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영 묵송운 墨松韻 展

 

정부인송_48x70cm_한지에 수묵_2021

 

 

무우수갤러리

 

2021. 10. 20(수) ▶ 2021. 10. 26(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19-2, 3,4층 | T. 02-732-3690

 

www.moowoosoogallery.com

 

 

설송雪松_48x70cm_한지에 수묵_2021

 

 

묵송운(墨松韻)

 

붓에 먹을 듬뿍 찍어 화선지 위에 대고 선을 죽 그어 올린다. 빠르게 혹은 느리게, 죽 긋다가 쉬고, 구불거리다가 획 틀어 긋는다. 줄기의 체감률을 고려해서 그 선을 따라 조심조심 내린다. 그루터기와 옹이를 그리고 올라가 다시 가지를 붙인다. 이리저리 굽은 가지를 구조적으로 엮는다. 여러 갈래 나와서 겹치기도 하고, 죽 벋어나가기도 하며, 울퉁불퉁 생기기도 하고, 기묘한 형상을 닮기도 한다. 가지는 규룡(虯龍)을 따르고 잎은 부채꼴로 그린다. 가지 끝에 빠른 속도로 가는 잎을 촘촘히 긋는다. 무수히 많은 선을 겹친다. 끈기가 필요하다. 거친 줄기를 용린(龍鱗)처럼 새긴다. 붉은색으로 칠하고 백록(白綠)으로 태점(苔點)을 가한다. 푸른 잎은 쪽[藍]으로 담채(淡彩) 한다. 마른 가지를 곁들인다. 우람한 바위를 옆에 앉히면 신송(神松)이 완성된다. 창염(蒼髥)이 청운(靑雲)을 흔든다.

 

 

선암사 노송_48x75cm_한지에 수묵_2021

 

 

한국의 화가라면 으레 어렵지 않게 묵송(墨松)을 그릴 줄 안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의 흉중(胸中)에 유전인자로 자리를 잡은 나무다. 사람이 태어나면 솔가지로 금줄을 치고, 자라면서 소나무 등걸을 타고 놀았으며,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며, 소나무 불로 익힌 밥으로 끼니를 잇고, 소나무로 군불 땐 방에서 잠을 자고, 죽어서는 소나무로 짠 관속에 들어가는 것이 한국인의 일생이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소나무의 향기를 맡으면서 소나무와 놀고 노래하며 그림을 그리면서 소나무와 한 몸 되어 살아가는 것이다. 비바람과 눈 서리에 불변하는 저 푸르름을 절개와 지조로 여겼으며, 솔바람 속에서 풍류를 즐기고 소나무를 예찬하며 의지를 다졌다. ‘일송정 푸른 솔 '에서,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에서 우리 민족의 아픔을 달래고 역사를 되새기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지만, 뇌리에는 항상 소나무의 신령스러운 힘이 존재하고 있다.

 

 

묵송墨松_48x74cm_한지에 수묵_2018

 

 

철갑을 두른 듯한 강인한 형태, 사시사철 푸른 왕성한 생명력을 지닌 소나무는 어려울 때 고난을 닫고 일어서게 하는 힘을 준다. 무수히 많은 바늘잎 사이로 지나가는 묘한 바람 소리, 울창한 수형 아래 드리운 그늘, 은은한 솔향은 우리의 삶을 여유롭고 풍요롭게 만든다. 소나무는 친숙한 벗이요, 근엄한 스승이면서 자상한 부모와도 같은 존재다. 소나무는 재목의 경제적 효용을 넘어서 문화적 가치가 넘치는 나무다. 소나무를 그린다는 것은 소나무의 문화적 코드에 의탁하는 것이다.

