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 사진학과 졸업작품전 2021

THE 33rd DEPARTMENT OF PHOTOGRAPHY GRADUATION EXHIBITION 2021

 

MESSAGE

 

경가위 | 김다희 | 김보민 | 김영훈 | 김채현 | 김효림 | 류동주 | 박건영 | 박정민 | 백승연

부정윤 | 송승희 | 안연주 | 오위 | 오정훈 | 유준선 | 이재균 | 이주형 | 임병진 | 전호선

정거봉 | 정예지 | 정주원 | 표영민 | 홍예은 | ㅁㅁㅁ | ㅁㅁㅁ | ㅁㅁㅁ | ㅁㅁㅁ | ㅁㅁㅁ

 

 

 

제1미술관 전시실

 

2021. 11. 26(금) ▶ 2021. 11. 30(화)

운영시간 | 11.26-11.29 : 10:00~18:00 | 11.30 : 10:00~15:00

부산광역시 남구 수영로 309, 26호관 B1 | T.051-663-5190

 

주최 |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 사진학과

주관 |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제33회 졸업전시 준비위원회

 

 

초대의 글

MESSAGE :: 궤적

 

제33회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졸업전을 축하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한 계절이 지나고 또 다른 계절이 문을 열고 찾아왔습니다. 추워질 때쯤이면 처음 학교에 입학해서 서로 말 한마디 건네기 어색했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배움을 통해 가치 있게 변화하고 성장한 우리의 모습은 대학교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와 다르기에, 같이 성장한 선배, 동기 그리고 후배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사진을 배우며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던 점은 시간이 지났을 때의 나와 다시 마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당시의 모습과 감정들의 상은 여전히 고정되어, 사진기를 잡은 우리들은 계속해서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사진을 특별한 언어로 인정하는 것, 예술을 연인처럼 여기는 것. 사람의 아름다움을 끌어내어 주는 것과 부족한 면도 있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집을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궤적을 되돌아봤을 때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암실에서 밤을 새우던 1학년. 정체성을 찾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었던 2학년. 많은 과제에 지쳐 힘들어도 함께 노력하며 힘써오던 3학년을 지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학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4학년이 되어 소중한 경험으로 얻은 마음의 힘을 간직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려 합니다. 하루하루 성장하며 많이 울고 웃었지만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 빛나는 우리들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 아끼는 동기들과 선후배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훗날 우리의 숨결들을 모아 만든 이 작품집을 보면서 과거의 나를 마주할 때 더욱 성장했음을 느낄 날을 기대합니다.

 

2021년 10월

제33회 졸업전 참여 사진가 일동

 

 

격려사

제33회 졸업 전람회, 'Message' 발간을 축하하며

 

모두에게 쉽지 않았던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긍정의 모습으로 지나고 있는 이때, <제33회 졸업 전람회>개최와 졸업 작품집 'Message' 발간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친애하는 우리 사진학과 4학년 예비 졸업생 여러분,

새로운 일의 시작과 가치 있는 또 다른 도전을 꿈꾸며, 지난 대학 생활의 여정을 진지하게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두의 아름다운 삶과 행복한 미래가치를 위해 젊음과 창작, 그리고 마침표라는 매우 평범한 진리가 함께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 세상 아름다움 중의 하나는 젊음입니다!

그곳에는 순수한 꿈이 있고, 모두를 사랑할 수 있는 열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거룩한 것 중 하나는 창작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의 삶을 표현할 수 있는 진솔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 소중한 가치 중의 하나는 마침표입니다!

그 점에는 모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지혜와 성실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33회 졸업 전람회>와 'Message'에는 우리 경성의 젊은 사진가들이 항상 정진했던, 진솔한 꿈과 사진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젊은 날의 대학 생활을 크고 선명한 마침표 찍기로 완결하기 위해 인내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과정은 무엇보다도 값진 시간들이었으며, 여러분의 찬란한 미래에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진정한 발자취와 아름다운 성취에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내며 항상 발전하길 기원합니다.

 

자랑스러운 오늘이 있기까지, 아낌없는 사랑과 깊은 희생으로 묵묵히 큰 그늘이 되어주신, 존경하는 학부모님께도 감사와 축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매사 최선을 다해 지도해 주시고 보살펴주신 사진학과 모든 선생님들께도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전합니다.

