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근정 서주선 展

 

極과 極의 만남 始展

 

 

 

 

 

 

산군_150x70cm_순지에 혼합재료

 

 

코로나19 펜데믹의 난국 속에서, 저는 그동안도 해왔듯이 빠른 세월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시간의 아쉬움을 곱씹어 보는 짓거리를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개인전을 해야겠다며 마음먹은 세월이 2년을 훌쩍 넘기며 여유를 갖고 실컷 놀다가 막판에 날새기로 그 댓가를 톡톡히 치루며 새로운 시도를 한다며 어쭙잖은 장을 펼쳐놓고, 핑계 삼아 귀하신 님들 소중한 시간을 뺏으며 얼굴 한번 뵈올까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 동안 수많은 부스전과 단체전 등 전시에 출품했지만 개인 작품전은 늘 주제를 가지고 작업을 하여 작품이라고 발표를 하여 왔는데 2015년도 네 번째 개인전을 끝으로 6년 만에 개인 작품전을 하려 합니다.

이번 제5회 전시는 '極과 極의 만남'이란 주제를 가지고 준비를 하였습니다.

어려운 시대적 상황 속에서 더욱 개인주의의 팽배와 양극화 심화는 사회적 문제를 심각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양극이라는 극단적 개념을 갖는 많은 극과 극 중에 호랑이와 다람쥐의 관계 같은 생태적 것을 대표적으로 미술에서의 사실적인 표현과 개념적 표현을 적용한 표현의 극과 극 등 많은 예를 들 수 있겠지만 이번 그림 작업에서는 몇 가지 양극의 현상을 공존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한 공간 즉 렌티큘러라는 기술적 매개를 이용하여 극단 간의 만남을 만들어 봤습니다.

 

 

다람돌이_150x70cm_순지에 혼합재료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대 사회의 모순에서 발상을 하게 되었으며 30여년전 문인화 분야로 전향한 뒤부터 안 그려봤던 호랑이 그림과 2009년부터 그려오며 어느덧 캐릭터로 자리 잡은 다람쥐와의 만남을 우연히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산군이라고 불리며 생태계의 최고를 상징하는 호랑이와 가장 연약하면서도 귀여운 동물의 대명사인 다람쥐를 한 공간에서 존재하게 하여 공존의 개념을 부여해 봤으며, 렌티큘러라는 매개를 통하여 3D 표현의 입체적 느낌을 이용하여 환상적인 공존으로 극대화를 해 본 것입니다.

 

이번 작업의 또 다른 소재는 一生寒不賣香이라 칭하며 청빈의 표상인 매화와 부귀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목단 꽃을 한 공간에 만나게 하여 공존과 중용의 의미를 부여해 봤습니다.

극과 극의 만남이라는 전시는 이제 시도하여 처음 펼치는 始展으로 이제 2탄, 3탄으로 다양한 주제를 찾아서 공존이라는 가치 구현을 이유삼아 계속 해볼 생각입니다.

이번 새로운 시도와 노력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통한 지도와 편달로 용기를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21년 11월

서 주 선 근배

 

 

금파라_150x70cm_순지에 혼합재료

 

 

다람돌이_150x70cm_순지에 혼합재료

 

 

극과 극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출발

 

안 영 길(철학박사, 미술평론)

 

21세기는 기술 문명의 바탕 위에 새로운 문화가 다양하게 범람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의 문인화란 무엇인가? 과거 인문적 교양을 갖추고 시대정신을 주도했던 문인들은 왜 그림을 그렸으며, 어떤 자세로 그림을 대하였는가? 이러한 문인화의 본질과 특성에 대한 이해는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와 직결된다. 동아시아에서 역사적으로 전개되어 온 문인화의 양상과 의미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문인화의 정신과 목적 등 문인들이 추구했던 회화의 이상과 가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인화의 보편성은 곧 그림이라는 매체를 중심으로 인간의 보편성을 이해하는 통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인간이란 무엇이기에 예술활동을 통하여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요소가 '문화'이고 그 문화는 '가치'로 설명될 수 있다. 인간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문화적 가치는 다양성을 드러내게 된다. 이러한 문화의 본질적 특성을 드러내는 다양성 가운데 문인화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가치를 지향하면서 낮은 가치에 머물던 회화를 높은 가치로 승화시킨 다양한 층위와 방향성을 주도한 인간의 이상적 보편가치로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근정 서주선은 전통 문인화의 정신과 현대 문화의 새로운 흐름 속에서 본질과 형식, 모방과 창조의 갈등을 겪으며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열정이 넘치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극과 극의 만남"을 표방한 전시도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과 그 속에서 파생된 문화 모두, 계층과 빈부 등의 양극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갈등 속에서 인간의 삶과 정신은 피폐해져 욕망만을 쫒으며 유목민처럼 표류하고 있다. 근정은 욕망에 매몰된 현대인의 갈등과 모순을 직시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예술창작을 통해 만남과 공존의 가치를 담아내고자 한다.

