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지유라 展

 

가가호호 하하호호

 

 

 

금보성 아트센터

 

2021. 4. 19(월) ▶ 2021. 4. 29(목)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36길 20 | T.02-396-8744

 

https://blog.naver.com/kimboseong66

 

 

 

 

가가호호 하하호호展 작가의 말

 

얼마 전 윗집에 새로 이사를 왔다. 그전에는 조용하던 윗집에 소음이 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진 요즘 층간 소음은 적잖은 스트레스가 되었다. 올라가서 조용히 하기를 부탁할까 화를 내야 하나 며칠 고민을 하다 가만히 소음에 귀 기울였다. 하하호호 깔깔 웃음소리였다.

뭐가 그리 즐거울까?

문득 우리 집에선 어떤 소리가 날까 궁금해졌다

집을 그리기 위해 집 여행을 다니다 보면 집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노부부의 느릿한 대화 소리, 탁탁 빨래를 털어 너는 소리, 달강달강 요리하는 소리, 누군가와 반갑게 나누는 전화통화 소리. 집에서 나는 소리는 그 집을 더 풍요롭게 만든다. 집은 사는 사람에 따라 소리도 바뀌고 분위기도 바뀐다.

윗 집주인이 바뀐 지 5개월이 넘어간다. 여전히 하하호호 깔깔이다.

가끔 그 소리에 나도 어이없이 웃는다. 웃음소리를 뭐라 하겠는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요즘, 모든 집에서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들리길 바란다.

지유라 작가는 지난 2013년 '지유라 첫 번째 집들이'를 시작으로 개인전을 매년 이어오고 있으며, 다양한 작가들과 함께 60여회 단체전 등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움과 향수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집

- 가장 많은 집을 가진 화가 지유라 -

 

한국 현대미술사 중에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 중 한 명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장욱진 화가를 꼽는다.

왜냐하면, 그의 작품에는 작은 집, 가족, 자연 그것이 모티브 전부일 정도로 단순하게 그 절정의 미를 남김없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화폭 속에 그려진 집은 대부분 사각이거나 삼각형의 장난감 같은 형태의 쓸쓸하고 소박한 집이다.

모두가 한국전쟁 이후 그 격동의 시대와 풍랑을 모두 겪은 작가의 삶이 그의 체구처럼 왜소하게 녹여있는 풍경 그 자체로서의 집이었다.

그림 속에 집은 비록 어쩌면 아주 작지만, 자신과 가족을 품을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였으며, 동시에 작가의 예술적 영혼을 불태우는 화실로써 집이었다.

지유라의 집을 앞에다 두고 장욱진의 집, 아틀리에를 떠올리는 것은 우연히도 똑같이 집이라는 모티브에 매달리는 애착에서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유라는 이미 추억이 깃든 세상의 집들을 10여 년 이상 직접 나무에 그리면서 ‘집유라는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녀가 얼마나 집을 그리워하고 따뜻한 가슴속의 고향이었는가는 <돌아갈 집이 있다> 는 감동적인 그림 에세이에서 짠하고 충분하게 기록해 두었다.

이 모두가 그동안 국내의 여러 도시와 마을의 집 탐방을 하면서 국내외의 집들을 손수 걸어 다니며 골라 작업한 것들이다.

 

 

 

 

그림을 그리며 만났던 솔직하고 센티멘탈한 순간들. 그 느낌에 감치는 글맛으로 덧입혀진 그녀의 집이 얼마나 행복한 안식처 인가를 인상 깊고 예쁜지를 그려내었다.

그 집들의 풍경은 프랑스의 니스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 포르투, 그리스의 산토리니까지 글로벌한 집 모양의 컬렉션만큼이나 다채롭고 아기자기하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여수, 동해안 목포 보리 마당까지 답십리에서 대구, 제주도까지 샅샅이 사람들이 사는 모양의 풍경은 7~80년대 당시 영화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지유라 집의 특징은 먼저 우리나라 전통적인 집과 가게에서 느끼는 추억어린 정취를 무차별적으로 호출한다는 점이다.

아스라한 추억을 그 소박한 구멍가게 같은 화폭에서 이내 빠져들게 할 정도로 '집'에서 코흘리개 풍경의 정서를 체험한다는 것이 지유라 그림의 강력한 매력이다.

그려내는 재료와 기법, 특별히 너무나 작은 크기는 매우 각별하고 앙증맞다.

