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안 展

 

영원 속의 시간 (Time in eternity)

 

바람 속 치유_90.9x72.7cm_혼합재료_2021

 

 

갤러리 도올

 

2022. 3. 2(수) ▶ 2022. 3. 13(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반복(생의빛G)_혼합재료_2021

 

 

이채안이 그린 형상을 보고 있으면 회화의 속성을 알게 된다. 주어진 공간 안에 명확한 것 없이 상상할 수 있는 모습으로 구체적일 수 없는 추상은 더 많은 것을 보려 한다. 그리는 것을 자제하고 행위로 올라온 층은 단순한 반복이 있다가도 이내 조금씩 달라진다. 선, 빛과 같은 형태가 보이지만 정확한 것은 없다. 물감층과 어울리는 조형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경계에서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단순할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작가의 정서적 작용으로 반복되는 층은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와 닮아 있다. 늘 같은 하루가 반복되지만 결코 어제와 오늘이 같지 않듯이 화면 안에 물감층은 닮았지만 다른 양상으로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다. 서로가 알지 못해도 맞물려 돌아가는 현실을 알듯이 색의 연속성은 그래서 추상적이다. 다 좋을 수만은 없는 사람의 마음처럼 화면은 무한대로 이어진다.

싫음과 좋음으로 변화의 반복은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돌아온다. 구체적일 것 같지만 말로 설명되지 않는 마음은 기억으로 현실 앞에 추억이 된다. 치유의 과정은 문득 찾아오는 기억이 현실이 되는 것으로 마음은 늘 같을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애별리고愛別離苦’, 미운 사람을 만나야 하는‘원증 회고怨憎會苦’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을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으며 불교에서 말하는 인고의 세월이란 긴 시간 끝에 모든 것이 해결될 듯 보이지만 해결되지 않는 성격이 있다. 기억이 정확할 수 없는 것처럼 상처도 흐려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치유란 고통과 아픔이 자신을 지배하지 않도록 그것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다. 슬픔과 기쁨, 아픔과 고통 감정이란 느낌을 안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할 때 개인은 어디 즈음 서 있을까. 세상이 흐른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자신이 용기를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성과 감정의 부딪침. 물감층으로 색이 미묘하게 변화됨은 그래서 말로 설명하기 힘든 느낌에 관한 이야기 이다. 작품에서 결이 올라온다는 것은 헤아림을 확인하는 것으로 치유의 과정처럼 늘 연속 적이며 현실적이다. 작가의 일상과 연결되지만 정확할 수 없다. 잡히지 않는 느낌을 확인 하기에 작업은 철학적이다. 정신적 행위에서 비롯된 화면으로 포괄적이다. 개인이 그리고 싶다는 행위에 초점을 두고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바람 열망이 작가의 기질과 만나 장면은 본능적인 대비 감각과 상호 간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평면에서 만큼은 공간의 무한한 자유를 느낀다. 회화가 갖는 힘으로 색의 연속성, 어울림이 형태와 만나면서 작품이 된다. 시간을 필요로 하는 조형은 현대회화가 갖는 매력처럼 정답이 없다. 누군가에게 찾아오는 기억처럼 살며시 스며드는 정서로 색은 자연스레 어필된다.
한 사람의 내면에서 시작된 작품들. 그리기보다는 쌓아 올리는 행위로 구도자 같은 길은 계속된다. 때문에 결론 나지 않는 물성들, 형상은 자제되고 색감은 깊어진다. 색은 작가가 그동안 살아온 세월이며 앞으로도 행해질 순간은 지속된다.

 

 

연결Connection_혼합재료_2021

 

 

‘자신의 내면을 바라 본다’는 것은 아픔과 고통을 수반하는 일이기도 하다.
지나온 시간 속의 사건과 상황, 대상과 적나라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매일 나는 내적인 전쟁터에서 살아가고 있다.
육체적이건 정신적이건 아팠던 시간으로부터의 고통에서 놓임을 받을 수 있었던 치유와 회복, 평안을 찾는 처방이 다행히도 있었다.
그것은 카이로스의 시간(kairos-영적 의미의 시간, 초월적/초시·공간적 의미, 수직적인 의미)이 크로노스(kronos-그리스인들의 시간개념을 나타내는 단어 시간의 경과나 과정을 나타내는 수평적인 시간의 개념)의 시간 속으로 들어올 때 더 강력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022.1. 이채안 작가노트 중에서>

 

 

반복(호흡하다2)_혼합재료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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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302-이채안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