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 前方

 

20人의 예술가가 전하는 한반도 평화이야기

 

이승택 | 이건용 | 이일호 | 금누리 | 배동환 | 이태호 | 서용선 | 박방영

육근병 | 김재홍 | 차주만 | 이용백 | 안세권 | 한진수 | 선무ㅁ | ㅁㅁㅁ

잉고 바움가르덴(독일) | 프레데릭 크라우케(독일) | 마이클 위틀(영국)

버룬 포크렐 (네팔) | 나가시마 사토코 (일본)

 

 

 

오두산 통일전망대 기획전시실

 

2021. 7. 7(수) ▶ 2021. 9. 30(목)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9 | T.031-956-9600

주최 | 통일부 국립통일 교육원 | 주관 | 평화와 통일을 여는 예술가들

 

www.jmd.co.kr

 

 

인문학적인 시선으로서의 DMZ

 

조관용(미술평론가, 미술과 담론 대표)

기차를 타고 저 아시아 대륙을 횡단하던 우리의 선조들의 마음에서는 DMZ라는 철책선이 있었을까? 비행기나 배가 아니라 우리의 선조들과 같이 걸어서 또는 차로, 또는 기차로 여행하면 아시아는, 또는 유럽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다가올까?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DMZ의 대화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정치 분야의 대화와 함께 토론하기를 꺼려하는 영역중의 하나이다. 그것은 왜일까? 그것은 '정치'만큼이나 DMZ의 대화는 우리의 근현대사의 삶을 관통해 보면 개인의 인권보다는 전체라는 이념의 시각에서 그것을 수용하도록 강요해 왔기 때문은 아닐까.

DMZ는 <전방>의 기획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해체되지 못한 세계유일의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시대적 유물'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DMZ의 대화는 우리의 근현대사의 시각에서 보면 개인의 인권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적인 관점이 아닌 전체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 경제, 사회의 이념을 우선시하는 또 다른 이데올로기적인 관점이 주도해왔다.

물론 그동안 DMZ를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개인의 인권을 중심으로 하는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주도해 온 사례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의 하나가 1985년부터 시작한 ‘남북이산가족찾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남북이산가족찾기’가 정치적인 이념과 무관하게 개인의 인권을 중심으로 한 인문학적인 관점으로만 주도되어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DMZ는 38도를 기준으로만 설치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인 통제구역’이라는 푯말과 함께 서해안이나 동해안의 해안가에 설치되어 있는 철책들이나 또는 전국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푯말들은 DMZ란 단어를 연장해서 연상시킨다. DMZ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은 '민간인 통제구역'이라는 푯말들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비군 훈련을 비롯하여 가끔씩 나른한 오후의 정적을 깨고 우리의 귀에 날카롭게 울렸던 민방위 훈련의 사이렌 소리, 용산을 비롯한 주한미군기지 등, 주한미군 병사들이 가끔 외출하여 민간인들과 충돌하는 사건들은 우리의 일상의 삶 곳곳에서 마주하는 DMZ의 또 다른 이름이다.

무엇보다 농섬과 고온리 해안가를 따라 매화꽃과 해당화 가득한 매향리 마을이 마을 주민들과의 상의도 없이 54년 간 미군사격장이 되어 마을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터전이 아니라 전쟁터와 같은 폐허지가 되어 마을 주민들의 눈동자에서 DMZ는 38도 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DMZ를 주제로 열어가는 <전방(前方)>전은 단순히 지정학적적 시선이나 또는 이념적인 대립에 대한 갈등과 화해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그것은 근현대사를 관통하면서 전체의 이익이라는 이념아래 개인의 인권이 배제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전방(前方)>전 기획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철책을 가로질러 서로 대치하는 지정학적인 상황의 DMZ만이 아니라 근현대사를 가로질러 우리의 일상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마주하게 되는 DMZ을 초점으로 하고 있다. 회화, 사진, 설치, 영상의 작업을 하는 20여명의 국내외의 중진 및 원로 작가들이 보여주고 있는 <전방(前方)>전은 갈등과 화해라는 이념의 시각이 아닌 개인의 인권을 기반으로 하는 인문학적인 시선에서 DMZ를 사색해보는 장(場)을 열어간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준다고 할 수 있다.

 

 

김재홍作_거인의 잠-장막202105_캔버스 아크릴_195x130cm_2021

 

이 땅에 오랜 세월 깊이 각인 되어진 장막, 동에서 서로 끝없이 가로 질러 그어진 철책선은 이 땅이 전지구의 마지막분단국임을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이 땅의 산하는 사람의 몸으로 대체해서 표현되어졌다. 그 몸위의 굴곡을 따라 그어진 철책선은 기다란 상처를 깊이 각인하고 있다. 진정한 종전과 평화를 기원한다.

 

 

 

 

금누리作_누리나라 42540707_천, 물감, 쇠, 알미늄, 진 외_400x400x400cm_2021

 

아픈 나라꼴을 생각하며 만든 멋질이다.

붉게 흘러 오르는 물길 위에 그어놓아 38로 걸린 동그랗고 네모진 틀과돌아가신 님의 마지막 네발 지팡이에 묶인 하얀뿔들.

