 생각이 나. 바람에 흩날리는 들판 위의 시간, 어디로 갈지 몰라 두리번거리던 시간, 햇볕이 뜨거운 어느 외로운 날에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고 말하던 네 생각이 난단다. 나와는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는 네 이야기를 들으며 잃어버린 나의 별과 우물과 꽃 한 송이를 떠올리곤 한단다. 안녕 별소년! 오늘은 어느 곳으로 행복 여행을 떠나니? 긍정적인 구름을 타고 파랑새가 부유하는 시간들을 향해 가보자. 우리 언젠가 또 다른 별까지 함께 가보자. (어린왕자 본문과 강석태 작가의 작품명, 작가노트를 재구성 했다.)

가장 처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
한 아저씨가 있었다. 훗날 어린아이와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전하는 이 아저씨는 여섯 살에 화가라는 멋진 직업을 포기해 버렸다. 그의 그림 1호와 2호는 실패했으며 혼자서는 결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에게 피곤함을 느꼈지만 이성적인 대화 속에 진지한 사람들을 만나며 안정된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그는 진정으로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는 채로 살았다. 그러던 그는 사막에서 '아주 이상한 꼬마 녀석'을 만났다. 꼬마를 만난 그는 슬픔과 기쁨, 외로움과 두려움, 부끄러움과 감동 같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러한 것들을 처음 느끼는 것은 아니었으나 "'아주 이상한 꼬마 녀석' 덕에 이러한 것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강석태 작가는 '아주 이상한 꼬마 녀석'을 그린다. 작가가 별소년이라고 부르는 이 꼬마 녀석은 작가의 화면 안에서 누군가를 만나 말을 걸고 어디론가 떠나기도 돌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행선지가 별소년에게도 낯익은 곳은 아니어서 작가가 보이는 매번의 화면은 여행기이자 모험담이 된다. 작가 역시 세상으로 여행 중인 터라 강석태 작가와 별소년의 이야기가 그림의 주된 내용이 되는데 이러한 서사 중에서도 나에게 먼저 와 닿는 것은 작가의 화면이 딛고 있는 한 가지 정서이다.
강석태 작가는 자신의 그림으로 '위로'를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어린왕자'라 부르는 별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한때 아이였을 우리들이 따듯한 감성의 조각을 서로에게 나누어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이러한 나눔으로 사람들이 따듯한 어린왕자의 위로를 떠올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작가는 이처럼 서정적이고 명료한 메시지로서 '인간이 세상에 가장 먼저 가지고 나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작가의 그림에서 가슴 뭉클함과 잊고 있던 감정, 나아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작가의 그림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처음 지니고 있었던 마음'을 어루만지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가장 처음의 마음, 그리고 그러한 마음을 주고 받았을 때의 기쁨과 위로를 담고 있는 것이 강석태의 그림이다. 그의 화면이 딛고 있는 정서 역시 위로를 나눌 수 있는 건강함을 지평으로 삼기에 그 안에서 다양한 정서들이 또다시 바삐 움직이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것이다.

 

 

별소년의 행복여행_72.7x91c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22

 

 