 

2021년 10월 끝자락에

예술종합대학 사진학과 학과장 이 재 구

 

 

부산울산경남 지역 유일한 대학 사진 교육기관, 경성대학교 사진학과는 제33회 졸업 전람회 'MESSAGE 전'을 오는 11월 26일(금)부터 11월 30일(화)까지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학교 <제1미술관>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1984년 시작하여 올해로 37년 역사를 맞이하는 경성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전람회는 4학년 예비 졸업생 25명이 광고/인물 패션 사진, 순수사진, 디지털 이미징, 포토저널리즘전공 교육과정을 통해 연구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사진 창작 작품 총 120여 점을 선보인다.

이번 졸업 전람회는 온라인 전시와 함께 동시 진행되며, 작품은 인터넷 주소 (https://33rdmessage.com)를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광고사진

COMMERCIAL PHOTOGRAPHY

 

백승연 作_112x87cm_Digital inkjet print (좌)

안연주 作_80x120cm_Digital inkjet print (우)

 

백승연

Bravo, My Life!

 

청춘도, 노인도 아닌 중년.

우리네를 훌륭히 키워주시고 인생의 절반 지점까지 치열하게 달려온 그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의 삶은 그 누구보다 멋지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은 응원을 전하고자 한다.

 

자신을 위한 삶의 첫 발걸음이 되길 바란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살아온 너의 용기를 위해,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 너의 어깨에 잠자고 있는 아름다운 날개를 펼쳐라.

- 봄여름가을겨울 'Bravo, My life'중에서

 

 

안연주

Heroine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은 어떤 사람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자신감이 부족한 나는, 당당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품 제목의 뜻인 여주인공처럼 내 인생에서 나는 어떤 모습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지, 내가 되고픈 당당한 이미지의 여성상이 무엇인지 이번 작업에서 패션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전체적으로 자유분방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보헤미안룩으로 스타일링했다. 다양한 패턴이 드러나는 의상 위주로 선택했고 액세서리나 헤어, 메이크업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존재감이 돋보이도록 스타일링했다.

 

모델들에게 강렬한 눈빛과 포즈를 취하게 하여 주체적인 여성의 에너지를 담아보려 했고 더욱 생동감을 더해주기 위해 여러 앵글과 화각을 이용했다.

 

 

 

유준선 作_100x127cm_Digital inkjet print (좌)

임병진 作_45x60cm_Digital inkjet print (우)

 

유준선

고유-하다

 

한복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古瑜)의 멋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한 오방색, 아름다움을 겸비한 누빔, 화려한 자수와 노리개

이러한 한복의 우아한 기품은 나를 매료시켰다.

한복은 계속되어 개량되고 점점 진화 하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하여 빠르게 변하고 똑같은 유행을 만들어내는 이질적인 현대 패션 사회 속에서 한복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고자 한다.

 

 

임병진

철딱서니

 

나는 어른들이 참 싫었어요. 그 눈들로 날 보며 말을 할 땐, 쉬워 보였거든요.

그래도 우린 늘 어떤 핑계로든 어른이 되고 싶어 했어요. 궁금하잖아요.

근데요, 어른들은 늘 그래요. 걱정 없이 하는 말들을 버릇처럼 내뱉고선 자긴 아니래요.

언제부터 그랬나요. 왜 그러기 시작했어요.

나는 궁금한 게 많아요. 그런데, 또 굳이 알고 싶진 않아요. 나는 어른이 되기 싫어요.

우리가 살결과 숨결을 부딪힐수록, 지킬 건 많아지고 믿을 건 또 줄어들어 가요.

그냥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이나 알려주지 그랬어요.

내가 좀 더 빨리 철들기 전에.

 

 

 

정예지 作_80x120cm_Digital inkjet print (좌)

김채현 作_40.24x50.8cm_Digital inkjet print (우)

 

정예지

매료되다

 

내가 보는 당신의 또 다른 이면은 어떤 모습일까

타인에게 내비치지 않는 얼굴빛.

어떠한 면모를 숨기고 있는지, 속 내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수십 개의 감정으로 이야기하며 짓는 당신의 표정이, 눈빛이 내게 스민다.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미소 짓는 당신이 예쁘고, 감정에 충실한 당신이 예쁘다.

"나"를 "나"로 바라볼 수 있는 당신이 예쁘다.

마음들이 예쁘다.

