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진 展

 

우연한 관계 Accidental Relationship

 

 

 

비움갤러리

 

2020. 10. 13(화) ▶ 2020. 10. 18(일)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36길 35 B1 | T.070-4227-0222

 

www.beeumgallery.com

 

 

서울 녹번동_Pigment-based Inkjet on Semi-glossy Paper_60x40cm_2020

 

 

나는 부모님의 고유한 유전형질을 물려받아 태어났다. 제도권 교육을 받고 자라면서 나 자신은 잊혀지고, 관습과 협약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자기 부정은 희미해져 버린 것, 중심(본질)에서 비켜난, 우연히 맞닥뜨리는 어떤 작은 것들에 늘 마음을 쓰게 한다.

이 우연하고 작은 것들은 ‘무의미’ 나 ‘쓸모없음’ 으로 치부되어 우리 의식의 심연 아래로 쓸려 내려가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것들이다. 어쩌면 이는 받아들여야 할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생존 전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기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의미가 허용될 가능성이 존재하지 않을까? 이런 물음에서 이 작업은 시작되었다.

이 작업은 어떤 한 가지의 의미 혹은 특정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지나가는 통로 또는 흐름으로서의 사진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 어떤 것도 달라붙지 못하고 미끄러져 계속해서 옆으로 새는, "말하는 것이 없는,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이 차이가 없는, 결국에는 하나 마나 한, 그것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영원히 옆으로 새는"
(1), 그래서 끝끝내 하나의 고정된 의미로 다다르지 못하고 마는 그런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때 비로소 사진에 달라붙어 작동하는 사회적 시스템의 통념들이 떨어져 나가 날 것 그대로의 불안한 이미지들만이 남는다. 이 낯선 경험을 통해 나의 내밀한 감정을 토로하고 그 감정의 울림으로 다양한 의미가 생성되는 조그마한 틈이 보이길 기대해 본다.

(1)정영문,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 워크룸프레스, 2018, p. 37.

 

 

서울 이태원_Pigment-based Inkjet on Semi-glossy Paper_90x60cm_2020

 

 

서울 옥인동_Pigment-based Inkjet on Semi-glossy Paper_40x60cm_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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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0201013-김태진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