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展

 

집착 혹은 애착

Obsession or Attachment

 

 

 

 

2021. 9. 28(화) ▶ 2021. 10. 16(토)

* 12:00 - 18:00 | 월요일 휴관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 70 | T.010-8782-0122

 

www.a-bunker.com

 

 

기차는 사랑_145x112cm_장지, 아크릴과슈_2020

 

 

집착 또는 애착 - 작가 에세이

 

지난시간의 흔적이 새겨진 변색된 장난감, 어린이집에서 자랑스럽게 들고 온 종이 공작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적어온 삐뚤삐뚤한 익숙지 않은 맞춤법의 편지들, 작년 한 해 열심히 인터넷을 보고 접은 종이 팽이, 도무지 원래 형태가 상상조차 안 되는 크레이 조형물, 엄마와 함께한 꼬낏꼬낏 지하철 여행 티켓 같은 막상 현실의 삶에 그다지 유용하지도 실용적이지도 않은 물건들. 더불어 대학 자취 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방 안 한구석에 쌓인 그런 사물들에 대한 미련으로 나의 공간은 항상 정리를 하려 해도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자녀의 유무, 동거인의 유무를 떠나 극히 일부 자기관리에 능한 몇몇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사람들은 추억이 깃든 사물들에 대한 집착, 미련으로 정리를 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히곤 한다. D-day를 잡고 굳은 결심을 하며 대용량 쓰레기봉투를 사들여 과감하게 버려야 할 물건들을 분류하다 보면 어느새 결의에 찬 의욕은 사라지고 갖가지 사물을 보며 추억에 젖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더 수습하기 힘들어진 공간을 보며 자책, 한숨을 반복하는 날들이 마치 타임 루프 영화처럼 매번 반복되곤 한다.

 

 

마흔살의 장난감 02_35x49cm_장지, 아크릴 잉크_2019

 

 

추억이 깃든 사물들은 (감정 과잉인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 무서워하면서도 좋아한 '환상특급'의 영화처럼 머릿속에 BGM과 함께 나를 어느 순간 현실이 아닌 과거의 기억 속 다른 세상으로 인도하곤 하다. 연결고리조차 없을 것 같던 아이의 낙서나 물건을 발견하고 (그것이 왜곡된 기억의 일부인지 당시에 염원하던 상상인지 모르지만) 5살쯤 살던 동대문 근처 작은이모 집으로, 매일 학교 가느라 왕복 2시간을 타야 했던 버스 안에 초등학교 시절 어린 내 모습으로 혹은 부모님 몰래 용돈을 모아 두근거리며 가던 오락실의 한편으로... 이런 저런 기억들이 떠올라 지금 내 눈앞에 쌓인 치워버려야 할 물건들이 마치 10년 15년 후 미래의 나를 지금의 순간으로 데려다줄 듯 싶어서 차마 버리지도 치우지도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많은 사물에 각자의 사연이 없을 수 없고 일생을 걸쳐 특별한 기억의 순간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은 몇몇으로 한정되기 마련인데 과거를 미화 시켜 회상하게 하는 몇 번의 체험 때문에 매번 똑같은 고민과 자책을 반복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하면 미련도... 애착에 형태를 가장한 집착 내지는 강박도 많은 사람이란 생각에 때아닌 자기반성, 자기혐오 비슷한 생각이 들어 고민을 하곤 한다.

 

 

선택된 수집 01_오브제_2021

 

 

버리지 못해 쌓아만 두는 상황이 한계까지 치닫자 결국 이런저런 소재들을 모아 한 공간 안에 배치하거나 기록해 놓아 시각화시키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정들이 해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에 이르러 감정과 기억과 사물들을 쌓아 이번 작업을 선보이게 되었다.

쌓이고 나뉘고 뒤엉키다 분해되고 망가지고 상처 입다 아물고 또 흉지고 다시 쌓이는 것처럼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주변의 사물들을 조합하고 뒤섞어가는 와중에 보편에 삶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다른 이들 또한 결국 다양한 삶의 형태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이란 결국 '삶'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어쩔 수 없듯이 나와 비슷한 고민, 문제들을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자기 위안도 해본다.

 

각각의 사람마다 어떤 것이든 집착, 애착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이 사물의 형태이든 무형의 무엇 또는 감정이든... 모이고 쌓이다 못해 본인들을 짓누르거나 압박감을 느낄 때쯤 무형의 감정이라면 시각화 시켜 실물이라면 물건을 한 공간 안에 쏟아붓고 가만히 들여다보길 추천한다. 모든 사람이 똑같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는 이번 작업을 통해 구체적으로 형언할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아”라는 위로를 받았으니 말이다.

 

김태형

 

 

평온한 정원 01_130x162cm_장지, 아크릴 잉크_2020

 

 

살아가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오해와 편견 혹은 착각 중에 ‘집착’과 ‘애착’에 대한 선그음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을 주인공의 시각에서 정의하면 내로남불이라는 요즘이라는 단어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김태형 작가는 본인 유년 기억 속의 물품과 지금 눈앞에 존재하는 아이의 놀이 흔적들에 대한 애착으로 끌어안고 있는 다양한 조각들이 바로 작품의 모티브가 되어 가시화되어 진다. 기억과 추억의 애착이 남에게는 집착처럼 느껴질수 있지만 그것은 다시말해 주변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따뜻함으로 충분히 재해석이 가능하다. 단발적인 단어의 느낌만으로 전시에 대한 판단은 절대 금지인 이유다.

동양화와 시각디자인을 동시에 전공한 작가는 어울리지 않을듯한 두영역을 기가 막히게 한 공간에서 풀어내고 있다. 여기에 작가의 손에 자신있게 머물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묘미까지 더해져 머리에 각인되는 컬러와 조형성은 언어로 설명이 불가하다.

 

A BUNKER

 

 

황홀한 유년 03_65x80cm_장지, 아크릴잉크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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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928-김태형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