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지 展

 

보이지 않는 흐름

 

숙명 비단에 채색_164.5x190cm_2018

 

 

갤러리 도올

 

2020. 8. 19(수) ▶ 2020. 8. 30(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87 | T.02-739-1405

 

www.gallerydoll.com

 

 

남겨지는 것_116x150cm_비단에 채색_2018

 

 

최근 나의 작업은 “인간의 숙명 혹은 존재의 본질에 대한 사유”라는 주제로 진행되어 왔다.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삶과 죽음은 무엇인지, 삶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의 결과물을 일상생활에서 겪은 다양한 사건들과 평소 예술작품이나 각종 매체에서 접한 이미지들과 결합하여 회화 작업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나는 간혹 자신을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독특한 존재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특히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에서 그런 생각을 자주 하곤 했는데,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남들과 연결되지 못한 소외된 존재라는 생각들이 그러하다. 그러나 소위 명작이라 여겨지는 대가들의 문학, 회화, 음악 등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그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삶에 대해 고민을 해왔으며, 사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비슷한 구조에서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기서 많은 위로를 받기도 하였고, 또 나의 존재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거대한 흐름 속의 작은 원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다.

초기 작업들은 <류(流)>, <사유(思惟)>, <근원에 대하여>등으로 주로 자연의 일부분을 포착하여 자연 속에서 사유하는 인물들을 그려 넣었다. 여기서는 “물”이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한다. 자연 속의 물은 멈춰 있지 않고 항상 어디론가 흘러간다. 문득 우리 인간의 삶이란 이렇게 끊임없이 흘러가는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주어진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 작업에서도 흘러가는 속성을 가진 자연물인 구름, 연기 등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2018년부터는 채색 기법의 향상과 함께 주제 측면에서 더욱 구체적인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그려지게 되는데, <숙명>은 죽음으로 인한 육체의 상실과 그 후 남겨지는 정신의 행방에 대한 생각을 다수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서사적으로 표현하였다. 도 존재와 부재 사이의 간극과 그 속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이며 남겨지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이외에도 일상 생활속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들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이 그려졌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은 사생 여행을 통해 경험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한 화면에 재구성하여 표현한 것으로, 단편적인 관점만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개념들의 상대성, 그리고 다양한 인과관계들로 얽힌 복잡한 삶의 구조를 표현하려고 하였다.

어쩌면 “존재의 본질”이라는 주제는 다소 광범위하고 자칫하면 관념적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주제의 범위를 좀 더 좁히고 개인적인 경험이 더 묻어나는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기법적인 면에서도 비단위에 채색 방식과 더불어 순지, 화선지, 광목천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수묵의 번지는 기법을 활용한 표현방식을 연구해 보려고 한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_비단에 채색_116x150cm_2019

 

 

untitled_74x53.3cm_비단에 채색_2018

 

 

사유_44x34.5cm_비단에 채색_2018

 

 

 

 

 
 

 
 

* 전시메일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은 작가와 필자에게 저작권이 있습니다. *

vol.20200819-고현지 展