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영 초대

Gunayoung

 

비욘드 블랙 - Beyond Black 展

 

 

 

올미아트스페이스

 

2022. 2. 4(금) ▶ 2022. 3. 3(목)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51 | T.02-733-2002

 

allmeartspace.com

 

 

비욘드 블랙(Beyond Black) [20211021]_한지에 먹과 아크릴 채색(Oriental ink_acrylic on Hanji)_123.5×106cm_2021

 

 

침전된 시간들, 여과된 감정들

 

“마음이란게 한잔의 유리컵 안에 담겨진 흙탕물 같았다. 휘휘 저어대면 그렇게 탁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기다리며 가라앉히면 맑은 물이 올라오듯이, 마음은 차분해졌다. 평온하든, 휘몰아치든,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침전된 감정들을 그려내었다. 이미 쌓여진 감정들을 담기도 했지만, 여전히 휘몰아치는 중에 작업이 진행되면서 점차 침전되어지기도 했다. 휘저었다 가라앉혔다를 반복하는 미련한 시간들은 흔적도 없이 흘러갈 것 같았지만, 희미한 잔상 속에도 한 줄기 빛은 새어 나오고 쌓여진 꿈들은 보잘 것 없는 그림이 되었다.”

 

침전된 시간들과 여과된 감정들을 무수히 선을 그어 완성하는 작업과정은, 삶의 순간들의 기록인 동시에 치유의 시간이다. 한지 위에 붓으로 세밀한 먹선을 그어나가다 보면, 가지가 되고 나무가 되고 숲이 되어, 서로 연결되어 관계를 이루고 있다. 흰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스케치 없이 무수한 선들을 그려가면서 마음의 모양은 그림으로 남겨진다.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 보고 도닥여가며 그리다보면 마음은 조금씩 비워지고, 작품에는 셀 수 없는 시간들과 헤아릴 수 없는 감정들이 스며든다.

 

 

사이(Between) [191113A]_한지에 먹과 아크릴 채색(Oriental ink_ acrylic on Hanji)_67×87.5cm_2019

 

 

작품 속 패턴들은 나무는 하나의 존재를, 나무가 숲을 이루는 형상은 공존과 조화를 상징하여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에 걸쳐 패턴들은 점차 단순화되었고, 나무의 형상 보다는 감정의 본질을 중요시하면서 보다 추상적인 표현이 가능해졌다. 패턴을 쌓고 겹치면서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혹은 부유하게 하여 운동감 있는 형상으로도 표현하면서 감각적인 구성들을 시도하고 있다. 한지에 먹이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작품들을 시도하고 있으며, 한지의 질감과 은은한 담묵, 세밀한 먹선을 어우러지게하여 명상적이고 수행적이면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하였다.

보고 듣고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삶의 순간들을 기록하듯 그린 작업들은, 각 그림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고, 한편의 연주곡을 쓰듯이 시를 쓰듯이 완성되었다. 세심히 관찰하고 시어를 발견하고, 표현하고 변주하고 가다듬으며 절제된 표현들은 한편의 추상화가 되었다. 감각의 기억들을 담아낸 그림들이 보는 이들에게 무엇으로 연상되든 작은 공감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부족함 투성이지만 진심 어린 작업들이 나를 치유해주듯이, 작은 울림으로 전해져 작품을 마주하는 잠시 동안이 짧은 산책과 같은 휴식이 되고,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림 가운데 소명이 있기를…

 

“맑고 가는 선들을 수없이 그어가며 헤아릴 수 없는 시간들을 보낸다. 마음의 결을 느끼며 그려낸다. 순간을 기록이라도 하듯이 들여다보고 생각해보고 호흡한다. 빛나지 않았던 순간이 있을까. 쌓이고 차오르고 부서지고 빛난다.“

- 구나영 -

 

 

사이(Between) [191113B]_한지에 먹과 아크릴 채색(Oriental ink_ acrylic on Hanji)_67×87.5cm_2019

 

  

“My mind was like muddy water contained in a glass. It was so muddy when it was stirred up. But just as the glass becomes clear after waiting for the particles to sink, my mind became calm after some time. Whether the mind was tranquil or in a swirl, I looked into it vacantly and depicted the sedimented feelings. I captured the feelings that had already been accumulated, but sometimes my mind gradually subsided as the work progressed, even when the mind was in a whirl at the start. The foolish hours of repeating the agitation and subsiding seemed to pass without a trace, but a ray of light shone even through the faint afterimage, and the accumulated dreams became a meager picture.”