인간적인 면면들이 화합하는 회화
강석태 작가가 자신의 첫 번째 개인전 『마음의 상』(2001)전에서 보여주었던 화면에는 흑과 백, 거침과 유연함의 대비가 가득하다. 전위적 혹은 실험적이거나 기성 화단에 대한 도전이라고 평가되었을 이 시기의 작품에는 불확실한 화면을 다스려가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작가의 호기로움과 고민이 공존하고 있다. 어린왕자는 두 번째 개인전 『별을 찾아가다』(2002)전에서 등장한다. 작가는 "어린왕자의 도움으로 유년의 기억을 찾아가는 여행을 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따라 작가의 여행을 유추하자면 작가는 문학작품이자 동화인 어린왕자의 이야기를 따라 자신 안의 기억을 이곳저곳 촘촘히 검상(撿想)해 나갔을 것이다. 여행이자 모험과도 다름없는 내면으로의 여정 속에서 '하늘', '별', '긍정적인 구름' 등을 만났을 것이다. 또한 수많은 자신을 만나고 다시 떠나보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이러한 여정은 그로부터 스무 해가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작가는 이번 전시 『별소년의 행복여행』에서 희망과 긍정을 넘어 행복을 이야기하고 위로이자 예술로서 자신의 행복을 나누어주기 위한 여행기를 펼친다. 지난 시간 별소년은 조금 자란 것 같기도 하다. 이전의 시기에 비해 여행의 행선지가 다양해지면서 화면을 이루는 생기도 다양해졌으며 전반적으로 높아진 채도로 지난 여행의 즐거움과 기운은 더욱 크게 느껴진다. 너른 들판을 등장시킨 「행복한 제주일기」(2021), 「바람에 흩날리다」(2022) 등의 작품에선 더욱 생기로우면서도 풍성한 들판을 만날 수 있다. 별소년이 비행기와 자전거를 타고 날아오르는 하늘 역시 편안한 모습으로 여전히 진행 중인 별소년의 행복한 여행을 배웅한다. 결말이 정해진 이야기가 아니라 점점 자라나는 별소년의 성장동화로써 강석태의 화면은 새로운 시공간을 들이고 있다.
새로운 시공간과 함께 작가는 자신의 행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보다 구체적인 긍정을 우리 주변으로 전송하고 있다. 작가가 「통로」(2002)로 시작해 「소통하다」(20220427d), 「행복한 소통」(2020), 「소통의 작은 시작」(2021) 등으로 재차 그려낸 상자는 의문의 상자에서 행복이 담긴 상자로 변모했다. 별소년과 마음을 나누었던 노랑여우 역시 「괜찮아. 다 잘될 거야」(2021), 「꽃보다 네가 더 좋아」(2021), 「항상 네 곁에 있을께」(2022) 등에서 여전히 천진하고 행복한 마음을 전해주고 있다. 이제 강석태의 이야기는 행복이라는 추상성을 바탕삼아 무엇으로도 표현되고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되었다. 강석태의 회화는 하나의 상을 드러내던 회화(繪畵)에서 나아가 마음과 생각, 정(情) 같은 보다 인간적인 면면들이 화합하는 회화(懷和)로 거듭난 것이다.
강석태 작가는 "모두가 충분히 행복하기를 바라"며 그림을 그리고 뜻을 담는다. 또한 힘든시간 일수록 "웃음과 행복감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감성에 기대하며 내 안의 소년에게 질문"을 던졌다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저변에 자리한 고난과 익숙해져 버린 원망을 딛고 삶의 건강과 행복을 찾아냈다. 그 과정은 가족과 함께였으며 현재 그들과 행복과 긍정의 감성을 나누며 살아간다. 들뢰즈는 문학을 일종의 건강이라 했고 그곳에서 출발해 건강과 민족의 창조 나아가 삶의 가능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강석태의 문학이자 예술인 어린왕자 역시 하나의 건강이자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그와 그의 가족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그림은 자신의 안위를 돈독히 하는 것에서 타인의 위로와 행복을 이야기하는 이타성으로 나아간다. 그의 이타성은 관계와 법칙 속에서 이해를 지속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내 안의 이야기에 가만히 귀 기울일 수 있는 따듯한 자리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 주변이자 사회라는 곳에서 보다 인간적인 면면들이 화합될 수 있도록 예술로서 삶의 자리를 살피고 재확인하는 예술생기론이라는 용어가 그의 예술과 잘 어울리는 이유이다.

화가라는 멋진 직업
꿈이거나 동화라고 불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너무나도 이타적이거나 구체적으로 허황되어서 또는 퇴색되어 잃어버린 가치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들이 그렇다. 우리는 잃은 것이 많은 상실의 시대를 지나는 중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강석태 작가의 그림에서 무언가 찾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강석태는 병증의 시대에서도 '화가라는 멋진 직업'으로 잃어버린 별과 우물과 꽃 한 송이를 선사한다. 우리에게 잃지 말아야 할 감성과 '가장 처음의 마음'을 나누어 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무엇인가 나누며 사는 일이 꿈이거나 동화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소년과 함께 위로와 행복을 나누며 사는 일은 작가가 우리 눈앞에 펼쳐놓은 현실동화이다. 오늘도 긍정적인 구름을 타고 「어디로 갈까요」(2022)를 고민하고 있을 별소년에게 묻고 싶다. 안녕 별소년! 오늘은 어떤 행복 여행기를 들려줄거니?

 

이주희

 

 

네 곁에 있을께_60.6x72.7cm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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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427-강석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