 

 

비장悲壯_52x70cm_한지에 수묵_2019

 

 

우리가 흔히 보는 도시의 소나무는 대부분이 조경수이다. 잘생긴 수형에 영양상태가 좋은 소나무는 세련된 도시 사람 같다. 원예사가 적당히 가지를 치고 잎을 가다듬어 적당히 바위에 걸친 소나무는 보기에 좋아도 야성적인 맛이 없다. 신상을 걸치고 받침대에 다리를 올리고 팔을 괸 상태로 고개를 돌리며 씩 웃어 보이는 화보 사진처럼 꾸민 흔적이 역력하다. 그런 인상은 햇볕에 그을리고 땀을 흘리며 근육을 수고롭게 하는 노동의 가치를 모르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스러운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바람에 휩싸이고 눈보라에 꺾이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의연하게 자란 소나무, 뒤틀린 줄기와 우악스러운 가지들이 엉켜 만들어내는 형태는 소나무라고 할 수 없는 수형을 지니기도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형은 조형을 넘어 경외를 느낀다.

 

 

정림송정 당산목_52x72cm_한지에 수묵담채_2019

 

 

귀갑(龜甲) 같은 수피와 옹골찬 옹이는 거친 농묵이 알맞다. 죽 벋은 줄기는 시원한 필치가 제격이다. 짙푸른 이끼와 백록의 무늬는 툭툭 찍는 태점으로 처리하는 묘미가 있다. 규룡 같은 가지는 붓을 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농담의 적절한 조화는 구조적인 형태를 원만하게 구성한다. 잎은 짙은 먹으로 빠르게 처리한다. 시간이 걸리지만 완급을 조정하면서 리듬을 탄다. 담채는 실수해도 형태를 흩트리지 않는다. 담백한 수묵의 맛은 시원한 솔바람을 닮았다. 쓰윽 쓱 그린 바위가 운치를 더한다. 소나무는 다른 기법보다 수묵화로 그리는 것이 더 멋스럽다. / 백범영

 

 

송뢰松籟_62x93cm_한지에 수묵_2014

 

 

묵송墨松_138x70cm_숙선지에 수묵_2017

 

 

 

 

 
 

백범영 | 重山 白凡瑛 | Baek, Beom-Young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 졸업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개인전 | 1993 제1회 개인전 (白岳藝苑) | 1995 제2회 개인전 (서남미술전시관·공평아트센타) | 1997 제3회 개인전 (공평아트센타) | 2007 제4회 개인전 (한국미술관 초대전, 용인) | 2008 제5회 개인전 (橋畵廊 초대전, 중국 북경) | 2008 제6회 개인전 (한벽원갤러리) | 2011 제7회 개인전 (스페이스이노 초대전) | 2013 제8회 개인전 (갤러리한옥 초대전) | 2015 제9회 개인전 (亞瑟畵廊 초대전, 중국 북경·백송화랑 초대전) | 2017 제10회 개인전 (한벽원갤러리, 월전미술문화재단 지원작가 초대전) | 2019 제11회 개인전 (동덕아트갤러리) - 백두대간의 사계 | 2019 제12회 개인전 (장은선갤러리 초대전) - 묵향 따라 솔길 걸어 | 2020 제13회 개인전 (나우리아트갤러리 신년초대전) - 솔바람 꽃향기 | 2021 제14회 개인전 (동덕아트갤러리) - 백두대간의 사계 2

 

