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 6주년 기념 김재학 초대展

 

장미-9_45.5x37.9cm

 

 

 

2022. 4. 13(수) ▶ 2022. 5. 8(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화랑로2길 43 | T.053-756-6555

 

www.갤러리청애.kr

 

 

감_40.9x31.8cm

 

 

사의적 정물의 의의

 

사진같은 아니 사진 이상의 재현을 펼치는 하이퍼 리얼리즘이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영상,사진 등의 다양한 미디어와의 상호작용이 보편화되면서 육안과 렌즈의 시야를 넘어선 재현은 의외로 다양한 시각 질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우리가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대해 왔던 사물들을 다양한 기법과 참신하고도 낯선 이미지로 재현함으로서 하이퍼 리얼리즘 회화는 매혹적인 회화의 방법으로 정착해가고 있는 것이다. 회화의 방법이 렌즈에 의존하면서도 재현에 개입하고 해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대체로 육안보다 크게 확대되고,아울러 중성적이고도 차디 찬 이미지들이 많아 하이퍼 리어리즘 회화는 전통적 구상보다는 추상에 더 가까운 양식으로 분류되곤 한다. 물론 작가에따라 그 서술과 수사학은 대단히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여타의 하이퍼 리얼리즘 작가들과는 달리 김재학의 경우는 전통적인 아카데미즘에 기초하여 아카데미 회화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보통의 하이퍼 리얼리즘이 대상을 다분히 차갑게, 그리고 거리를 둔 체 문명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데 반해, 김재학의 회화는 냉소적이거나 싸늘한 시선을 거두고 오히려 렌즈가 주는 엄밀성을 대상의 생기와 활력으로 승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오랜 세월 내공이 쌓인 작가의 필치가 빛을 발하는 결과이다. 렌즈가 보여주는 방식, 그 이상을 추구하기보다는 렌즈가 구현하는 정밀성을 그림에서의 생명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작가 회화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묘사의 방법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단히 엄밀하고 냉정한 듯 보이나 화면에 흐르는 공기는 상당히 청량하고 싱그럽게 느껴지게 된다.

 

 

장미-4_53x45cm

 

 

작가의 화면이 이러한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카테미즘 회화 고유의 선율적인 필치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고도로 절제된 환원적 공간성을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자가는 사진적재현성을 극도로 절제 내지는 부분적으로 한정하는 감각을 발휘하고 있다. 지극히 부분적이지만 화면의 생명력과 대상 자체의 리얼리티, 그 밖에 주제와의 긴밀성 등을 위한 경우에만 정밀한 고감도의 재현성을 부여한다. 반면 그 밖의 공간에서는 추상표현적인 리드믹한 필치를 통해 화면상의 역동적인 대비와 시너지를 일으키게 된다.

바로 이 점이 작가의 그림들에 대해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부르기를 주저하게 한다. 오히려서야의 고전주의로부터 인상주의에 이르는 구상적 화풍들을 현대적으로 진화시키고자 하는 소박한 이상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그림이 종래의 아카데미즘 그림들과 차별되는 것은 바로 문인화에서 볼 수 있는 사의성이 두드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서양화에서의 사의성이라는 것이 미술사적으로 얼마나나 설득력을 가질지 모르지만, 대상을 단순히 묘사의 객체로만 보지 않고 내면세계와의 심층적 상호작용의 객체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를 가질 것이다. 서법적 필치에서 오는 아우라와 문인화적 사의성이 풍부한 화면상의 배경들이 의외로 그 어떤 조형적 이미지나 요소들을 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작가는 간파하고 있었던 듯하다.

작가가 아카데미즘과의 차별성을 실현하기 위해 화면 내의 사의성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 외에도, 대상의 묘사에 있어 결정적인 부분에 이르러 대단히 감각적인 붓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의 아카데미즘 회화들이보여줬던 붓끝을 보다 예리하고도 감각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사물의 이미지는 고감도의 리얼리티를 얻게 된다. 이렇듯 유니크한 독자적 양식은 바로 오늘날 유행하는 하이퍼 리얼리즘 회화와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니 두 요소들의 시너지에 의해 단순한 극사실보다 더 오싹한 재현성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현적인 그림은 극사실주의 특유의 중성성과 싸늘한 냉소성을 순화시키고 상대적으로 그것들이 대상의 생동감과 서정성을 함께 전해주고 있다. 극사실적 묘사를 통해 단순한 묘사의 기술적 과시가 아니라 대상의 생기와 활력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성취가 돋보인다 하겠다. 우리가 독창성을 작가에게 기대할 때 기상천외의 것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어딘가 모르게 참신하게 보여주면 되는 것 아닌가. 작가가 단순히 아카데미즘 회화와 극사실 회화를 조합시키는 단계를 넘어, 우리의 전통적인 사의정신에 입각하여 조합을 해낸 내용들이야 거의 간과되기 쉬운 내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바로 그러한 사소해 보이는 진화의 내용들이 그림다운 그림을 찾는 이에게 의외로 큰 호소력을 주고 있음은 자명한 것 아닌가.

 

이재언(미술평론가)

 

 

양귀비_30x60cm

 

 

인상파의 출현과 함께 사실주의는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면서 사실상 그 존재의미를 소진했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실제로 인상파 이후 숨돌릴 틈도 없이 물결치듯 밀려오는 새로운 조형 개념의 대두는 사실주의가 존재했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적어도 현대미술사의 관점에서 사실주의는 고전이 된 지 이미 1세기를 넘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주의 조형개념은 자연주의와 동일 개념으로 받아들여짐으로써 여전히 현대미술의 한 켠에 존재한다. 만일 미술에서 진보의 개념을 허용한다면 사실주의는 확실히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논의와는 상관없이 사실주의 조형개념은 아직도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비록 현대미술의 그늘에 가리어질 망정.

