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展

 

김동선, 유향숙

 

 

 

누크갤러리

 

2021. 3. 25(목) ▶ 2021. 4. 16(금)

서울특별시 종로구 평창 34 길 8-3 | T.02-732-7241

 

https://blog.naver.com/nookgallery

 

 

김동선, _Homage IV_, 97x100cm, Acrylic on canvas, 2021

 

 

아이콘+

 

조정란

 

지난여름 빗길을 달려 경기도 양평에 자리한 작업실을 찾았다. 두 작가가 함께하는 작은 공간이었다. 한 사람은 자그마한 돌을 쪼아 고요하게 미소 짓는 소녀상을 만든다. 한 사람은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초상을 강렬하게 그린다. 한 공간에서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작가는 전혀 다른 작업을 한다. 주관이 강하고 개성이 짙은 두 예술가는 서로에게 기대어 서로를 기다려주며 각자의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대학시절 만나 가정을 이루고 6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함께하고 생각을 나누며 살아온 그들이다.


김동선의 그림은 이콘(icon 성상화)에서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을 아이콘으로 설정한다. 그 시대의 아이콘은 영화배우가 되기도 하고 화가 렘브란트가 되기도 한다. 그는 렘브란트를 그리면서 렘브란트가 느꼈던 그 당시의 심리를 교감한다. 바로크 시대의 대가들을 그리며 그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김동선의 그림에서는 두터운 질감의 흰색 바탕에 어두운 색을 칠해 올려 빛과 어둠의 강한 대비를 이루는 바로크미술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과하게 설명하지 않는 작가는 내면의 깊은 곳에 잠겨있는 열정을 그림 위에 망설임 없이 풀어놓는다.

 

 

김동선, _Homage V_ 76x77cm, Acrylic on canvas, 2021

 

 

유향숙은 자신이 들어서 옮길 수 있는 크기의 돌조각을 구해 그 돌의 형태와 질감을 살려 두상을 조각한다. 결과물로서의 이미지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돌의 물성이 나란히 보이는 조각이다. 모난 돌의 표면을 정으로 톡톡 쪼아낸 흔적들은 돌조각의 따스함을 전해준다. 한국여인의 둥글고 평면적인 얼굴을 한 소녀상은 살며시 미소를 머금고 있다. 마치 불상의 포근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보는 듯하다. 천진한 성품을 지닌 작가의 순수한 작품에서 미술이 주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시류를 쫒아가는 사회성 짙은 현대미술의 범주에서 멀리 떨어져 자신의 세계를 조용히 만들어가고 있는 작가는 보는 이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어둡고 고전적인 그림과 작고 부드러운 조각이 어우러지는 전시 공간에서 두 작가가 오랜 시간 맞추며 살아온 강약의 균형을 찾아내어 새로운 조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을 기대해 본다.

 

 

유향숙, 얼굴, 7x10x32cm, 대리석, 2021

 

 

유향숙, 얼굴, 26x9x18cm, 대리석,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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