일단 그는 집들을 한결같이 나무 위에 직접 아크릴로 아주 꼼꼼하게 그린다. 그것도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당시 간판처럼 아주 촌스럽고 정감 있는 글씨체와 색감으로 눈에 아른거리는 집들을 만들어낸다.

그것도 한결같이 아주 작게 미니어처 같은 장난감 집처럼 말이다.

그녀의 집을 가만 살펴보면, 힘든 시절의 집보다는 작가의 어린 시절을 강렬하게 떠올리는 소중한 자유로움과 동화 속의 평화로운 집이 사진처럼 등장한다.

지유라는 집의 원근법이나 비례 등에서도 그다지 관심 두지 않고 어린아이 눈으로 본 것처럼 자유롭게 오밀조밀하게 풀어낸다.

이런 시각에서 작가가 바라보고 있는 집의 의미는 마치 장욱진의 가슴속에 두었던 집처럼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곳으로서의 집인 것이다.

동시에 지유라에게 있어 집의 존재는 세상에서 쫓기듯 살아온 이들에게 쉬어 가라 자리를 내어주는 평안한 거처로서의 집인 것이다.

언젠가 작가는 나무에다가 집을 그리는 이유를 “가구를 만들러 갔는데 잘라진 나무 조각이 집 모양이었어요……. 거기다 무엇인가 그리고 싶었는데 어릴 적 외할머니 동네에서 본 쌀집이 떠올랐어요. 이상하죠 딱 한 번 간 곳인데 이후로 집을 그리게 되었어요”

물론 이것보다 더 지독하게 집과의 인연을 맺은 것은 집을 떠나 강원랜드 홍보팀에서 12년간 디자이너로 근무하면서 꿈인 화가가 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을 때라고 회상하고 있다.

그런 회상이야말로 작가에게 집을 그리는 가장 강한 추억과 기억으로 화폭과 그녀의 삶을 지배한다..

 

 

 

 

가끔 그의 그림 속의 집은 상상의 집이기도 하지만, 추억이 담긴 집, 여행길에서 만난 집, 친구의 집, 문학적인 집이기도 하다.

그 집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소설가 박완서가 쓴 장편소설 <그 남자의 집>을 모티브로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집'으로 해석해서 표현한 문학적 상상력이다.

<그 남자의 집>을 통해 누군가에나 있었던 첫사랑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그러한 향수를 작가 지유라는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가 목포라는 도시를 마다치 않고 오랜 시간이 담아온 노인과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몇 개월씩 방을 얻어 눌러앉아 그림을 그리던 그 에피소드가 지유라이다.

낡은 시계방은 물론 그대로 몇십년의 세월이 그대로 묻어나는 이발소, 생선을 말리는 집 등 작가가 담아낸 목포의 풍경들에서 잃어버린 고향을 상상하며 그녀는 스스로 위로를 나눈다.

공공연하게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서 힘들고 고난한 사람들을 지친 모두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희망했다.

장욱진 화백이 ‘화가’란 말을 너무 좋아했는데, 화가에 ‘가’자가 ‘집 가(家)’자가 들어가서 였다는 것처럼 지유라는 빠르게만 변했던 세상 쫓기듯 살아온 사람들에게 비싼 집 한 채씩을 분양 해준다.

어디론가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들도 우리는 수많은 그의 작은 집들을 보면서 행복해 한다. 그녀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작가노트

 

집을 떠나 십 수년간 생활을 했던 내게 집은 돌아갈 곳이고, 가족이며, 그리움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금, 집 이야기를 나무 조각에 그려본다.

집은 쉬고, 먹고, 자고, 싸고 집은 가장 자유롭고 솔직한 나만의 공간이다.

집은 휴식이 되고 안정이 되고 즐거움이 된다.

빠르게만 변했던 세상, 쫓기듯 살아온 나에게 집은 쉬어가라 자리를 내어준다.

돌아갈 집이 있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유라

 

2018. 국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대학원 박사수료 | 2017.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대학원 석사 | 1997. 국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학부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 1992. 계원 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개인전 11회 | 단체전 60여회 | 해외페어 등 참여

 

2000~2012 주)강원랜드 (총괄 아트디렉터)

 

작품소장 | 강원도삼척 추추파크 나한정 전시실 '지유라 집 이야기' 상설전

 

저서 | 돌아갈 집이 있다 (2020. 메이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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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419-제11회 지유라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