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진 展
숨은 언어들
OCI미술관
2021. 9. 2(목) ▶ 2021. 9. 29(수)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45-14 | T.02-734-0440
노이즈_oil on canvas_194×259㎝_2021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2021 OCI YOUNG CREATIVES 선정 작가인 홍세진의 개인전 《숨은 언어들》을 9월 2일부터 9월 29일까지 OCI미술관 1층 전시장에서 선보인다.
작가는 어릴 적 입은 청각의 손상으로 보청기와 인공 와우를 빌려 소리를 듣는다. 귓속에 들어앉은 작은 장치와의 결합은 불완전함을 채우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이러한 조합은 자연스레 차가운 속성에, 이질적인 대상들이 혼재하는 풍경에 익숙하게 했다. 싸늘한 무표정으로 쌓여 있는 쇠 파이프 무리부터 규칙적으로 줄지어 늘어진 바닥의 격자무늬, 칼로 자른 듯 팽팽한 직·곡선 이미지, 일정한 간격으로 겹쳐진 나무판자 등의 장면에 자연스레 끌린다.
나무에게 물 주는 법_oil on canvas_162.3×130.2㎝_2021
기계의 힘을 빌리면 일정 수준의 소리는 감각하지만 여전히 온전하게 들리지 않는다. 모양은 분명히 보이는데 입력되는 소리 정보가 없을 때가 많다. 실제와의 간극. 그 불확실함은 작가가 시각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완벽하게 들리지 않는 소리는 불가피한 공백을 만들어 내지만, 작가는 오히려 그 여백을 누적되거나 생략된 일종의 ‘주름’이라 칭한다. 크고 작은 주름을 펴보면 그 속에 가려진 언어가 있지 않을까?
질서를 명령하는 표지판을 이견 없이 따르는 사회를 보며 작가는 말하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보이는 언어의 존재를 떠올린다. 이렇게 숨은 언어들을 찾아 그만의 감각으로 색을 입히고 형태를 해체·재조합하며 크고 작은 선과 면으로 자유롭게 표현해 나간다. '진입금지', '고압주의' 등 접근을 제한하는 단호한 도형은 유기적인 형과 색을 입고 부유한다.
크고 작은 선_oil on canvas_112.3×162.3㎝_2021
작가는 매체에 구애받지 않으며 평면과 입체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림에서는 세밀한 묘사와 시원하게 생략된 부분의 공존, 오묘한 색채, 번지고 튀기며 흐르는 물감 등 다채로운 기법과 물감의 맛이 돋보인다. 상반되는 질감의 요소들이 겹치고 뒤섞여 나타나는 설치 작품은 그가 민감히 관찰해낸 표면에 대한 연구의 회화적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능히 보며, 얼마나 옳게 듣고 있는 것일까. 감각의 입력과 해석은 어쩌면 상당히 개인적이며 주관적이고 부정확한 것일지도 모른다. 홍세진은 그저 들리지 않아 생겨난 공백을 새로운 조형 요소로 채워 나간다.
도형 풍경_oil on canvas_181.8×227.3㎝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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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902-홍세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