 

 

김채현

소소[小少] : 작고 소중한

 

코로나로 인해 제한적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 속,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나의 주변에서, 공간에서 어쩌면 스쳐 지나가도 모를법한 것들에게 괜스레 눈길이 가고 자그마한 미소를 띠게 된다. 그렇게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찾게 된다.

 

작고, 소중한 것들

 

 

 

박건영 作_40.64x60.96cm_Digital inkjet print (좌)

송승희 作_55.88x71.12cm_Digital inkjet print (우)

 

박건영

술 마실 때 당신은 쉬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왜 술 마시는 걸까?"

"보통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기분 안 좋을 때 마시지 않아?"

"그렇지."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음식이잖아?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사람들의 기쁨, 슬픔 뭐 이런 순간들과 함께하면서 많은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해. 나는 술이 좋아."

 

"너는 술 마시면서 사람들이 왜 술 마시는지 생각해 봤냐? 나는 술 마시면서 무슨 생각을 하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많은 생각을 하더라. 살면서 좋았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 그런 거지 뭐."

 

"새끼가 뭐래. 됐고, 술이나 마셔 새꺄."

"어ㅎ. 그래."

 

사람들은 술 하면 어떤 생각부터 할 까. 좋은 생각? 힘들었던 생각?

사람들은 좋든 싫든 술 마신다.

 

 

송승희

RAW

 

빨갛고 파란, 뾰족하고 매끈한 나는 강한 색채나 질감을 가지고 있는 생물에 호기심을 느낀다.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을 관찰하며 본래의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하지만 강렬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자 한다.

 

 

 

전호선 作_90x105cm_Digital inkjet print (좌)

표영민 作_Digital inkjet print (우)

 

전호선

Stay in the fragrance

 

특정한 향을 맡고 나의 의지와 상관 없이, 마치 뜨거운 불에 데이고 자각하는 찰나만큼 빠르게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연상되었던 때를 떠올리며 향의 원천과 에너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 Stay in the fragrance 작업은 자연의 리듬에서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가 이끌에낸 가치가 향수로써 실현 됐다고 생각한 것에서 매력을 느끼며 이어 나갔다.

 

 

표영민

Self - Defence

 

스스로를 위해,

상대방을 위해

 

상처받고 싶지 않았고 또한 주고 싶지도 않았다.

열등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며 그것이 남을 향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켜야 할 것은 나 자신이었으며 가져야 할 것은 다가옴에 두려워하지 않을 수단이다.

 

 

 

 

순수사진

FINE ART PHOTOGRAPHY

 

경가위 作_40.64x66.04cm_Digital inkjet print (좌)

김다희 作_90x60cm_Digital inkjet print (우)

 

경가위

빛이 가르쳐준 또 하나의 세상

 

사진작가는 화가이자 시인이다. 사진은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작가의 사진 하나하나가 시간의 표본인 것이다. 사진사의 진수는 사진 뒤에 있는 사진작가의 빛에 대한 관찰과 사고에 있다. 고로 광명이 없을 때에도 하나의 빛을 찾아내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이다.

빛과 어둠은 창작의 영감과 기초를 가져왔다. 가장 어두운 밤에도 빛은 가려지지 않고, 어둠이 있을 때 빛은 더 빛난다. 또한 빛의 그림자가 교차할 때 명암이 바뀌는 것이 현실이자 허황이다.

사진작가는 어두운 공간에서도 빛을 찾아내고, 그 안에 감정을 불어넣는다. 좋은 작품은 광경이 좋은 것 뿐만 아니라, 빛을 통해 감정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한다.

 

 

김다희

한쪽 귀

 

"나도 엄마와 같이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을 때, 엄마가 듣고 살던 공간 안의 소음들을 느꼈어. 고막을 찢을듯한 단일 음과 먹먹해지는 느낌을 받으면서 아, 엄마는 너무 많은 소리들을 놓치고 살았구나 싶더라고. 나는 커가면서 다양한 소리들을 듣고 있는데, 엄마의 한쪽 귀는 이제 너무 많이 늙어버린 걸까. 나의 귀는 어떻게 될까."

