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희 展

 

YOU MAKE ME FEEL HAPPY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21 117x91cm Acrylic on canvas

 

 

갤러리담

 

2021. 3. 12(금) ▶ 2021. 3. 22(월)

서울특별시 종로구 윤보선길 72 | T.02-738-2745

 

https://cafe.daum.net/gallerydam

 

 

table top 2020 53x46cm Acrylic on canvas

 

 

YOU MAKE ME FEEL HAPPY

나의 그림은 경험한 일상을 기록하는데서 시작된다. 일상에 의미를 두고 관찰을 하면, 그림은 어떤 상황이나 풍경이 되기도 하고, 사물이 되기도 하고, 반복적인 형태와 패턴이 되기도 하며, 가끔은 어떤 단어가 되기도 한다. 나는 틀에 맞춰 어느 한 표현 방법이나 형식에 맞추기 보다는 사소하고 모호한 순간이 잘 표현되는 형식을 찾아 그림으로 남기는 편이다.

지난 1년은 코로나로 혼란스럽고 익숙한 일상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힘든 하루하루였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많은 변화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기간이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의미를 찾고 일상에서의 행복을 나 스스로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아이들과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보고, 더 깊이 느끼고, 더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들과 놀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아이들의 시각은 나보다 더 원초적이고 감정의 폭이 더 넓고 풍부함을 느낀다. 아이들과 같이 할 때 내가 보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게 되고 작은 것에도 감탄하게 된다. 아이들은 해가 지나 나이가 한둘 많아지면 마냥 좋아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빨리 크는게 아쉽게 느껴졌다. 같이하는 아이의 시각과 감성과 생각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 아쉬운 마음에 같이 나눈 경험들을 그림으로 기록했다. 답답하고 힘든 시기에 "You make me feel happy"라고 주문을 외우듯 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며 때로는 익숙한 순간을, 때론 낯설지만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록했다.

서해 어느 섬의 어두운 밤하늘 아래서 바라본 별똥별, 제주 바다에서 놀던 중 만난 문어, 깊은 곶자왈에서 만난 반딧불, 나무로 빼곡한 숲에서 만난 다양한 식물과 열매들, 끝이 안보이는 바다의 해변에서 만난 반짝이는 조개, 소라와 돌맹이들,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밤의 은행나무, 쪼물딱 쪼물딱 고사리 손으로 아이들이 나에게 만들어 준 선물들, 제주까지 가서 종종 만나는 수영장, 친구들로부터 받은 화분들, 작업실에서 정든 오래된 소품들, 위빙을 위해 만든 틀의 세로실과 가로실... 사소한 일상의 익숙함도 여행지의 낯설음도 우리에게 행복을 주었고, 그것은 내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전시를 준비하며 그림을 그릴 때 지난 추억을 생각하고 그 대상들을 보며 많이 즐거웠었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시끄러워도 사람들이 나의 사소하고 모호한 그림들을 보며 잠시나마 같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음 좋겠다고 생각하며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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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10312-박환희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