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미 展

 

열매에 대한 짧은 서문

The brief story of Fruit

 

Small but Obvious-Reddish Nourishment_Mixed media_77.5x107.5cm_2021

 

 

유나이티드 갤러리

 

2022. 2. 16(수) ▶ 2022. 2. 21(월)

서울특별시 강남구 강남대로102길 41 | T.02-539-0692

 

www.unitedgallery.co.kr

 

 

Small but Obvious-Reddish Nourishment_Mixed media_107.5x141cm_2021

 

 

나는 아무 사건이 일어나지 않은 보통의 날에 마주하는 사물들을 다룬다. 그것들은 대체로 '물리적으로 작은 형태'를 갖추고 있고, 일상에 무심하게 각자의 몫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그것(사물)들은 자연스럽고, 평범하고, 때로는 자각되지 못할 정도여서 어느 때에는 소외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별할 것 없는 것이 특별해지고, 보통의 것이 보통의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은 그것이 비로소 결여되는 순간이다. 결여의 순간에 관찰된 사물은 특정의 사건과 시간을 품는다. 삶은 크고 작은 결여의 연속이고, 작업에서 다루는 사물들은 나의 삶 중에 결여 된 순간에 유의미하게 발견된 것들이다. 그래서 그 대상들에는 매우 사적이면서, 때로는 개인의 민감한 정서가 담긴다.

 

 

Small but obvious-greenish nourishment_Acrylic and Crayon_208x159cm_2019

 

 

어머니의 병환이라는 사건은 음식을 더 이상 일상의 영역의 사물이 아닌 것으로 관촬하도록 한다. 사과 한 알, 수박 한쪽은 '먹어서는 안되는 금기(禁忌)된 것' 그리고 '먹고자(먹이고자) 욕망하는 것'의 교집합에 있는 사물들이다. 일상이 결여된 순간에 욕망되는 사물에는 대단한 힘이 생긴다. 평범하고 작은 사물의 힘은 거대하고 강하며,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기를 염원한다. 그러나 동시에 사물의 이미지는 불안하고 민감하고, 거칠고 모호하며, 때로는 어둡고 신경질적이다. 이런 사물에 대한 연구는 곧 나를 관찰하는 일이다. 스스로의 나약함과 강인함을 거듭해서 반성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My Peachy Nourishment_Mixed media_77x108cm_2021

 

 

한 조각, 한 스푼의 음식에는 딱 그만큼의 영약적 가치가 있다. 그러나 나의 그림 안에 '채소 한 조각, 과일 한 조각'에는 그 크기 이상의 강하고, 거대한 힘이 있기를 분명히 바란다. 우리는 여전히 누군가의 수박 한 조각, 사과 한 알에 지나지 않는 작고 나약한 사물이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존재하는 작은 나, 그리고 작은 우리 안에는 반짝이는 강함이 있고, 그래서 어느 때 누군가에게 비로소 좋은 영양분으로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Small but Obvious - Greenish Nourishment_Collagraph/Gold Leaf_107.8x141.2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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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216-이상미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