 

늘 듣던 소리가 급작스럽게 시끄러워진 적이 있다. 원룸 촌에 들리는 시끄러운 오토바이 배기음, 배려 없이 쿵쿵대는 층간 소음, 왁자지껄 취해버린 사람들,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알림.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이명이 배가 되어 어지럽게 만든다. 주로 이명은 당신을 떠오르게 한다. 한 쪽 귀로만 듣던, 두세 번 불러야 대답하는 당신을, 짜증을 내며 되물어보던 당신을 귀찮아하던 나를 기억한다. 그저 잘 들리지 않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사이렌처럼 울리는 이명을 몇 십 년간 들었다고 덤덤히 말하던 목소리가, 그 파장이 얼마나 큰지 당신은 모른다.

 

남들은 늙어서 잃는 귀를 당신은 너무 일찍 잃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가 듣고싶지 않은 소리들을 당신은 반만 듣는다는게 다행일까. 아니, 이건 나만 다행인걸까. 당신의 남아있는 귀를 떠올리며 들려주고 싶은 소리들을 생각해본다. 풀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들, 고막 앞까지 들어오는 바람소리. 모두 한 발치 떨어진 자연에서 들을 수 있는 이 소리들이 마지막 남은 낭만이었으면 한다. 내가 당신에게 들려줄 수 있는 소리는 어떤 방식인가. 한쪽 귀가 되어주겠다던 어린 다짐을 기억한다. 

 

 

 

김보민 作_150x65cm_Digital inkjet print (좌)

김영훈 作_150x100cm_Digital inkjet print (우)

 

김보민

낭만적 도피

 

현실에 좌절해 다채로웠던 나의 동심을 되짚어 찾아가 보려 한다.

 

이야기를 좋아했던 나는 유독 동화책을 손에 쥐고 놓을 줄 몰랐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세상은 동화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처럼 다채롭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점차 현실을 마주하며 다채롭다고 느껴졌던 세상은 색이 빠져 결국 차가운 현실만이 남았고 동화를 읽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그 시절의 나의 동심은 기화돼버렸다.

 

냉담한 현실에서 그 시절의 동심으로 도망치고 싶다.

비록 현실에 치여 동심과 동떨어져 있지만 잠시나마 나의 낭만적인 동심을 되찾아 따스한 나날들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낭만적인 동심 속으로 도망치고 싶다.  

 

 

김영훈

도시기억상실증

 

도시는 기억되는 속도보다 빨리 해체되고, 해체를 인식하는 속도보다 빨리 완성된다. 누군가의 유일한 삶의 터전은 붕괴되고 해체되어 철근과 콘크리트 더미들만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이제는 이름이 사라진 장소가 되었다. 도시의 변모는 파괴된 노후화와 완벽해 보이는 완공 모습이 무엇이 시작과 끝인지 짐작하기도 힘들만큼 달라져 있다.

 

난개발의 상징인 부산의 시가지는 근대적 역사로 인해 비정형적 도시 외관이 부산의 유산이 되었지만, 도시경관정리라는 불투명한 이유로 터에 선이 그어지고 있다. 펜스를 사이에 두고 옛 것과 새 것의 오묘한 알력이 형성된다. 펜스는 그 사이에서 벽인지 아니면 누구의 편인지 알지 모를 무표정한 표정을 짓고 있다.

 

도시를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에서 답답함이 느껴진다. 정형적인 관점은 감정을 극적으로 배제하면서도 그로 인해 누구나 이입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무너지는 것과 세워지는 것, 허물어지는 것과 완공된 것 사이에서 오는 태생적 충돌이 시선을 머물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의 발자취와 삶의 터를 다시금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류동주 作_400x281cm_Digital inkjet print (좌)

박정민 作_95x63.3cm_Digital inkjet print (우)

 

류동주

∃ (Exist)

 

다 부서져가는 이곳에 발을 딛였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창으로 보이는 부서진 풍경들이었다.

형태가 있는 것은 다 사라진다고 느꼈다. 그게 인위적이든 자연적이든 언젠가는 다 사라지니까 집의 골격을 세워 시멘트를 부어 견고하게 만든 건물들도 뿌리가 깊어 꿈쩍 않는 큰 나무들도 다 무너지고 사라진다.

부서진 건물 안에서 본 부서진 풍경들은 나에게 어느 정도의 무상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내가 창으로 바라보며 느껴지는 것들은 내 몸에 피를 타고 돌다가 누군가에게 이 기억들을 전해주면 그것은 또 누군가에게 흘러 들어가 계속해서 영원히 존재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다른 건물들이 들어와도 그에 대한 생각들은 계속해서 존재할 거라고 창으로 통해 보이는 이 동네, 곧 있으면 사라질 이 풍경들을 나는 기억하고 존재하게 하고 싶었다.  