 

I draw a myriad of lines to represent the sedimented times and distilled emotions. It is a process of recording the moments of my life as well as a time of healing. As I draw the fine lines of Oriental ink on Hanji, the lines become branches, trees, forests, which connect with each other. As I gaze at the white paper blankly and draw countless lines without a preliminary sketch, the state of my mind turns into a picture. As I look deep inside and draw the picture, my mind is gradually emptied out, and countless hours and unfathomable emotions permeate my work.

 

 

삶의 노래(Song of Life) no8_한지에 먹과 아크릴 채색(Oriental ink_acrylic on Hanji)_133×195cm_2018

 

 

As for the patterns in my work, the tree symbolizes an existence, and the trees gathering together to form a forest symbolize coexistence and harmony. Over time, patterns have gradually been simplified, and as I put more stress on the nature of emotions than on the shapes of trees, more abstract expression became possible. I try to create a calm and serene atmosphere in my compositions by accumulating and overlapping patterns, or by making them float to create kinetic forms. I am trying to create conceptual and abstract works based on the medium of Oriental ink on Hanji. I tried to create a meditative and lyrical ambience by harmonizing the texture of Hanji, the subdued pale hue of Oriental ink, and fine lines of the brushstrokes.

 

I recorded the moments of my personal life in which I saw, heard, and felt in the works. Each painting contains its own story and was completed as if I were composing a piece of music or poetry. I observed carefully, discovered poetic diction, expressed it, played variations on it, and refined it. The restrained expressions became an abstract painting. I hope that the pictures capturing memories of the senses can provide a moment of empathy no matter what they suggest to viewers. Although my work may be insufficient in many ways, I still hope that people will have a moment of rest as if taking a stroll and taking time to heal when standing in front of my work. May there be a calling in the picture. . .

 

“I spend countless hours drawing clear and fine lines. Feeling the texture of my mind, I draw them. As if recording the moments, I look into it, ponder, and take a breath. Is there any moment that did not shine? It piles up, waxes, breaks, and shines.”

- GUNAYOUNG -

 

 

시련(당신은 저보다 지혜롭잖아요) Trial (You know better than I)_한지에 먹과 아크릴 채색

(Oriental ink_acrylic on Hanji)_74×102cm_2016

 

 

광야(Wilderness)_한지에 먹(Oriental ink on Hanji)_70×105cm_2015

 

 

당신과 나 (You and I)_한지에 먹 (Oriental ink on Hanji)_72×79cm_2017

 

 

 

 
 

구나영 | Gunayoung

 

개인전 | 2022 Beyond Black (올미아트스페이스, 서울) | 2021 Enduring times (갤러리이마주, 서울) | 2020 Time of Healing (세종갤러리, 서울) | 2020 The Narrative of Existence (아트스페이스 루, 서울) | 2019 Sedimented Times, Distilled Emotions (갤러리가비, 서울) | 2018 Spectrum of Emotions (갤러리도스, 서울) | 2017 BLACK - be not seen (메이크갤러리, 서울) | 2017 Walking in the Forest of My Mind (갤러리정_신사점, 서울) | 2016 Flowing Woods (갤러리이마주, 서울) | 2016 CHACONNE (혜화아트센터, 서울) | 2015 SPECTRUM (갤러리정, 서울) | 2015 Song of Life (갤러리1898, 서울) | 2015 PORTRAIT (갤러리H, 서울) | 2014 Mid Dream Landscape (스페이스 선+, 서울) | 2014 The Forest of Existence (1 Gallery, 서울) | 2014 MINDSCAPE (유중갤러리, 서울) | 2013 DENSE FOREST (이랜드스페이스, 서울) | 2012 LUCID DREAM (노암갤러리, 서울) | 2012 TIMBUKTU (미 공간현, 서울)

 

주요 수상 | 2020 아트경기 선정작가 | 2014 정문규 미술관 ‘신예작가 발굴지원 프로그램’ 선정작가 | 2013 유중아트센터 신진작가 | 2013 이랜드문화재단 3기 공모작가

 

그 외 전시다수

 

소장처 | 경기도미술관 | 정부미술은행 | 이랜드문화재단 | 유중문화재단 | 안산시청 | 갤러리 및 개인소장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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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20204-구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