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진 사진展

 

Conversation with Things (사물과의 대화)

 

 

 

비움갤러리

 

2021. 7. 6(화) ▶ 2021. 7. 11(일)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36길 35, B1 | T.070-4227-0222

 

www.beeumgallery.com

 

 

 

 

Conversation with Things (사물과의 대화)
- 버려진 사물들에게 보내는 위로 -


나는 사진으로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다. 모든 대화는 관심에서 시작되며 귀 기울여 들어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물과의 대화도 마찬가지다.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사물에 새겨진 경험과 기억들을 만나게 된다. 사물들을 관통하며 사물들이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자신이 보이고 세상이 보인다.

사물이 존재했던 바로 그 공간에서 사물의 기억을 듣고자 했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겨져 있는 사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모든 것들은 낡고 사라진다. 한때는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이었다가 지금은 버려진 채로 사람들이 떠난 자리를 지키는 사물들 위로 빛이 내리고 먼지가 쌓인다. 쓸모있는 것과 버려진 것의 경계가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서 엇갈린다. 그들이 되어 함께 서 있다가 다시 타자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사물들은 말이 없지만 우리안의 경험과 기억들을 맞닥뜨리게 해준다. 내가 사물에게 말을 걸어준 것이 아니라 마치 사물이 나에게 말을 걸어준 것처럼...

오랜 기간 나는 테라피스트로서 많은 사람들의 상처와 갈등에 귀 기울여 왔다. 함께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아름다운 사물들보다 상처나고 버려진 사물에 먼저 눈길과 마음이 가는 것은 사물도 사람처럼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버려진 사물이 그냥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존재로서 특별한 사물이 되는 순간을 담고자 했다.

 

 

 

 

나는 그곳에서 사진가로 작업했지만 동시에 테라피스트의 시선으로 머물렀다. 도시와 사람, 사물의 기억과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작업하면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관심을 가지고 마음으로 들어주는 일이다. 사람, 공간, 사물은 고유의 시간의 흔적과 기억을 품고 있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사진으로 담는 과정은 무심한 순간과 사물에 의미와 생명을 부여하며 동시에 우리 자신과 맞닿은 경험들을 만나는 시간이었다.

재개발 등으로 지금은 더이상 볼 수 없는 곳들의 사물들을 통해 공간에 스민 흔적과 기억들을 회상하는 것은 나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했다. 관심으로 바라보고 들어주는 과정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말해지지 않은 말들을 듣는 일이며, 상처나고 버려진 것들에 사랑과 온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이었다. 또한 쉽게 버려지고 쉽게 잊혀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마음의 상처에 위로를 보내는 일이기도 하다.

버려진 사물들 곁에 피어나는 풀꽃들을 본다. 밟혀도 다시 피어나는 풀꽃들의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꽃은 진다고 슬퍼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때가 되면 피고 질 뿐이다. 사물들 하나하나에 말을 걸어보라.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만약 들을 수 있다면 당신은 말해지지 않았던 소중한 마음 조각 하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10706-장영진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