 

 

박정민

안락한 경지

 

우리는 쉼을 표현할 때 집이라는 장소를 빼놓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우리는 모든 걸 내려놓고 온전히 편안하며 때로는 은밀하고 긴밀하다. 이는 집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외부 요소들로부터 분리되어 안락함과 안정감을 받을 때 행해진다. 우리는 그렇게 날 때부터 자연히 집과의 정신적, 신체적 교류를 통해 사적이고 필수적이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받아들인다.

 

나고 자라 여전히 사는 내 집, 배움을 위해 18년도부터 여전히 사는 또 다른 내 집. 394km 떨어진 두 집을 처음에는 최선을 다해 적응하고 연결하려 했지만 비단 머리만으로 감정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 한껏 날 선 촉각과 둥둥 뜬 정신에 결국 밝은 빛을 보고야 말았던, 현관 앞 캐리어를 미처 치우지 못한 채 다시 발걸음을 돌리던 그 언젠가가. 끝끝내 통렬한 균열을 만들어 비가시적인 나와 집의 관계에 긴장감을 유발해 정체성에 혼란을 촉발했다. 그렇게 나는 어떠한 의지도 개입되지 않았으나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한 유랑자가 되었다.

 

<안락한 경지>는 나와 집의 간극을 메워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삶을 주도적으로 영위할 방법, 스스로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이다. 편안함, 안정감, 안녕함, 안온함······ 감정들을 가장 잦게 느끼는 곳이 어디일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무의식중에 발걸음이 향하는 날것의 공간들, 나는 자연을 나의 집이라 명명했다.

 

 

 

오위 作_40.64x66.04cm_Digital inkjet print (좌)

이재균 作_150x100cm_Digital inkjet print (우)

 

오위

창문

 

각양각색의 창문이 세상에 존재한다. 당신이 어두운 환경에 있을 때 멀리 문틈에서 나오는 빛이 하나의 창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두움과 광명을 소통시킨다. 해가 질 때, 하늘의 마지막 빛이 사라지는 순간 방에는 끝없는 어두움이 가득 찬다. 이때 창문은 어둠을 타파하고 달빛을 가져온다. 이게 우리 자주 말하는 광명의 창문이다. 그와 동시에 거울을 하나의 창문이라고 생각한다. 거울 안의 세계는 남다르다. 거울이 굴절하는 풍경이 다른 것이다. 혹시 형상의 평화가 존재하고 이게 특별한 미감을 말한다. 또 안경도 하나의 창문이라고 생각한다. 안경을 쓰는 사람과 안경을 안 쓰는 사람은 보이는 세상이 다르다. 안경을 벗는 순간 흐린 빛만 보이고 불안감이 생긴다. 안경을 쓰면 명확한 세상이 다시 보인다. 그래서 안경이 또 하나의 특별한 창문이라고 생각한다. 차창 역시 또 하나의 창문이라고 생각한다. 차 안에 있는 사람과 차 밖에 있는 사람은 느낌이 다르다. 하루의 피로를 받은 사람은 차 안의 공간도 하나의 창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의 일상생활 중 꼭 필요한 컴퓨터 iPad도 하나의 창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외부 사회를 소통한다. 나는 일상활동에서 관찰하기 아주 좋아한다. 창문을 통해서 여러 상태를 관찰하고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양한 문제들을 생각한다. 창문 안에 있는 사람은 밖의 풍경을 보고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안의 풍경을 궁금해한다. 다양한 관찰을 통해서 신기한 세상을 발견한다. 이게 내 머릿속의 창문이다.  

 

 

이재균

무기력한 경관은 해괴한 짐승을 그린다

 

<무기력한 경관은 해괴한 짐승을 그린다>는 인간의 지배적 욕망이 낳은 풍경을 보여준다. 인간의 야심은 맹목적인 개발과 구축, 무분별한 쟁취로 이어져 그들을 이 땅의 주인으로 만들었고, 생태계 최상위에 자리한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끊임없는 생산 과정을 거쳐 자취를 남긴다. 현시대의 자연 경관에서는 그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풍경 속 엉뚱하게 자리한 인공물은 불순물이 아닌 일부가 되어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러한 무기력한 경관에서 물질 만능주의의 몰경계과 시스템에 익숙해진 인간의 오류를 탐구한다. 그리고 그것의 실마리를 풀어내기보다, 그 자체를 보고 느낄 수 있는 장면을 드러내어 우리 일상의 이야기라는 것을 더듬어볼 계기가 될 내러티브를 만들기로 했다.

