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 展

 

깃羽 소생蘇生

reviviscence

 

깃羽 듦 - 梅鳥圖, Birds and Plum-tree_30x30cm_한지 위 채색_2021

 

 

연희동미술관

 

2022. 3. 1(화) ▶ 2022. 3. 12(토)

관람시간 | 14:00~19:00(월요일휴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29길 27-5 | T.0507-1379-2269

 

www.instagram.com/koreaartin | blog.naver.com/koreaart-in

 

 

깃羽 들다 - Frozen Plum Blossom_60x180cm_한지, 먹, 염료, 수정말_2021

 

 

<깃>(羽) 소생蘇生_reviviscence

 

"<깃>(羽)들다"

<깃>(羽)은 내가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안내자이다.

보이지 않는 온기, 감정들을 미묘하게 대신하여 보여주곤 한다.

선택보다는 포기하는 데 익숙해진 불안한 현실에 살지라도

시공간의 제한을 넘나들 수 있는 존재,

<깃>(羽)은 최소한으로 행복해지는 꿈을 꾼다.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또 다른 일부가 되어

잠시 멈추어 <깃>든다.

아늑하게 스며든다.

 

 

깃羽 들다 - 얼어붙은 바다氷海_1 Frozen Sea_97x138cm_한지, 먹, 염료 2021

 

 

<깃>이 연상시키는 첫 이미지는 어떤 흐름에 존재를 맡기는 비선형적인 운동성일 것이다. <깃>의 운동성에는 '비상'과 '하강'의 운동이 포함된다. 예기치 않은 바람을 만난 <깃>은 급격히 공중으로 비상한다. <깃>은 결코 완만히 그리고 직선적으로 상승하지 않는다. 허공에 긴 곡선을 그으면서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지만 바람과 기류가 없을 때, <깃>은 완만히 낙하한다. 이 또한 직선적인 낙하가 아니며, 상승할 때와 마찬가지로 오르락내리락 곡선을 그리며 하강한다.

 

그러면 <깃>의 비선형적인 급격한 비상과 완만한 하강의 운동성을 통해 작가는 어떤 은유와 상징들을 드러내려는 것일까? 그리고 작가는 왜 자기 예술세계의 화두를 <깃>에다 맞추었을까? 작가에게 <깃>은 어떤 비의(秘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작가가 오랜 세월 동안 절차탁마해온 <깃>의 내포적 은유와 외연적 상징들을 막연하게나마 추론해볼 수 있을 뿐이며 작가 또한 <깃>에 대해서 이 글의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짤막한 힌트만 제시할 뿐, <깃>의 근원적 비밀을 우리들에게 설명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술은 언어예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깃羽 들다 - 얼어붙은 바다氷海_2 Frozen Sea_97x138cm_한지, 먹, 염료_2021

 

 

그렇다면 앞에서 간략하게 살펴본 <깃>의 운동성에 내포된 의미를 먼저 살펴보자. <깃>의 특징인 비선형적인 운동에서 우리는 '존재의 가벼움과 우발적 현존', '실존적 취약성' 등의 의미를 추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상승과 하강의 비선형적 <깃>의 운동성은 <깃>이 어느 순간 어느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러한 본원적인 예측불가능성 속에서 <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기의 흐름에 따라 그저 허공에 내동댕이쳐진다. 이것은 곧 실존주의적인 부조리(absurdité)라기보다는 오히려 실존주의적인 피투성(被投性, Geworfenheit: 인간은 이 세계에 그냥 내동댕이쳐진 존재) 혹은 선소여성(先所與性, Vorgegebenheit: 나의 의도적 선택과 관계없이 미리 주어져 있는 세계)이라 볼 수 있겠다. 이와 같은 <깃>의 우발적 운동성에 투사된 내포적 은유는 '삶의 우연성'을 의미하고 있다.

