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형 초대展

 

 

 

갤러리 내일

 

2021. 7. 23(금) ▶ 2021. 8. 5(목)

서울특별시 종로구 새문안로 3길 3 | T.02-2287-2399

후원 | 내일신문

 

www.gallerynaeil.com

 

 

무제1_혼합재료_230 x 150 cm_2021

 

 

"이제는 그런 것들을 인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태형의 그림에서는 관자에 대한 배려나 이해, 사물을 아름답게 표현해 보려는 의지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불친절한 작가이다. 웬만큼의 나이도 먹고 무뎌졌을 법한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의 메타포는 더욱 냉정하고 날카로워졌으며 바닥의 흔들림도 없다. 요즘 나이 탓인지 어깨가 많이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제 작년부터 올해까지는 유난히 작업량이 많다.

 

수 해전 겨울 그의 작업실이 화재로 아무것도 남지 않고 타버렸을 때 몇 대의 소방차에서 과하게 뿌려댄 물줄기가 한없이 작업실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그는 속에도 없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그림 그만하라는 계시 같아요."라고 쓴웃음을 지었었다. 실제 몇 년간 작업을 포기한 듯 그림에 손대지 않았었다. 세월호가 가라앉으면서 진실도 가라앉고 숨겨지다가 몇 년 후 그것이 목포항에 건져졌을 무렵부터 그는 서서히 뭔가를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비로소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었던 것 처럼...

 

 

무제2_혼합재료_112 x 194 cm_2021

 

 

그의 작업에 표현되는 인간상들은 그 고독이 인간 본연의 사리사욕과 허세에 찌듦, 그로 인해 더욱 천박해지고 협소해지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됨을 암시해주고 있다. 내가 주시하는 것은 그려진 형상이 아니고 그 배경이다. 흡사 그의 작업실 바닥과 구분이 안 될 정도의 묵직한 어두움과 황량하고 거친 붓질과 칠해지는 것이 제품으로 나온 물감의 색은 이미 아니다. 캔버스 위에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났을 법한 몽당 붓질과 안료의 범벅이다. 그 배경만으로 사실상 작업은 끝내도 될듯하고 그 위에 얹혀있는 대상은 화면의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의 연속으로 볼 수 있을 정도다.

 

大象無形, 大方無隅 라고 했던가, 그냥 자기 그림을 타협 없이 꾸준하게 그려대기도 쉽지 않은 세상에 남들의 시선과 주장에 눈과 귀까지 닫는 일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폐쇄와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和而不同의 의미이다. 내용도 없고, 밑도 끝도 없는 그림을 단지 팔아야 한다는 집념으로, 그 집념이 마치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오인되도록 노력하는 작가들이 천지인 작금의 화단에 그의 작업은 생활의 지난함과 관계없이 독보적일만큼 의 자존감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에 그의 작업이 냉철한 시선으로 부패한 욕심을 가진 인간들을 비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뜨거운 시선으로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며, 불친절한 형태와 투박한 붓질로는 오히려 친절한 자기주장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역설인 것이다. 뭔가 잘못됨을 지적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잘됨을 전제했을 때 그 진정성이 당당해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관자(觀者)도 이제는 그런 것들을 인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나이가 들면서 그림만 봐도 작가의 그런 밑바닥이 자꾸 보여지는 것이 내가 불편할 때도 있는데 눈치가 늘어난 것인지, 현혹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단순한 손재주 자랑인지, 자기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인지, 그나마 이것도 저것도 없는 거짓된 허세인지 정도는 구분이 간다.

 

- 임진수(동양화가)

 

 

무제3_혼합재료_162 x 130 cm_2021

 

 

무제4_혼합재료_162 x 130 cm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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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723-하태형 초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