주요 단체전 | 1991 '91 한국화 산하전 (서울시립미술관) | 제 1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국립현대미술관) | 1992 '92 동아미술제 (국립현대미술관) | 어제로부터 오늘 그리고 내일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 '92 한·중 수묵화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 1993 '93 한국청년미술제-서울에서의 만남전 (공평아트센타) | 자연 그리고 한국화 정신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 한·중 수묵화 교류전 (중정기념관, 대만) | 1994 우리 의식, 공동체전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 문인화정신의 탐구 (서울시립미술관) | 1995 문인화정신의 모색 (서울시립미술관) | 길이 있는 풍경전 (한원미술관) | 1996 한국전통산수화 소장작가초대전 (국립현대미술관) | 反-풍경전 (동아갤러리) | 1997 내일의 지평-관점과 표현 (공평아트센타) | 문인화정신의 표상전 (공평아트센타) | 1998 현대한국화 정립전-수묵과 채색의 만남 (서울시립미술관) | 문인화정신의 새로운 인식전 (공평아트센타) | 1999 한국의 진경정신 (공평아트센타) | 한국화의 위상과 전망 (대전시립미술관) | 2000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인간의 숲, 회화의 숲 ' (비엔날레전시장, 광주) | 움직이는 미술관-한국의 자연과 인간 (국립현대미술관의 움직이는 미술관) | 수묵화. 새 천년의 오늘전 (서울시립미술관) | 2001 여름 속의 겨울전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 한국미술, 靜과 動의 미학 (갤러리H&S) | 2002 한·중 현대미술의 조명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중국 사천성미술관) | 동양화 새천년 (공평아트센타) | 2003 박수근을 기리는 작가들 (박수근미술관, 양구) | 문인화정신 그리고 기운생동전 (공평아트센타) | 2004 솔·솔숲·솔그림전 (조흥갤러리) | 사유와 생성-산수풍경의 시간전 (제비울미술관) | 2005 코리아 아트 페스티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 소나무친구들 (목인갤러리) | 2006 한·중 현대회화 초대전 (롯데화랑, 대전) | 문인화정신의 오늘전 (세종문화회관 광화문갤러리) | 2007 21세기 안견회화정신전 (경향갤러리) | 墨香, 雪峰에 피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이천) | 2008철학과 예술의 향연 (정갤러리) | 한강르네상스 서울전 - 배를 타고 가다가 (서울시립미술관) | 2009 봄의 향기전 (영갤러리) | 동양화새천년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 2010 봄의 소리전 (영갤러리) | 터-peaple전 (한국미술관, 용인) | 2011 한벽동인전 (한벽원갤러리) | 와우정담 (호마미술관) | 2012 한국 자연환경의 현대성 (포스코갤러리) | 각인각선 (한전아트센터갤러리) | 2013 봄의 향기 (영아트갤러리) | 오늘의 진경 2013 (겸재정선기념관) | 2014 靑馬大運 (전주부채문화관, 전주) | 안견회화 정신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 2015 韓國 文人畵의 오늘 (갤러리 미술세계) | 화첩기행전 (TJB 특별전시실, 대전) | 한국 현대문인화의 단면전 (갤러리H) | 울진 금강송전 (울진청소년수련관 전시실, 울진) | 2016 '솔거를 깨우다' 소나무 그림전 초대전 (솔거미술관, 경주) | 文人畵精神과 은유의 공간 (갤러리H) | 송울진전 (인사아트센터·울진문화센터, 울진) | 遊 (성균관대학교 성균갤러리) | 2017 日中韓藝術展 (つくば美術館, 日本 茨城縣) | 바람이 부는 풍경 (담빛예술창고 전시장, 담양) | 진천비경 (진천종박물관, 진천) | 먹의 멋과 맛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이천) | 2018 畵畵 유유산수 – 서울을 노닐다 (세종미술관) | 2018 한·중 당대회화교류전 "相外" (주중한국문화원, 중국 북경) |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목포, 진도) | 꽃피우다 (갤러리이즈) | 2019 한중 화조화 교류전 (남경시대외문화교류중심예술관, 중국 남경) | 당당한 그녀, 김호연재 시와 삶을 그리다 (대덕구문예회관 전시실, 대전) | 2019 김해비엔날레 국제미술제 (김해문화의전당, 김해) | 무우수 불교미술제 in 宋庄 (無風帶畵廊, 중국 북경) | 2020 하늘호수 雪山을 이다 (H갤러리) | 안평안견예술정신전 (한벽원갤러리) | 筆墨之間 - 한글 담은 서화전 (홍콩한국문화원·복합문화지구 누에, 전주) | 松下步月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이천) | 2021 2021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벡스코홀, 부산) | 안평안견예술정신전 (한벽원갤러리) | 桃園을 걷다 (한벽원갤러리·월산미술관, 동해) | 墨香, 먹의 고향에서 피다 (누벨백미술관, 전주) 등 200여회

 

현직 | 용인대학교 문화예술대학 회화학과 교수

 

E­mail | baekmy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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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1020-백범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