 

도시 외곽을 배회하다 인공물이 우뚝 서 있는 공간에 들어선다. 울창한 초목 자연을 비집고 나오는 차가운 철근과 콘크리트 벽의 부조화는 오히려 아름다워 보인다. 나는 나무들 사이에 몸뚱이를 숨긴 고요한 알력을 드러내기 위한 시각적 충동을 일으킨다. 붉은 연막은 무의식과 의식의 파편이 공존하는 공간을 환유하는 매개물로 작동한다.

 

개인의 의식과 사회적 요소가 서로 어긋난 모양으로 돌아가는 메커니즘에서 드러나는 묘한 일렁임은 의식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자본주의의 불가항력적인 힘을 드러내는 현 사회에서, 우리에게당면한 문제는 비단 물질 만능 태도뿐이 아니다. 사회는 송곳니를 감춘 채 현대인의 삶과 일상을 획일화하고 규격화하고 있으며, 개인은 보이지 않는 억압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가고있다는 점을 겨냥한다. 점진적으로 무의식의 풍경은 우리의 의식에 고착되어 해괴한 경관에 익숙해진다. 나는 사회적 요소와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가로서서 감각을 이끌어내어 이미지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제작하였다. 현시대의 전체주의적 성격을 시사하는 풍경과 인공, 그리고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연막은 열린 메타포를 통해 대중의 다양한 해석과 의식적 감상의 가능성을 바란다.  

 

 

 

이주형 作_30x20cm_Digital inkjet print (좌)

정주원 作_114x76cm_Digital inkjet print (우)

 

이주형

여흔(여전히 남아있을 흔적)

 

너무나도 당연하다 여겨왔다.

휘어도 한참 휘어버린 할머니의 허리를 봐도, 굳을대로 굳어버린 할아버지의 어깨를 봐도 그저 신기하다 여겼을 뿐이었다.

먼지 묻은 손을 봐도 왜 묻었을까가 아닌 더럽다고만 생각했었다.

 

어느날 깨달았다.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서투르고 투박한 사랑을 주신 할머니에게 이번 작업을 빌어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잘 빚어진 사람이다.

할머니의 손으로, 할아버지의 손으로, 이모의 손으로, 부모님의 손으로, 작지만 많은 손들이 나를 하나하나 빚어주었다.

 

비로소 그 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점 짙어져만 가는 주름들에게 그대로 그렇게 있어달라고 듣지 않을 브레이크를 걸고 싶었다.  

 

 

정주원

비워지고, 채워지고

 

우리는 지금 온 택트(Ontact) 시대에 살고 있다. 급속한 변화와 발전으로 인해 인류는 디지털 시대에 접어 들었고, 디지털화된 세계는 외부와의 직접적인 연결이 아니어도 온라인상에서 연결할 수 있는 온택트라는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에 더불어 2020년에는 이례적으로 COVID-19라는 감염병 맞이하였고, 더 이상 세상과의 면대 면이 아닌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약속이 생겨났다. 인류의 생활이 차츰차츰 변하게 되자 우리가 지나다니던 거리에서 점점 비워지는 것들은 디지털 사회에서 채워져나갔고, 하나의 변수로 인해 우리의 삶은 한 순 간에 바뀌었다. 인류는 새로운 삶의 모습에 적응해 나갔지만 사라져가는 것에 대해 익숙해지지는 못했다. 1년 이상의 온 택트 시대는 우리의 삶을 완전하게 채워주지는 못했다. 마치 한 부분이 비워져 있는 것처럼, 삶에 있어 얻는 것보다 잃어버린 것이 더 많다는 건 우리에게 큰 상실을 안겨 주었다.

 

이번 작업은 우리 세대가 처음 직면하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사회의 모습을 비워져 있는 옥외 광고판의 여백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반복해서 보이는 흰 여백의 공간에서, 당신은 무엇이 보이는가?