가신님 기다린다.

 

 

 

 

서용선作_백령도 가는길2_캔버스위에 아크릴_130.3x161.8cm_2012. 2020

 

섬은 언제나 흥미로운 곳이다. 그것은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서해안은 사실 남과 북을 가르기에는 바다라는 조건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백령도 가는 길은 인천에서 배를 탈 때부터 그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백령도라는 섬 자체의 이름부터가 이미 남북한 경계의 최전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도시에서 못 느끼던 분단의 긴장감이 철조망과 무정한 초소 경계병의 모습에서 우리는 적대관계의 남북한의 긴장감이 확인되는 것이다.

섬에 도착하는 선착장에서부터 군인들의 무리가 여기저기 눈에 띠고 멀리 승객들을 바라보는 감시의 눈길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그러한 심리적 부담감을 갖고 찾아가는 백령도행 여객선에 앉아 있는 나 자신을 그린 것이다. 그림은 그려지는 순간 스스로의 언어로 태어난다. 무엇을 지시하는가하는 방향으로도 그림의 내용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육근병作_구룡폭포_캔버스위에 아크릴_290x204cm_1999

 

본 작품은 1999년도 북한 금강산 방문시 구룡폭포를 그렸다.

 

 

 

 

이건용作_분단과 평화 공존_켄바스 위에 아트릴칼라_162x130cm_2021

 

제작자의 왼팔과 오른팔을 자연스럽게 움직여 Red와 Blue의 반복적인 선긋기가 바탕이 되고 그 중심에 하나의 연결된 하트 형태가 되도록 구성하여 남북한의 분단과 평화 공존을 표현 하였다.

 

 

 

 

이승택作_무제_켄버스 위에 군용모포, 여러개의 훈장_355x220cm_2021

 

이승택 작가의 작품은 그가 6.25 전쟁당시 사용했던 2개의 낡은 모포와 그의 삶을 대변하듯 그간 받아왔던 훈장과 수상메달, 유공자증서등의 오브제들을 나열하여 제작된 작품으로 그의 90인생의 삶을 기록한 서사적 회화이다.

 

 

 

 

이태호作_분단 풍경 Divided Lanscape_mixed media_79x168x100cm_2021

 

1953년 7월27일 국제연합군/ 중국인민지원군/ 조선인민군 사이에 이뤄진 한반도의 정전 협정은 당시 멈춰진 전시 상황 그대로 동결된 채 남북한 민족의 삶 전체를 분단시켰다. 하나였던 공간과 시간이 둘로 갈라졌고, 민족의 전통, 문화,정치, 가족, 사상이 해체됐으며, 단절된 채 이후 남북한은 각자의 길로 나가야했다. 작품은 갈라진 탁자와 그 위의 잘려진 사물들을 통해 정전협정 이후 분단된 우리 삶의 전 방위적 모습을 개념적으로 전달하고자 하고 있다.

 

 

 

 

잉고 바움가르덴_무제_캔버스에 유채_100x100cm_2021

 

화가로서 나는 풍부한 청색과 청록색 톤에 매료되어 지적으로 나는 그 불분명 한 창고의 건축 적 가치와 정치적, 역사적 의미의 불균형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판문점을 모델과 사진으로 보았고, 국경의 파란색 건축물은 한국의 분리를 상징하지만 협상과 접근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차주만作_믿음만 있다면 건널 수 있다_철프레임, 고무, 흙, 도자기_280x280x240cm_2021

 

사각형의 철책 구조물이 있다. 이 구조물 안에는 국보인 청자가 놓여 있다. 관람객은 철조망 안의 청자를 바라보게 된다. 이 청자는 우리 민족의 높은 수준의 문화적 가치를 상징하는 보물을 의미한다. 나와 청자 사이에 날카로운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다. 이 철조망이 우리의 휴전선인 것이다. 그러나 이 철조망은 고무로 만들어져 있다. 이 사실을 관람객은 알아채지 못한다. 철조망은 마음의 장벽인 것이다. 이 작품은 군대 시절 최전방인 DMZ에서 3년간 근무할 때 철책선을 바라보면서 가졌던 감정들로부터 출발한다.

 

 

 

 

한진수作_Another commission_알루미늄, 모터, 황동, 염료, 쌀_200x200x56cm_2021

 

다른 역사의 일들이 그러하듯 오랜 분단의 세월이 지나가는 동안 남북문제에는 원래의 사실과는 다른 왜곡된 부분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쩌면 현재의 남북관계는 애초의 원인이었던 이념간의 통일 문제를 떠나 서로가 살아남길 바라는 도구적 산물로 변화한듯 하다.

저울질을 하듯, 그리고 무한히 공전하며, 공존하는 붉은 쌀과 푸른 쌀들의 대비를 통해 대립과 균형감을 동시에 가진 기계를 제작하고자 했다. 이것은 오랜 극단적인 대립에 적응하고 살아온 한국인으로써 대결의 현실을 덤덤하고 자연스러운 그래서 어쩌면 기계적인 현실로 재생산하는 장치를 상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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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707-전방 前方 - 20人의 예술가가 전하는 한반도 평화이야기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