 

 

은파라_115x130cm_렌티큘러

 

 

과거의 문인들이 대립과 융합의 과정을 거친 유교, 불교, 도교 등 보편성을 지닌 진리나 사상 체계에 대해 포용성을 갖고 예술의 최고 가치를 지향한 문인화처럼 근정은 새로운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문인화의 전통이 구현된 매화와 함께 전통 문인화와 궤를 달리 하는 매우 사실적인 묘사의 다람쥐와 호랑이가 핵심 제재로 다루어진다. 동진의 고개지가 제시한 형체를 바탕으로 정신을 그려내는 '以形寫神'과 '傳神寫照'의 원리를 통해 자유로운 정신과 생기를 강조하는 종병의 '暢神'과 사혁의 '氣韻生動'의 문인화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광학기술의 효과를 살린 각도에 따라 사진 이미지가 달라지는 렌티큘러 기법을 적극 활용한 작품 창작을 시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사진과 인터넷 등 새로운 문물에 심취했던 작가의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의 열정은 이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식지 않은 채 이번 전시에서 과감한 시도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러한 현대 기술과 회화의 특별한 만남은 오리지널 작품과 함께 다수의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을 끄는 저변 확대는 물론 미술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다람돌이_115x130cm_렌티큘러

 

 

토끼와 호랑이 설화나 까치호랑이 민화 그림이 연상되는 다람쥐와 호랑이 캐릭터의 대비와 만남은 우리의 현실적 삶 속에서 마주하는 갈등을 풍자한 극과 극의 만남을 상징하는 것으로 현실의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문인화의 발전과정이 '形'과 '神'의 관계 설정과 함께 '形似'와 '神似'로 나아가는 '形神論'에서 서로의 가치에 대한 평가에서 '神似'를 우위에 두는 '寫意'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근정은 이번 전시에서 그 통념을 깨고 자신만의 방식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생략을 통한 본질과 정신의 구현을 의도한 매화 그림과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다람쥐와 호랑이의 정밀한 묘사는 극과 극의 표현방식 차이를 드러내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결코 다르지 않다. 청의 석도가 "닮음과 닮지 않음의 경계(似不似之間)"의 발견이 작가 역량의 척도라고 갈파했듯이 '形似'와 '神似', 즉 형식과 내용의 경계선을 깨닫는 것이 작가와 관객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의 삶과 교감하는 현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看'만이 아니라 가까이서 살펴보는 '察'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을 '觀'할 수 있을 때, 그 작품은 작가 자신의 특수성이 내포된 보편성으로 승화될 수 있으며, '寫生'과 '寫意'의 종합을 통한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는 것이다.

 

 

호생원_115x130cm_렌티큘러

 

 

훌쩍 떠나는 여행이 삶의 고민 등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비움의 미학인 것처럼 극과 극의 만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덕목은 다양한 갈등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불교에서 말하는 업인 탐욕(貪), 분노(嗔), 어리석음(痴)을 벗어던질 때 진지하게 자신을 관조할 수 있게 되고 "날로 새롭고 또 나날이 새로워지는(日新又日日新)" 새로운 자신과 만나 자유로운 예술의 의경을 만나는 기쁨을 누리게 될 것이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여행은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근정의 이번 전시 "극과 극의 만남"은 새로운 출발이라고 할 수 있으며, 새롭고 흥미로운 여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붉은 꽃_115x136cm_렌티큘러

 

 

 

 

 
 

서주선 | 徐注善 | Seo Joo-sun

 

아호 | 僅丁(근정), 예새 | gunjung, yese

 

인천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 졸업

 

근정 서주선 작품전 | 11회 (부스전 포함)

 

대한민국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우수상 동 초대작가 운영, 심사위원 역임 | 서예대전(월간서예주최) 우수상 동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 전국휘호대회(국서련주최) 우수상 동 초대작가, 심사위원 역임 |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 경기,부산,제주,전북,경남,전남,울산,강원미술대전 등 심사 역임 | 추사휘호대회(예산문화원 주최) 심사위원장 등 심사 다수역임 | 세종대학교 예체능대학 회화과 강사 역임 |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서예문화과 외래교수 역임 | 한국문인화연구회 회장, 인천시서예가협회 회장 역임 | 인천미술협회 회장, 연수구예술인연합회 회장 역임 | 한국미술협회 전국지회장단협의회 회장 역임

 

현재 |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 인천문화재단 이사 | 고금서화연구원 주재

 

Homepage | www.gogum.kr

E-mail | yese@daum.net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11112-근정 서주선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