김재학(金在鶴)도 사실주의 추종자의 한 명이다. 「시대에 뒤진 양식」 따위는 상관없다. 작가적인 신념으로 재현적인 표현방식에 충실할 따름이다. 그에게 그렇다는 행위가 삶의 이유이듯이, 실제를 실제답게 묘사하는 것 또한 작가적인 윤리성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설령 기능주의라고 간단히 치부당할지라도 그에 개의치 않는다. 1세기 전의 표현양식일지라도 부단히 계속하다 보면 어떠한 결말에 이르리라는 신념만이 있을 따름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작업과정에서 날마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또 터득하는 즐거움에 사로잡혀 있다.

 

 

작약_53x45cm

 

 

이미 사실주의는 무덤 속으로 사라졌다고 단언하는 사람들의 큰 목소리와는 무관하게 그는 사실주의가 끝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사실주의의 미학개념 상으로는 인상파의 출현으로 말미암아 그 종지부를 찍었을지 모르나 조형적인 해석에서는 여전히 미답의 땅이 있음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주의가 도달했다는 땅은 1세기 전의 일로써 오늘을 살고 있는 그가 실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는 단지 실제의 재현이라는 표현방식이 즐거울 다름이며 그같은 조형방식이 무르익어 넘치는 순간에 이르고 싶다는 소박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난 20여년간의 대부분을 정물화에 몰두했다. 물론 더러는 인물과 풍경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소재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작업사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다. 빈 캔버스를 물감으로 메꾸어 가는 동안에 바로 눈앞에 놓은 소재가 캔버스로 옮겨지는데 스스로 취해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사물의 형태감각을 물론이요, 비례, 균제, 조화, 통일 이라는 조형적인 요소들을 체득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을 미시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사유의 깊이를 가질 수 있었다. 단순히 그 사물(소재)의 외형적인 이미지만을 재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형태 속에 은닉된 실제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 그리고 효용성 등과 관련한 사색을 통해 작가적인 인생관 및 세계관의 확장을 모색하게 되었다. 물론 여기에서 철학적인 접근방식으로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듯 세계에 대한 이해방식은 필연적으로 그림 속에 은연중에 녹아들게 된다.

 

 

장미-5_53x45cm

 

 

<중략>

열린 세계는 거시적인 시각 및 관점을 요구한다. 이같은 당연한 요구를 거부없이 받아들인다. 세부적인 수식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이라는 전체성을 의식한다. 그러기에 전체상으로는 리얼리티를 추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부분상으로 대담한 생략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는 실제의 재현을 방법론으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시각적으로 인지되지 않는 실제감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둔다. 그가 캔버스의 올이 드러나지 않도록 완전한 밑칠작업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는 그림 속에 실제처럼 착각할 수 있는 공간감을 실현코자 한다. 때로는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서 투시되는 감을 표현하고자 한다.

 

 

 

장미-6_53x45cm

 

 

<중략>

어느 유형이나 치밀하고 정밀한 묘사력을 필요로 한다. 작품에 따라서는 물감의 재료적인 성질을 완전히 순화시켜 실제의 한 현상을 보고 있는 듯한 감정에 사로잡히도록 한다. 이러한 작업은 정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소재를 가까히 당겨오는 즉, 물과 조약돌을 묘사한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정물화에서 보여주던 극사실적인 기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풍경화에서는 비실제적인 색채이미지의 도입을 통해 회화적인 환상을 그리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부분적으로 현실색을 탈피하여 회화적인 색채 이미지를 시도하고 있다. 감색의 낙엽송과 산, 그늘의 어두운 회청색의 대비라는 생소한 색채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에서 그 같은 시도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색채이미지의 변화는 자연에 대한 관찰 및 사색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사실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자연에 대한 그 자신의 이해방식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아무리 실제와 같은 리얼리티를 가질지라도 그림은 그림일 뿐이라는 현실적인 인식 위에서 조형적인 사고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의사화된 회화적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실화가 지향하는 목표이다. 이 시점에서 그에게 남겨진 과제의 몰표는 감동의 표현이다. 사실화의 진정한 생명력은 리얼리티가 만들어 내는 감동에 있다. 그것은 회화적인 리얼리티가 되어야 한다. 실제와 엄연히 구별되는 회화적인 공간에서의 리얼리티를 실현해야 한다.

 

신항섭 미술평론가

 

 

장미-10_45.5x37.9cm

 

 

 

 

 
 

김재학

 

초대 개인전 | 48회 | 갤러리청애, 선화랑, 청작화랑, 송아당, 장은선갤러리, 산찌까갤러리, 신세계 미술관, 롯데갤러리, 평화랑, 서울갤러리, 몽마르뜨, MANIF, KIAF, 아미화랑 등

 

수상 | 구상전 공모전 은상 (86) | 한국 수채화공모전 문화공보부장관상(86) | 한국 수채화공모전 LSY상(87) | 한국 수채화공모전 대상 (88) | 마니프 특별상 (00) | 오늘의 작가상 (01)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운영위원 역임.

 

 

Kim, jae-hak

 

Solo Exhibition invitations | 48th | Cheong_Ae Gallery. Sun Gallery. Cheongjak Gallery. Song-A Dang. Jang,eun-sun Gallery. San jjikka Gallery. Shinsegae Gallery. Lotte Gallery. peung Gallery. Seoul gallery. Montmartre. MANIF. KIAF. Ami Gallery

 

Award | Gusangjun Award Silver (86) | Korea watercolor Grand Prix Award (88) | Manif Special Award (00) | Today's artists (01)

 

Republic of Korea Art Grand judges, steering committ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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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413-김재학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