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윤영 展

 

한글이야기 - 사랑의 노래

 

한글이야기-사랑의노래 2131_130.3x80.0cm_Acrylic on canvas_2021

 

 

 

2021. 10. 6(수) ▶ 2021. 10. 11(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6층 | T.02-720-4354

 

www.jma.go.kr

 

 

한글이야기-사랑의노래 2137_130.3x80.0cm_Acrylic on canvas_2021

 

 

'한글'에서 자아의식의 근원과 자아발견의 모색

 

미술 평론가 이영재

 

노윤영으로 개명한 이전의 노영선 작가의 작품은 '한글' 시리즈 작업을 통해 조금씩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의 '한글' 작업들은 전반적으로 몬드리안이나 말레비치 등의 기하학적 추상의 화풍에 한글의 조형성을 접목시키는 것을 특징으로 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노윤영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자 할 때, 주로 이 기하학적 추상의 화풍과 '한글' 작업을 탐구로, 노윤영의 회화세계가 어느 정도는 드러나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몬드리안이나 말레비치의 경우 처음부터 기하학적 추상 작업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둘 다 모두 회화의 출발점은 '자연'이었다. 오랫동안 '구상미술'의 전통의 강했던 유럽미술의 맥락에서 그들이 기하학적 추상회화에 이르게 되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흐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두 거장은 자신들의 기하학적 추상을 자연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몬드리안 자신도 스스로 자신의 기하학적 추상이 마치 음악처럼 그 자체로 예술적 완결성을 지닐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으며, 자연과의 대응여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았다. 어찌 됐든 그들의 예술수업 여정은 자연으로부터 출발하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두 사람 모두 기하학적 추상을 시작한 것은 1910년대 이후였다.

 

 

한글이야기-사랑의노래 2139_130.3x80.0cm_Acrylic on canvas_2021

 

 

반면 노윤영의 경우 이들처럼 자신의 미술수업을 '자연'으로부터 출발하지는 않았다. 노윤영이 미술계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작품들을 보면 그러한 경향을 보이는 작품들은 거의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윤영은 자신이 추상작품을 하는 이유는 그저 '자로 금을 긋듯' 천성적으로 반듯한 선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노윤영에게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자연' 보다는 반듯하게 정리하는 원초적 행위에 더 기인하고 있었다. 반듯한 선에서 느껴지는 행위에 어떤 쾌감을 느끼듯 시작한 작업은 점차 그리는 행위로 바뀌어 가고 자연히 캔버스는 기하학적 패턴에서 또 다른 추상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몬드리안의 그림에서도 대다수의 직사각형 속에 어떤 '깊이'(depth)가 있듯이, 노윤영의 추상에도 어떤 회화적인 '깊이'가 존재하고 있다.

몬드리안이나 말레비치와는 달리 노윤영이 처음부터 기하학적 추상으로 출발할 수 있었던 것은 20세기 초반과는 달리 기하학적 추상이 이미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대흐름과도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화면에 '한글'의 도입은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의 화가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자연'의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미술사에서의 '자연'은 철학사에서 '세계'와 동일시되거나 더 나아가서 '나' 혹은 '주관' 혹은 '인식'이란 개념에 대응되거나 혹은 동일시되거나 하여 왔다. 특히 19세기 후반부터 철학에서는 이러한 세계의 이해의 초점이 '주관'에서 '언어'로 옮겨지기 시작한다. '세계'를 이해하는 일은 결국 우리의 '인식'을 이해하는 일이며, 우리의 '인식'은 결국 '언어'로부터 비롯된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한글이야기-사랑의노래 2143_116.7x72.7cm_Acrylic on canvas_2021

 

 

일찍이 비트겐슈타인은 우리의 언어가 자연의 구조와 대응관계에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즉 언어의 구조는 세계의 구조와 일치하며, 따라서 우리는 언어를 통해 세계의 구조를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구조를 분석할 때, 곧 세계 혹은 자연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비트겐슈타인은 곧 언어는 자연의 대응관계로만 파악할 수 없는 또 다른 요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언어의 본질은 보다 더 많은 수수께끼를 지니고 있는 것이며, 비트겐슈타인 이후에도 많은 언어철학자들은 이에 대한 논쟁을 계속하여 왔다. 어쨌든 언어와 자연 그리고 우리의 의식 사이에는 부분적이나마 무언가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자명한 것 같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자연으로부터 출발한 몬드리안이나 말레비치와 한글로부터 출발한 노윤영의 방법론은 그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본질을 접근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동일한 길을 걷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노윤영은 한글작업을 통해 한글 속에 깃들어 있는 동양철학의 사상을 탐구하고, 이를 통해 한국인들의 세계 속에 깃들어 있는 사상을 파악하고자 하고 있다. 한글 속에는 음양오행사상이나 주역과 같은 사상이 깃들어 있으며, 이들 사상은 과거 한국인들의 의식세계를 지배했던 사상이었다는 점에서 한글의 분석은 곧 한국인들의 의식의 원형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이라고 노윤영은 믿는다. 그것은 결국 더 나아가 한국인들의 자연관을 접근하는 것이며, 이는 더 나아가서 결국 작가 자신의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작업이기도 한 것이다.

