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오차드 展

DANIELLE ORCHARD

 

AT THE SEAMS

 

Danielle Orchard, Night Studio, 2021. Oil on linen. 152.4 x 121.9 x 2.5 cm | 60 x 48 x 1 in.

 

 

페로탕 서울

 

2021. 10. 7(목) ▶ 2021. 11. 26(금)

서울특별시 종로구 팔판길 5 | T.02-737-7978

 

www.perrotin.com

 

 

Danielle Orchard, The Red Studio, 2021. Oil on linen. 152.4 x 101.6 x 3.2 cm | 60 x 40 x 1 1/4 in.

 

 

페로탕 서울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다니엘 오차드의 개인전 “At the Seam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페로탕과, 그리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이다.

오차드의 회화는 강렬한 색감의 팔레트와 분열된 형태를 사용하여 인상 깊은 이중성을 선보인다. 그는 모더니즘적 인물화의 물살과 소용돌이 속에서 헤엄치는 동시에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내러티브를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가정적이고도 나른한 분위기의 풍경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여성을 그린 장면은 시청, 관음, 그리고 여성의 인체에 대한 예술적 소유권에 대하여 차분히 질문을 던진다. 대중에게 익숙한 선대 모더니즘 화가에 대하여 오차드는 “남자들은 그들의 것이 아닌 인체의 형태를 탐구하였다”고 설명한다.

 

 

Danielle Orchard, The Yellow Bathroom, 2021. Oil on linen. 130.8 x 80.6 x 3.2 cm | 51 1/2 x 31 3/4 x 1 1/4 in.

 

 

그의 회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은 미술사를 참조하는 동시에 자신이 발명한 것들과 자화상을 합친 인물들이다. 혹은, 작가 본인이 설명하듯, “발명된 뮤즈들과 자신을 대리하는” 모습들이다. 이 인물들은 숨겨진 카메라에 포착된 듯 조용히 본인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들은 보는 이들에게 눈 앞에 펼쳐진 긴밀한 장면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본인과
예술가의 역할을 고려하기를 바라 한다. 따라서 복합적인 여성 형태에 대한 오차드 본인의 갈망은 이 광경을 바라보는 우리만의 은유적 카메라 렌즈로 변모한다. “The Yellow Bathroom”속 여인은 욕실에서 본인의 속옷을 빨고 있다. 설명상으로는 야릇해 보일 수 있는 이 개인적인 순간은 거의 무의식적이고 지루한 현실을 보여준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 방”에 경의를 표하는 “The Red Studio”는 관람자가 마치 자궁 속처럼 붉은빛의 원룸 안에 놓여 고요하게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 속에는 한 여성이 반나체로 스타킹만을 신고 침대 위에 앉아있다. 창문은 철창으로 막혀있고, 위쪽에는 눈을 연상시키는 전등이 있다. 배경 속에는 개인 물품들이 널브러져 있으며 반대편에는 작은 화장실이 눈에 띈다. 오차드는 이 극도로 작고 가정적인 규모의 관음증적 원형 교도소를 마치 흥미로운 진열장처럼 구축한다.

 

 

Danielle Orchard, Woman Reading, 2021. Oil on linen. 80.6 x 130.8 x 3.2 cm | 31 3/4 x 51 1/2 x 1 1/4 in.

 

 

오차드의 작품 속에서 개인적인 물건들과 오브제들은 장난스러운 상징의 역할을 지닌다. 모든 작품을 가로지르며 등장하는 이 물품들은 액자 속과 밖에서 일어날 법한 내러티브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한 작품에서는 쓸쓸해 보이는 여인이 다루기 버거워 보이는 책을 욕조 속에서 읽고 있다. 잘린 서양배 한 조각이 모서리에 놓여있으며, 욕조 옆 탁자 위에 있는 남성용 시계는 보이지 않는 연인을 암시하는듯하다. 다른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담배꽁초, 빈 마티니 잔, 시든 꽃, 떨어진 수화기 등은 감정 상태, 고립감, 그리고 불안감을 넌지시 나타낸다.
종교적인 작품 속 지향성을 띤 촛불의 사용으로 가장 잘 알려진 프랑스의 바로크 시대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참고한 “Night Studio”는 오차드가 모더니즘을 넘어 고전주의적인 작품 세계로 뻗어 나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오차드는 집이자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그의 반나체 형상 위로 촛불을 밝힌다. 이 장면은 COVID-19 판데믹이 시작된 이후 그와 친분이 있는 여러 작가가 작업실에서 쫓겨나 집에서 훨씬 작은 규모로 작업해야 하는 현상에서 탄생한 주제이다. 라투르의 작품처럼 오차드가 이 작품에서 선보이는 긴밀함과 살포시 내려앉는 빛은 마치 영적인 개입이 스며든 듯하다. 하지만 이 장면은 오히려 예술적 감각의 신성한 영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차드의 작품 속에서 존재감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의, 그의, 그리고 다른 이들의 존재감이.
우리는 모두 관망을 즐긴다.

 

- 제임스 케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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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1007-DANIELLE ORCHARD 다니엘 오차드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