우리들의 잃어버린 삶이 언젠가는 채워지기를, 무언가를 떠나보낸 이들의 슬픔도, 언젠가 다 비워지기를.

 

 

 

 

디지털 이미징

DIGITAL IMAGING

 

김효림 作_2"23_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 (좌)

부정윤 作_100x78cm_Digital inkjet print (우)

 

김효림

ANOTHERPLACE

 

빛과 소리로 가득 찬 도시 속에도 항상 여유는 존재한다.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평온함을 마주할 수 있는 현상들이 도시 공간에 나타난다면 조금이나마 지친 일과 속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순간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한 번쯤은 반복되는 현실을 벗어나 다른 곳으로 피하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일상적인 도시 공간에 여유로운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작품으로 동영상의 도입과 결말에 각각 현실과 이상적 공간과의 대비를 주어 마치 꿈을 꾸고 깨어나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복잡한 생각들을 잠시 뒤로하고 오로지 자신만의 시간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부정윤

Melancholia

 

알랭 드 보통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사소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문제다. 사소한 일은 계속 발생하며,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큰 불행으로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내 마음은 눈덩이와 같아서, 자그마한 이유 하나가 이리저리를 돌아다니며 온 마음을 헤집어 놓았다.

 

수 없는 고민들로 이뤄진 우주를 떠돌며 방황한다. 별들은 내 뜻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오로지 부유중인 나의 시간만 제자리에 머물 뿐이다. 눈은 이내 멀고, 무한한 굴레는 또다시 그 심연의 공허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매 순간은 피로와 권태의 연속이며, 뜨거운 열기와 함께하는 상승기류는 그저 나를 다시 땅으로 곤두박질 치게 할 뿐이다. 이는 하나의 거대한 행성, '멜랑콜리아' 이며, 그 거대한 행성의 충돌 앞에서 우리는 그저 손을 맞잡고 기도할 뿐이다. 그 기도가 닥쳐오는 고통을 막아줄 수는 없더라도 말이다.

 

 

 

정거봉 作_120x153cm_Digital inkjet print (좌)

홍예은 作_100x100cm_Digital inkjet print (우)

 

정거봉

UNKNOWN

 

경험하지 못한 것, 실체를 모르는 것들을 "Unknown"이라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생각할 때 미지의 공간이라 함은 어디를 가리키는 것일까?

바로 '우주'일 것이다.

 

우주를 "미지의 공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인간이 직접 관찰하고 경험해 본 것보다 알수 없는 새로운 존재가 발견되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 발견된 미지의 존재들은 각자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만의 방식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존재들이 우리가 모르는 공간에 수없이 많다는 것을 상상하기만 해도 참 흥미롭다.

 

마치 체스처럼 움직이는 우주를 보며 현실에서도 비현실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어떨지 생각하였고,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처럼 동시에 다른 차원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였다.

그 결과 "웜홀(Wormhole)" 아이디어를 빌려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이미지화하려고 노력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우리가 존재하고 있는 공간과 경험하지 못한 상상 속의 공간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홍예은

STRANGE ●

 

나에게 꿈을 꾼다는 것은 주어진 현실을 다르게 바라보게 해 주는 하나의 행위다. 나는 꿈을 통해서 현실을 지울 수 있으며,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일련의 작업은 나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인다.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맞닿아 있는 건물을 그래픽 작업을 통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하고, 그 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일상의 산물을 구 안에 담아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했다. 이 작업에서 배경과 구는 서로 연결됨으로써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나의 꿈은 꿈으로 그치지 않고 이미지가 되어 존재한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꿈을 꿀 것이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꿈을 꿀 것이다.

 

나의 꿈은 그렇게 나와 함께 나아갈 것이다.

 

 

 

 

포토저널리즘

PHOTO JOURNALISM

 

오정훈 作_Digital inkjet print

 

오정훈

The Sea, haenyeo, mother

부산 바다에서 만난 소녀들의 이야기

 

부산의 바다에는 인어가 산다.

푸른 바다와 하늘이 보이는 곳 영도

이곳 바다에서는 이따금 휘파람 소리가 들려온다.

휘이익 휘이익 파도 소리와 같이 들려오는 이소리는 해녀가 내뿜는 '숨비소리'.

현실의 인어라 불리는 해녀, 그녀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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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1126-제33회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 사진학과 졸업작품전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