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희 展

 

자발적 표류 Adrift by choice

 

 

 

WWW SPACE

 

2021. 6. 2(수) ▶ 2021. 6. 13(일)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로6길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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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표류 Adrift by choice.

 

‘표류’란 선박 등의 물체가 사람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해류를 따라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그 런 의미에서 나는 현실 속 환상을 향해 표류하고 있다고 느낀다. 동시대 미술 흐름 속에서 내 작업을 바라볼 때 흙을 구워 구상 작업을 한다는 것이, 소조의 기본인 인체 작업을 한다는 것 이, 도자도 아니고 조각도 아니라는 것이 어느 한 곳에 귀속되지 못한 채 방향을 잃고 헤매는 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깨닫게 되는 것은 그 바다는 ‘망망대해’이고 내가 몸을 실은 작은 배는 ‘종이배’라는 현실이다. 언제 찢어질 줄 모르는 이 작은 종이배를 붙잡고 나는 기약 없는 표류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을 잊기 위해 눈을 뽑아내는 라미아, 환상으로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던 사이렌, 그리고 맨드레이크(환상)를 사냥하기 위해 희생당한 굶주린 개 등은 내가 지금까지 짧은 시간 동안 작업을 이어오면서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을 형태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나는 특별히 이들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흙으로 빚은 후 가마에 소성하는 도자의 형태를 취한다. 이는 도자가 가 진 아름답고 따뜻한 질감과 색상 그러나 동시에 쉽게 깨져버리는 성질이, 환상과 현실의 간극 을 역설적으로 잘 담아내기 때문이다.
표류란 원하지 않은 뜻밖의 순간에 바다로 나가게 되는 것이다. ‘자발적 표류’란 그 바다 위 에서 정박할 곳을 찾아 닻을 내리지 않는 것이다. 때로는 신기루 같은 구조선이 지나갈지라도 숨을 죽이고 손을 흔들지 않는 것이다. 굶주림과 갈증 때문에 짜디짠 소금물을 마실지라도 참 아내는 것이다. 나는 표류의 끝에 큰 해류를 만나 즐거이 흘러갈 것을 기대하며 작은 종이배 위에서 끝끝내 노를 저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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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602-서상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