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월전미술문화재단 2022 선정작가

 

이길원 초대展

 

2021-O-206_장지,먹,아크릴_135x135cm_2021

 

 

 

2022. 4. 13(수) ▶ 2022. 4. 26(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3(팔판동) | T.02-732-3777

 

www.iwoljeon.org

 

 

2022-MF-202_장지,먹,아크릴_39x53cm_2022

 

 

이길원의 근작

 

그간 이길원(李吉遠) 작품세계의 핵심을 이루었던 것은 흰 종이 위에 펼쳐지는 먹 특유의 매재적(媒材的) 속성과 이것의 통제였다. 붓에 먹을 적절히 적신 뒷부분 부분마다 다른 힘으로 종이 위에 먹이 튀게 함으로써 바람에 떨리는 듯 역동성이 느껴지는 묵림(墨林), 즉 먹의 숲과도 같은 화면을 만들었다. 이는 작가가 광개토대왕비(廣開土大王碑)를 관람한 이후, 그 고색창연함에 감동한 이후 시작된 것이었다. 비문 위에 새겨진 오랜 세월을 이겨낸 글씨들은 역사성과 조형성을 두루 갖춘 것이었다. 작가가 바로 그 감흥을 짙은 먹을 이용하여 하얀 종이 위에 표출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흑(黑)과 백(白)의 조형성이 긴밀하게 결합된 독특한 먹그림 세계를 일군 바 있다. 문인화(文人畵)와 선종화(禪宗畵) 그리고 추상화(抽象畵)의 지향점, 조형성, 표현방식의 만남이 이루어진 작품들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길원의 근작은 과거의 작품들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색의 효과가 두드러진다. 또한 커다란 화면을 격자형으로 세분하여 먹의 우연성을 통제하던 기존의 방법을 버리고 크고 분방한 붓의 움직임과 흩뿌림을 이용하여 화면을 만들었다. 또한 직사각형이나 정사각형으로 일관했던 작품의 형태도 달라졌다. 원형 작품의 비중이 두드러지게 많아졌으며, 사각형 형태의 작품들 가운데에도 내부에 원형의 형상을 지닌 경우가 많다. 다방면으로 변화를 모색한 작가의 실험 의지를 시사해준다. 완성형에 가까웠던 작품의 방향성을 크게 바꾼 것이다.

 

 

2022-MF-201_장지,먹,아크릴_39x53cm_2022

 

 

사실 작가의 기존의 작품들은 필법(筆法), 즉 붓의 효과보다는 묵법(墨法), 즉 먹의 효과가 강조된 것이었다. 먹의 물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이를 잘 통제하여 얻은 화면이었다. 일종의 묵면(墨面)이 중요했었다. 반면 근작들의 경우 붓의 움직임에 따른 선과 점의 표현이 주목된다. 언뜻 이전의 작품들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격자형 구성의 작품들조차 먹과 색의 선과 점이 중요한 조형 요소가 되었다. 여기에는 동아시아 회화의 근원적 미감을 되살리려는 작가 이길원의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의도가 작용했다고 본다.

사실 동아시아 회화에 있어서 선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세기 초 편찬된 중국 최초의 사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설문해자(說文解字)』를 보면 “그린다는 것은 경계를 긋는 것이다.”라고 쓰고 “그림 화(畵)”자를 “손[手]이 도구를 붙잡고서 밭[田]의 경계를 긋는 것을 나타낸다.”고 풀이한 바 있다. 17세기에 활동한 개성 주의 화가 석도(石濤)는 “일 획(一畫)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삼라만상(森羅萬象)의 근본이다.”라는 형이상학적 이론을 펼쳤다. 시대는 크게 다르지만, 선(線)이 동아시아 회화에 있어서 끊임없이 중요한 위치에 있었음을 알려준다. 이길원 근작에서 필획의 전면적 활용과 강조의 연유를 시사해준다. 복고(復古)를 통한 혁신의 태도라 할 수 있다.

 

 

2022-BW-302_장지,먹_144x206cm_2022

 

 

분방하고 불균일한 선과 점, 강렬한 채색과 둥그런 형태가 결합 된 화면은 이전에 없던 약동하는 생명력과 기운을 감지케 한다. 멈춰있는 화면이지만 움직일 듯한 동세와 묘한 입체감마저 느껴진다. 정중동(靜中動)의 화면을 얻은 셈이다. 작가가 근작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바는 순수 조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이를 넘어서 생성, 성장, 소멸의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우주와 만물의 속성 혹은 원리가 투영되었다고 생각한다. 작가 특유의 조형감각으로 우리 세계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 이다. 물론 전체를 보여줄 수도, 완전할 수도 없다. 다만 작가의 하나 된 눈과 손을 통해 그냥은 볼 수 없는 형상 너머 본질을 엿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러한 지적(知的) 감흥 외에 시각적 즐거움도 함께 있다.

 

장준구 / 이천시립월전미술관 학예연구실장

 

 

2021-O-204_장지,아크릴_135x135cm_2021

 

 

2020-MA-108_장지,먹,아크릴_64x64cm_2020

 

 

2020-A-206_장지,먹,아크릴_75x144cm_2020

 

 

2020-A-207_장지,먹,아크릴_75x144cm_2020

 

 

 

 

 
 

이길원 | 李吉遠 | Lee Kil Won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 11회

 

기획전 및 초대전 다수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학장 및 대학원장 역임 | 대한민국 황조근정훈장(2015) | 월전미술문화재단 2022 선정작가 | 대한민국미술대전 등 주요 미술대전 운영 및 심사위원 다수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 서울시립미술관 | 대전시립미술관 | 대전지방법원 | 이집트대사관 | 덕원미술관 | 한전아트센터갤러리 | 공아트스페이스 | 서울대학교(교수회관) | 추계예술대학교 | 동덕여자대학교 등

 

현재 |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명예교수

 

E-mail | kil23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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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413-이길원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