 

이어서 <깃>이 표현하는 외연적 의미는 무엇일까? <깃>의 운동성은 '급진적 희망'과 '점진적 절망'을 상징한다고 짐작해볼 수 있다. 상승을 희망으로, 하강을 절망으로 대치한다면 바람에 의해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는 <깃>은 희망과 절망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삶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 된다. 하지만 절망을 상징하는 <깃>의 느린 하강은 미세한 기류의 변화에도 언제라도 다시 창공으로 솟아오른다는 점에서 결코 항구적인 절망일 수는 없다. 오히려 하강에서 상승으로의 가역적 운동성에서 작가는 희망의 <소생 蘇生>을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깃羽 소생蘇生_reviviscence - 백두산천지 白頭山天池_97x276cm_한지, 먹, 염료_2021

 

 

작가는 <깃>의 비선형적인 운동성으로부터 인생의 상승기류와 하강기류에 표류하는 삶이 늘 절망스럽고 불행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깃털'의 부드러움과 포근함은 존재의 기약 없는 표류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고요한 피난처와 따뜻한 안식처를 제공한다. 작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항구적인 행복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깃>이 만들어내는 안온한 가상현실 속에서 우리는 잠시 동안만이라도 아늑함과 행복감에 젖을 수 있다. 어쩌면 이런 특징들은 연약하기 짝이 없는 <깃>의 어떤 신비한 마력에서 연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미세한 기류의 변화에도 나부낄 수밖에 없는 실존자들의 운명을 닮은 <깃>은 작가에 의해 마침내 또 하나의 새로운 신화를 탄생시킨다.

"가장 절실한 초월의 힘은 가장 연약한 존재에서 태동된다."

 

이제 관객들은 <깃>이 은밀히 지니고 있는 신화가 작가의 모든 작품들 속에서 은유와 상징의 모습으로 줄기차게 구현되고 있음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 2022년 이른 봄, 박창호(고음악평론가, 철학박사)

 

 

깃羽 소생蘇生_reviviscence - 寒碧柳梅_70x140cm_한지 위 채색_2022

 

 

깃羽 듦 - 구구소한도 九九消寒圖_30x30cm_한지 위 채색_2022

 

 

깃羽 소생蘇生 - embrace_97x138cm_한지 위 채색_2022

 

 

깃羽 들다 - Feathered Comfort_276x97cm_한지, 먹, 염료_2019

 

 

깃羽 듦 - 작은 새_28x33cm_한지 위 채색_2022

 

 

 

 

 
 

조미영

 

홍익대학교 동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조미영은 덕원갤러리(1999), 김옥길기념관(2003), 한전프라자갤러리(2005), 게이트갤러리(2008), 갤러리나비(2010), 그림집(2011), 인사아트센터(2013), 홍익대현대미술관HOMA(2015), 스페이스선+(2016), 남산갤러리(2017), 팔레 드 서울(2018) 등 열여덟 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 그룹전을 가졌다. 작가는 전통 바탕 재료 위에 가는 선묘로 깃羽을 그려 정제 시키는 과정을 갖는다. 그가 말하고자 혹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서의 본질을 끌어내어 가장 간소하게 절제하는 표현들을 선으로 그려나간다. 그의 작업은 미묘한 압력의 차이나 흐름에 의한 공기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가는 '깃털'에서 생명의 본질을 찾고 있다. 깃털, 알과 같이 조미영화 된 소재를 결합시켜 뛰어난 색채감과 공간감 등의 구성으로 평면 위에 의식의 서사 구조를 만들어 낸다.

 

E-mail | eggywing@gmail.com

 

 

CHO, MI YOUNG

 

After graduating from Hongik University with both a BFA and MFA in Oriental Painting, Mi Young Cho has held 18 solo exhibitions in Deukwon Gallery(1999), Kimokkil Memorial Center(2003), Hanjun Plaza Gallery(2005), Gate Gallery(2008) ,Gallery NAVEE(2010), Greemzip(2011) Insaartcenter(2013) HOMA(2015) Space Sun+(2016) NamsanGallery(2017) Palais de Seoul(2018)and numerous group exhibitions. In her works, the artist takes on the process of refinement with Korean traditional material. She draws out the essence of what she is trying to say or express and brings out the utmost expression of refinement and exquisiteness through lines. The artist searches for the nature of life through painting 'feathers' that fly freely between the air, which is created by subtle difference in pressure or flow. Using feathers or eggs, subjects that have become synonymous with Mi Young Cho, the artist fuses together such symbolism to make a description of conscious thoughts about life through the construction of outstanding colors and spatial sense. She is currently teaching at Hongik University Institute of Fine Arts and Design Education and National Museum of Korea.

 

Instagram | https://www.instagram.com/koreaartin | https://www.instagram.com/eggy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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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301-조미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