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호 展

 

무제 Untitled oil on canvas, 133 x 194 cm, 2020

 

 

갤러리 담

 

2021. 8. 18(수) ▶ 2021. 8. 30(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 T.02-738-2745

 

https://cafe.daum.net/gallerydam

 

 

백야 (나스첸카) White night oil on canvas, 133 x 194 cm, 2021

 

 

작업에 대하여

우리는 매 순간 ‘상징’과 함께 숨 쉬며 그것으로부터 인식의 승인을 받는다.
언제나 무형의 것에 관심이 많았기에 내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영역은 항상 큰 영감이 되었다. 그것들은 내 눈앞에 던져진 무엇보다 현실적이며, 그렇기에 그것들을 관찰하며 그림으로 탄생시키는 것은 현실에 대한 재-집중이다. 이것은 삶, 혹은 인류에 대한 의지 이자 탐구이며, 호기심이다. 그러한 형태들이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길 원하며, 나의 그림이 개인에게 하루의 선택에 있어서 허용을 주는 상징이 되길 바란다. ‘본다’라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 ‘파랑’이 없던 것처럼, 아직 우리에겐 모르기에 알지 못하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새롭게 보고, 경험하며 인지하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삶에 직접적이고 영향을 준다. 그렇게 새로운 인식은 우리 삶 깊이 들어와 어떠한 생각,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인식의 기반이 되곤 한다.

미에 대한 기준은 시대의 정신과 함께 변해왔으며 그것은 미술사를 통해 관찰할 수 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대 벽화부터 근현대미술에 이루기까지. 그것은 말하자면 하나의 거대한 탑이다. 그 방대한 자료는 나의 탐구에 있어서 모두 배제할 수 없는 역사이자 영감이다. 티치아노, 피카소, 프란시스 베이컨, 루이즈 부르주아, 싸이 퉘블리, 김환기 등 훌륭한 예술가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다. 그것은 그 작품들이 담아낸 그 당시의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대의 유산을 빌려 만들어가는 나만의 회화적 언어로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미의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예술(art)은 인공물, 가공(artifact)이다. 나는 그것으로 보다 날것으로, 즉각적으로 보는 이에게 센세이션을 주고 싶다.

색, 구조, 형태가 줄수 있는 시각적인 의미에 재집중하며 특정한 순간과, 주변에 벌어지는 일들, 기억들이 연결되며 자전적인 성격을 지닌 작품이 된다.

음악은 저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클래식부터 팝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은 저를 강렬하게 자극합니다. 존 케이지의 실험적인 작품은 무한한 회화적 가능성을 제시하며 나아가 크리스 브라운, 지드래곤, BTS등 그들의 음악은 개개인의 주제를 현재 정서로 재해석해서 만들어내는 사운드라는 면에서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줍니다.
이러한 음악들을 저만의 visual poetry(시적 회화)로 만들어 그들과 같은 자극, 충격을 주길 바랍니다. 좋은 그림이 주는 힘이란 프란시스 베이컨의 말대로 감각의 밸브를 여는 것 이겠지요. 무제(bloom)은 존케이지의 불확실성 속 완전함, 그 속의서의 질서에 영감을 받은 작품입니다. 또한 무제(연두, 보내드린 작품)는 BTS의 Dynamite라는 곡의 산뜻함을 실어 보았습니다. 무제(빨강)은 크리스 브라운의 Indigo 라는 인간의 욕망, 사랑, 그리고 갈망에 대해 다룬 앨범을 기반으로 한 작업 입니다.

소설 또한 저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그 중에는-

백야 (나스첸카) - ‘그러나 나스첸카! 당신은 내가 모욕당한 것을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원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 결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당신의 하늘이 언제나 높고 푸르기를.. 당신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밝고 평화롭기를..’ - 도스토프예스키 백야 중. 사랑하는 여인을 가까이 할 수 없어진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녀에게 하는 독백 입니다. 과연 그 심정은 어떤 것일까요.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_존버거
영국의 미술 평론가이자 소설가 입니다. 저에게 큰 영향을 주신 분이며 그분의 책을 읽고 한 작품 입니다.
-자두-
“… 그 아이는 여덟 살에서 열 살 반 사이, 사춘기에 짓눌리기 전에 독립심을 키워 가는 나이다. 아이가 손에 자두를 들고 입으로 가져가 한입 베어 물면, 과일의 혀는 쏜살같이 목 뒤로 넘어가고 아이는 그것의 약속을 삼킨다. 무엇의 약속일까? 아직 아무 이름도 붙지 않은, 이제 곧 아이가 이름을 붙이게 될 뭔가에 대한 약속. 아이가 느끼는 달콤함은 더 이상 설탕의 맛이 아니고, 계속 자라나는 가지, 끝이 없는 것만 같은 그것의 맛이다. 그것은 아이가 눈을 감아야만 볼 수 있는 어떤 몸에 달려있다. 그 몸에는 세 개의 팔다리가 더 있고 목과 발목이 있으며, 소년의 몸과 비슷하다. 단지 뒤집혀 있을 뿐. 가지의 구석구석으로 수액이 끊임없이 흐른다. 아이는 잇새에서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소녀나무라고 부르는, 이름 없는 하얀 나무의 수액. 자두 백 개 중에 하나만이라도 이런 느낌을 되살려 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작가는 글 중 하나의 열매를 처음 베어 먹으면 하나의 약속이 된다는 말을 합니다. 제가 처음 먹은 열매는 어떤 느낌인지, 혹은 제가 앞으로 바라고 있는 열매의 약속은 어떠할지.

이것은 제가 얘기하는 인식과도 같은 것 입니다. 제 작품들 또한 하나의 열매가 되어 보는 이에게 약속을 하길 바랍니다.

무제(remedy)는 폭설이 내리던 날 산 중턱에 펼쳐진 장관을 보고 그린 그림이며, 저와 함께 있던 연인은 산길 언덕에서 본 하얀 세상을 통해 치유를 받는 경험 이였습니다. 두 몸뚱아리와 두 개의 태양 입니다. 그렇게 밝은 세상의 태양은 마치 두개였던 듯 합니다.

숫자 드로잉은 0) <빈델로프의 비너스> 시작이며 모두의 어머니 입니다.
1) 고립. 출발의 의미. 2)조화, 이원성, 둘의 교체, 차이, 갈등, 의존 3)처음- 중간- 끝, 과거- 현재- 미래, 세 가지가 성장을 의미 합니다.

이렇듯 문학, 예술은 우리 삶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 합니다. 저의 그림도 그렇게 필요로 하는 이미지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의 그림이 많은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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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818-박준호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