 

 

한글이야기-사랑의노래 2145_116.7x72.7cm_Acrylic on canvas_2021

 

 

노윤영이 이러한 작업에 천작하게 된 것은 편협한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작가는 스리랑카의 여행을 통해 자아발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스리랑카는 아름다웠으며, 곳곳에 사원과 문화유적들이 많았지만 그러한 모습들은 어딘가 모르게 서서히 현대문명에 잠식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스리랑카로부터 돌아와서 노윤영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역사나 의식의 근원과 뿌리를 생각하게 되며, 특히 자신의 뿌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결국 노윤영은 어떤 개별적이고 특정적인 전통보다는 우리 모두의 의식의 근저를 형성하고 있는 한글과 한글의 기반인 동양사상의 탐구를 자신의 작업의 주안점으로 삼으면서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회화적 본질을 찾고자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노윤영을 바라보면서 이 작가의 작업이 점차 완숙하게 발전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며 한글이야기라는 주제로 한결같은 연구와 발전하는 모습에 아직 많은 길을 가야 한다고 여겨지지만, 이 작가의 작품에 관한 접근방법만은 큰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여겨진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독특한 각자의 독립적인 속성을 지닌다. 특히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 이 두개는 매우 상이한 구조를 지닌다. 전통적인 통사론이나 의미론 혹은 활용론적 접근 역시 텍스트에 기반을 둔 접근이며, 이미지적 접근은 또 다른 차원의 접근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것은 보다 더 원초적인 상상력을 필요로 하리라고 여겨진다.

 

 

한글이야기-사랑의노래 2150_116.7x72.7cm_Acrylic on canvas_2021

 

 

최근 노윤영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오랫동안 추구해 왔던 한글의 자모음을 늘리고 줄이는 기하학적 문자추상 작업류에서 벗어나서 그러한 기하학적 패턴을 해체하는 작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몬드리안 류의 기하학적 패턴은 사라지고, 화면은 드로잉 스타일과 굵고 단순한 긴 직사각형의 패턴들이 여러 번 겹쳐지는 패턴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이 작가의 작업 이력에서 보면 이전의 드로잉 작업과 회화 작업의 변증법적 귀결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러한 드로잉과 회화의 동일한 화면에서의 병치는 전통적인 드로잉과 회화의 구분을 해체하는 것이기도 하며, 특히 회화의 밑작업으로만 여겨졌던 드로잉의 위상을 회화와 동등한 것으로 격상하고 있다.

 

 

한글이야기-사랑의노래 2151_116.7x72.7cm_Acrylic on canvas_2021

 

 

한글이야기-사랑의노래 2136_60.6x41.0cm_Acrylic on canvas_2021

 

 

 

 

 
 

노윤영 | 盧昀永 | ROH Yun Young

 

조선대학교 순수미술학부 서양화 졸업 |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 졸업

 

개인전 | 13회 | 2021 한글이야기-사랑의 노래, 전북도립미술관 JMA스페이스, 서울 | 2014 한글이야기-부모님 전상화전, 전북도립미술관 JMA스페이스, 서울 | 2013 한글이야기- 'ㅇ'시리즈, 갤러리아크, 광주 | 2013 한글이야기- 2013번 4-7악장, 진주미술관, 진주 | 2011 한글이야기- 그들의 초상전, 뵈너 갤러리, 만하임, 독일 | 2011 한글이야기- 비움과 채움전, 제이갤러리, 서울 | 2009 한글이야기전, 제이갤러리, 서울 | 2008 한글이야기전, 일곡갤러리, 광주 | 2007 한글이야기전, 가나포럼 스페이스, 서울 | 2007 한글이야기전, 마루갤러리, 창원 | 2006 한글이야기-행복찾기 108 드로잉전, 갤러리 올, 서울 | 2006 한글이야기-'행복'전, 믿음갤러리, 안산 | 2005 한글이야기전, 산성갤러리, 성남

 

3인전 | 4회 | 서울, 인천, 전주

 

아트페어 & 군집개인전 | 17회 | 제13회 파운틴 아트페어, 아모레빌딩, 미국 뉴욕 외 독일, 이탈리아, 호주 등

 

단체 및 기획 초대전 | 여성작가12인 초대전, 아우로보로스미술관, 강릉 | 남도의 바람바람바람전, 보성군립백민미술관, 보성 | Search & Seek 전, 쉐마미술관, 청주 외 300여회

 

E-mail | sun-123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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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1006-노윤영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